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생활비 50% 늘어 가계부담 폭등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이모(38)씨는 5월이 반갑지만은 않다. 남들은 가정의 달이니, 감사의 달이니 하지만 가계부를 바라보는 이 씨는 힘에 겨워 주름살만 깊어간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챙겨야 할 날이 너무 많아 가계 살림을 생각하면 도저히 답(?)을 낼 수 없을 만큼 힘에 겨워 어서 빨리 5월이 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아내와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함평나비축제를 찾은 이 씨는 입장권 구입에 5만4천원, 식사비용으로 4만원, 자녀들 선물비용으로 8만원 정도를 썼으며 여기에다 오를 대로 오른 차량 기름 값까지 대략 20만원 정도를 소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8일 어버이날에는 양가 부모님 용돈으로 40만원을 지출했으며 스승의 날에도 혹시나 아이들이 차별 받지 않을 까 염려스런 마음에 20만원을 지출했다.

게다가,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5월답게 결혼식, 칠순잔치 등 친지들을 챙겨야 할 행사가 한꺼번에 몰려 있어 이 씨의 가계는 적자가 나지 않을 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기에 세금과 통신요금 등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과 ℓ당 1700원을 웃도는 휘발유 값에 차량유지비 등도 만만치 않아 아내가 쳐다보는 눈길을 애써 피해본다.

이 씨는 "들어오는 수입은 뻔한데 이 달에 지출되는 돈은 평소의 2배에 달한다"며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가족들 눈치를 보는 잔인한 5월이다"고 푸념을 털어놓는다.

이처럼 이 씨가 피부로 느끼는 실물경기는 정부가 발표한 공식지표에서도 확연히 들어 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4.1%올라 3년8개월만에 4%대를 넘어섰다.

농산물과 원자재 등 변동폭이 큰 품목을 제외하면 근원물가도 3.5% 상승해 6년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52개 특별관리품목은 5.88%나 뛰면서 서민가계에 먹구름을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