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의 칠두정을 회상하며(憶草洞七頭亭)

舊日同樽醉此亭  옛날에 술 동이 함께하고 이 정자에서 취했는데
白頭唯我獨伶?  흰머리에 오직 나만 홀로 외롭구나
雨過沙洲池水暮  비 지나는 물가에 연못물이 저물고
多情老鶴步苔庭  다정한 늙은 학은 이끼 낀 뜰을 걷고 있네

초동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보산사를 이야기 하면서 했기에 생략합니다. 칠두정을 회상하며라는 시는 칠두정에서 임자신, 임자문, 유백영, 이사안, 이사고와 함께 만났던 때를 회상하며 지은 시입니다. 이 시를 지을 때에는 당시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죽고 시서선생 홀로 살아있던 때입니다.

칠두정이 있는 마을은 운봉리 2구 회두마을인데 1789년 호구총수에는 나주목 아계면 호두촌1912년 지방행정구역명칭일람에는 회두로 표기되어 있으며 칠두정이 있는 작은동네를 칠두라 부른다. 이 마을은 1600년경 샛골에 거주하던 함평이씨 15세손 도사공 이지완이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칠두정은 다시면 운봉리 칠두마을에 있는 정자로 함평이씨 도사공(都事公) 이지완(李止完)(1569~1632)습니다. 그는 이괄의 난(1624년, 인조 2) 때 오이건(吳以健), 임위(林瑋) 등과 함께 모의하여 북상하다가 난이 평정되었다는 말을 듣고 귀향한 후 칠두정을 세웠다고 합니다. 정자의 건립은 1620년대 후반경으로 추측됩니다.

이 무렵의 교류인사로는 유경현(柳敬賢), 임서(林?), 김선(金旋) 등 입니다. 이후 정자가 퇴락됨에 후손들이 발의하여 1925년에 다시 중건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고광선(高光善) 등의 중수기(重修記) 2편이 걸려 있습니다. 단층의 팔작지붕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정방형이고 가운데 재실을 갖추고 있고, 둘레에 담을 쌓았고 네 귀에 활주(活住)를 받쳤습니다.

그런데 시의 제목을 “초동의 칠두정을 회상하며”라고 하고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칠두정의 연혁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시선선생은 칠두정을 직접 방문하여 교류하였던 실제의 인물로서 초동과 칠두(호두촌)를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혹 초동에 칠두정을 건립하였가 후에 칠두(호두촌)로 입향한 후에 이곳에 이건 또는 중건하였지 않나 생각됩니다.

당시 이지완 선생과 교류하였던 임서(1570~1624)는 호가 석촌으로 본관은 나주입니다. 회진에서 승문원 정자 복의 장자로 태어나 선조32년(1599) 정시문과에 급제하여 병조좌랑, 대간, 승지, 공조참의 등을 거쳐 1623년 인조반정 후 안동부사로 복직되고 황해감사로 발탁되자 민폐시정, 농사장려, 군량비축에 힘써 1624년 이괄의 난 때 공을 세워 진무원종공신이 되고 동지중추부사를 지낸 분입니다.

한편 시서유고에는 당시 칠두정에서 같이 모임을 했던 “임자문의 묘를 지나며” 라는 시가 있습니다. 자문은 1629년 무진년에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고 시 내용에 이미 8년전 일이라고 기록하고 있어 1637년에 지은 시로 확인됩니다.

그런데 이때 시서 선생은 정유재란을 피해 2월 3일 지도로 피난했다가 26일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마도 귀향길에 임자문의 묘 인근을 지났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자문의 묘를 지나면서 오래전 칠두정의 교류가 생각나 아래의 시를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문의 묘를 지나며(過子文墓)

一閉音容已八年  목소리와 얼굴 닫은 지 이미 8년인데
枯墳寥落夕陽前  마른 무덤 석양의 앞에서 쓸쓸하구나
靈應知我西州過  혼령도 응당 내가 서쪽 고을 지남을 알리니
暫出佳城對雪顚  잠시 좋은 성에서 나와 눈 같은 머리털 마주하리
무진년에 병으로 죽었다.(원주) 1629년이 무진년임.

김종순  고대문화T/F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