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 유생과 향리 신분 극복하고 연합

 나주의병은 양반 유생과 중인계층인 향리가 신분을 극복하고 연합한 것이다. 이미 이들은 동학농민전쟁을 치르면서 연합을 이룬 바 있다.

당시 목사 민종렬과 양반 유생, 그리고 호장 정석진을 비롯한 향리층이 힘을 합하여 동학농민군의 거센 공격을 막아냈었다. 따라서 이들은 의병을 일으킬 때에도 쉽게 결합할 수 있었으리라 추측된다.

동학농민전쟁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반제국주의, 반봉건운동이었다. 밀려드는 서구 제국주의와 반봉건주의에 맞섰던 동학농민군을 전라도에서 유일하게 막아낸 곳이 나주목이었다.

그만큼 나주지역은 당시만하더라도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나주 유생과 향리가 연합해 농민군을 막아낸 동학농민전쟁은 우리 역사에서 큰 의미를 남겼다.

이미 1860년대부터 전국 각지에서 농민반란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지만 조선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농민반란을 진압할 군대의 힘이 형편없다는 증거였다.

이 쯤 최제우가 서양 학문을 대적할 동양 학문으로 동학을 창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종교 동학을 만든 최제우는 조선의 모든 유생들처럼 처음에는 과거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성리학에 매진하였다.

그러나 과거에 몇 차례 낙방하게 되자 과거를 포기하고 불교와 도교, 천도교까지 모든 사상을 섭력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 최제우는 조선이 지금 힘든 것은 서양세력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서양에 대적할 종교로 동학을 창시하기에 이른다.

최제우의 사상은 그와 처지가 비슷한 잔반(殘班)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었고, 백성들에게까지 차츰 전파되었다. 당시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는 성리학 이외의 모든 학문은 사학(邪學)으로 간주하고 있는 마당에 인권평등을 주장하는 동학은 그 사상 자체만으로 통치에 위협을 주었다.

1864년 조선 정부는 최제우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인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시킨다.  최제우가 죽고 2대 교주가 된 최시형은 최제우의 전철을 밞지 않기 위해 비밀조직을 만들어 1870년 지도체제가 갖추기 된다. 20년 이상 비밀조직으로 교세를 확장한 최시형은 마침내 1892년 10월 공주에서 대대적인 데모를 하게 된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공개적으로 동학을 종교로 인정해 줄 것과 최제우의 사면복권, 그리고 관리들이 동학신자들을 협박해 빼앗아간 재산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동학교도들이 공주에 이어 전라북도 삼례로 이동해 대규모 집회를 열자 관찰사 이경직이 관리들이 탈취한 재산을 반환하도록 조치하였다.
 
당시 동학교도뿐 아니라 농민들은 부패한 관리들의 수탈에 생활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학이라는 신종교를 믿으면 임시방편으로나마 관리들로부터 수탈을 막아낼 수 있다는 여론이 퍼지자 농민들이 대거 동학에 가담하였다. 다시말해 현실이익 추구를 위해 동학에 몸을 의탁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차 전라북도 고부에서 사건이 터졌다. 당시 고부현 뿐만 아니라 군, 현으로 부임한 지방관들의 폭리와 수탈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특히 고부현과 같은 삼남지방은 물산이 풍부해 다른 지역에 비해 수탈이 더 극심했다.

동학교도와 농민군 연합해 관군 격퇴

 1894년 조병갑이 고부현으로 부임해 지역 농민들에게 휴경지에 농사를 짓게 하였다. 처음에는 휴경지에 농사를 지으면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던 조병갑은 추수 후 휴경지에 세금을 부과해 버린다.

이에 화가 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서당 훈장이었던 전봉준은 1,000여명의 농민들을 모아놓고 “왜? 사기를 치느냐”면서 곧바로 고부관아를 습격해 무기고에서 무기고를 탈취하고 고부관아를 손에 넣었다.     

이전의 농민민란은 1-2일에 끝이 났지만 고부민란은 동학교단과 맞물려 1892년 1월 10일-3월 13일까지 두 달 동안 지속되었다. 3월에 민란이 잠시 중단된 데는 농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강력한 민란의 지도부가 조직되었고, 각 마을의 농민들이 참가해 무력을 갖추었다. 다급해진 조선정부는 조병갑을 탄핵하고 안핵사를 파견했지만 사태파악을 못한 안핵사가 농민반란을 동학 신자들의 소행으로 인식하고 동학교도 색출에 몰두하였다.

이에 동학교도들이 농민군에 참여해 전봉준이 대장에 손화중과 김개남은 총관령에 오지영은 총참모가 되어 조직이 갖추어졌다.

조직을 정비한 동학농민군은 고부를 점령한 뒤 그해 5월 전주감영 군대를 격퇴하고 전주감영을 점령해 버린다. 당시 관군이 얼마나 무기력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주감영 군대가 동학농민군에 패배하자 초토사 홍계훈이 800여명의 군대를 데리고 진압에 나섰으나 이 또한 장성에서 격퇴되고 만다.

관군으로 동학농민군을 진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조선정부는 전주에서 전주화약을 맺고 백성들의 삶을 살피는 민정기관인 집강소를 53개 군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동학농민군과 의견 조율을 하면서 시간을 번 조선정부는 다른 한편으로는 딴 생각을 한다. 청나라에 군대파병을 요청한 것이다.

“반란을 일으킨 백성을 죽여주시오”

3,000여명의 청군이 아산만으로 들어오자 조선을 놓고 청과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던 일본이 자국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 7,000여명이 인천으로 들어와 7월말 궁궐을 점령하고 청군을 기습 공격해 청·일 전쟁을 일으킨다.

청·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그 해 10월 동학농민군은 ‘척왜’를 외치며 2차 봉기를 일으킨다. 농민군은 반외세를 제1의 목표로 삼고 내정개혁을 주장하며 10만명이 삼례에 집결해 일본군과 일전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일본군은 무기력한 관군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우금치에서 1주일간에 걸쳐 50회 전투를 벌인 결과 동학농민군은 겨우 500여명만 살아남아 김제로 후퇴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전봉준은 순창에서 체포되어 일본공사에 재판을 받아 사형에 처해진다. 조선통치권이 있는데도 일본공사에 전봉준과 동학농민군 지도부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다는 것은 당시 조선정부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역사상 농민들이 반외세와 반봉건주의를 외치며 민란을 일으킨 동학농민전쟁은 농촌문제를 내걸고 열강의 침투를 막아낼 수 있는 부국강병을 외친 최초의 반제, 반봉건 운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