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는 짧게!」

언론은 물론이고 보통사람들도 이젠 ‘시이소오’나 ‘도오쿄오’가 틀렸다는 것을 안다.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모든 외래어는 긴소리(장음) 표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선게 지난 1986년이니 ‘시소, 도쿄’가 옳은 걸 다들 알고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습관은 무섭고 고집은 뿌리 깊다.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선 컴퓨터 ‘윈도’가 아니라 ‘윈도우’, ‘스노 체인’이 아니라 ‘스노우 체인’이 널리 쓰인다.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영화쪽을 보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의 이름을 보면 ‘투모로’나 ‘터모로’가 아니라 <투모로우>, ‘크로‘ 대신 <크로우>, ’미라‘ 대신 <미이라>라고 쓰는 게 보통이었다. <슬리퍼 할로우>에다 <스노우맨>도 보인다.

부쩍 외래어와 외국어를 많이 쓰는 요즘 대중가요의 가사에서도 장음 표기 외래어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표기법은, 제약이 아니라 효율을 위한 것이다.

당장 사람들이 ‘도쿄’와 ‘도오쿄오’, ‘도꾜’와 ‘도오꾜오’ 뿐만 아니라 ‘토오쿄오’, ‘토오꾜’, ‘도오꾜’, ‘토오꾜오’, ‘도오쿄’, ‘토꾜’, ‘토오쿄’, ‘토쿄’ 따위로 제각각 쓰기 시작한다면, 이것들이 모두 같은 도시라고 누군가가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영화 수입배급업체 관계자나 가요 작사가들의 외래어 표기법 무시는 ‘제 무덥 파기’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런 잘못된 표기들이 대부분 언론을 통해 퍼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