「대책없는 무대뽀 정신」

한나라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무대뽀 이명박」이라는 글이 올랐다. 한나라당 네티즌 대표인 강용석 중앙당 운영위원의 글이었다.

글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든 “하며 된다”를 ‘무대뽀 정신’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을 ‘무대뽀’로 표현했다. 표현해 약간 소란스러웠음을 감안하면 결국 강씨의 의도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의도가 어쨌건 간에 글은 곧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죽이기이다”, “‘예전에 이회창 혼자 있을 때에 비해 지금은 선택을 할 수 있어 즐겁다’라는 구절을 보면, 되레 이명박 살리기이다”하며 공방이 치열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원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무대뽀’라는 표현.

이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대뽀’는 일본말이다. 제대로 된 발음은 ‘무뎃뽀’나 ‘무텟포’쯤 될 것인데, ‘뎃뽀’는 일본에서 주로 ‘소총’을 일컫는다. 그러니 말 그대로 ‘총도 없이 전쟁에 나간다’는 것이고, 그래서 속뜻은 ‘무모하다’거나 ‘분별이 없다’는 말이다.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는다면,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카게무샤>에서 펼쳐지던 나가시노 전투장면, 다케다 신겐이 죽은 뒤 아들 가쓰요리가 이끌던 기마대가 오다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연합군의 철포(총)에 처참하게 무너지던 장면을 떠올리면 되겠다.

우리 영화 <넘버3>에서 “예 예 옛날에 최영의라는 분이 계셨어. 최영의 … 너 소냐. 황소. 나 최영의야 … x나게 내리치는 거야. x나게. 손 빠개질 때까지. 무대뽀. 무대뽀 정신…”하며 송강호가 ‘무대뽀 정신’을 강조하던 장면도 인상 깊었다.

하지만 인상 깊은 건 인상 깊은 것이고, 틀린 것은 틀린 것. 『표준국어대사전』은 ‘무데뽀’로 실은 뒤 ‘막무가내’나 ‘무모’로 바꿔 쓰도록 권하고 있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