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지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대책 마련 절실

광주와 가까운 지리적 특성 탓에 80년 당시 활발한 시위가 전개됐고 9곳의 5·18민중항쟁 사적지가 지정돼 있지만 28년이 흐른 현재 표지석만 덩그러니 역사의 현장을 지키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은 설치된 표지석이 5·18관련 사적임을 표시하지 않고 있어 가까이서 내용을 읽지 않으면 무슨 표지석인지 알 수 없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80년 5월 당시 영강동파출소는 주민들이 소총과 수류탄, 실탄 등을 획득해 광주의 시민군에게 전달했던 예비군 대대본부 무기고가 자리하고 있었으나 이곳의 표지석에는 '영강 예비군 무기고'로 표기되어 있어 5·18민중항쟁 관련 사적지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5·18민중항쟁 사적지가 표지판만 덩그렇게 세워진 채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이 '영강 예비군 무기고' 표지석에는 '이곳은 5·18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의 발포와 시민학살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격분한 나주시민들이 무기고를 부수고 다수의 M1소총, 칼빈소총, 실탄 등을 획득해 시민군이 무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이처럼, 자세히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5·18민중항쟁 관련 사적지는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모(17)군은 "항상 이곳을 지나가면서도 뭔가를 안내하는 표지석인줄 알았지 5·18과 관련된 사적지를 안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이곳에 있었던 무기고에서 시민군이 무기를 획득해 무장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년 5월이 오면 당시를 회상하고 기념하며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갖는다. 하지만 5·18민중항쟁 관련 사적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