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고 처음 나간 동창회/똑똑하던 반장놈은/서울대를 나온 오입쟁이가 되었고/…/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스끼다시 내 인생/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마을버스처럼 달려라/스끼다시 내 인생//….

작사, 작곡, 연주에 녹음까지 모두 혼자서 하는 1인 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인기곡 <스끼다시 내 인생>이다. 1인 밴드니깐 당연히 한 사람뿐인 인 밴드의 구성원(?)은 30대 초반의 이진원! 이름만 똑같은 필자보다 10살이나 넘게 젊고, 노래도 물론 더 잘한다.

하지만 이름이 같다고 봐주는 건 없다. 가사 가운데 ‘스끼다시’가 비판의 빌미다. 흔히 술집에서 정식 안주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내놓는 삶은 콩이나 고구마, 땅콩같이 간단한 아누를 ‘스끼다시’나 ‘찌께다시’라고 하는데, 제대로 표기를 하자면 ‘쓰키다시’다. 일본어 표기법은 ‘ㅆ’ 이외의 된소리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끼’ 표기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술집이 있고, 미리 내놓는 안주가 있는 다음에야 굳이 일본말을 빌려 쓸 것은 없다. 우리말에 ‘주된 음식의 옆에 구색을 맞추기 위하여 차려 놓은 음식’을 ‘곁들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쓰키다시’는 ‘곁들이 안주’나 아니면 ‘안주’ 없이 바로 ‘곁들이’로 바꿀만하다.

‘쓰키다시’뿐만 아니라 아직도 우리 주변에 일본말 찌꺼기가 많이도 보인다. 횟집에 가면 ‘고추냉이’ 대신 ‘와사비’, ‘산 새우’ 대신 ‘오도리’가 나온다. 술집에선 ‘달걀말이’ 대신 ‘계란마키’, 중국집에선 ‘군만두’ 대신 ‘야키만두’가 팔리고 있다.

물론 ‘스루메’나 ‘오봉, 자부동’ 같은 말이 이제 거의 없어지고 ‘오징어’나 ‘쟁반, 방석’이 쓰이는 것을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찌꺼기들이 사라질 것이란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쓰키다시’나 ‘망가’(만화), ‘돈부리’(덮밥) 같은 일본말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노래에서 일본말이 불쑥불쑥 나온다면 아직도 우리말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일본말이나 그 찌꺼기를 솎아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