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살된 ‘진실’을 담은 44개의 칼럼

스스로를 ‘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로 부르는 미국의 언어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인 노엄 촘스키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뉴욕타임스〉신디케이트(신문기사 배급사)에 기고한 44편의 칼럼 모음집이다.

▲ 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 - 노엄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긴이

이 책은 전 세계를 향한 미국의 기만과 감춰진 음모를 까발린다는 취지를 가진 칼럼집이다.칼럼의 제목만 봐도 촘스키가 보는 미국이 그려진다.

그의 눈에 미국은 국제질서를 비웃으며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이상한 전쟁”을 기획한 나라이고. “인권을 유린하는 인권국가”이며, 다른 나라에 “이상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나라다.

그래서 그는 ‘민주주의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되어야한다“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촘스키는 권력에 도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미국의 정책과 군사행위가 세계 전역에 미친 영향을 폭로하기 위해서 꾸준하게 〈뉴욕타임스〉신디케이트에 칼럼을 기고했다.

그러나 촘스키 칼럼은 〈뉴욕타임스〉신디케이트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지만 정작 〈뉴욕타임스〉에는 단 한 건도 실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옮긴이 강주헌은 “그만큼 촘스키의 글이 미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촘스키는 간결하지만 거침없는 어조로 미국의 이라크 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핵 문제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쟁점들을 다루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 정치계의 모순과 기만 그리고 감춰진 음모를 짧은 논평으로도 한 권의 책만큼이나 설득력 있게 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세계를 향해 미국의 오만방자함을 비판하는 글들을 계속 발표하며 ‘미국의 양심’을 대변해온 촘스키는 이 칼럼집에서도 이라크 전쟁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이상한 전쟁’이고, 유엔은 ‘허수아비’고, 이스라엘은 ‘중동의 문제아’라고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촘스키는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는 국가는 ‘선‘으로 규정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악‘으로 규정하는 미국의 무례한 대외정책 때문에 세계는 점점 위험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촘스키는 미국으로 인해 세계가 훨씬 위험한 곳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도모할 힘이 아직 일반 국민들에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그는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명백한 교훈 중 하나는,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며 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

이 책에 실린 칼럼들은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세계를 향한 미국의 무경우와 비도덕성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특히,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 행한 미국의 야만적인 행동이 어떠했는지를 가장 사실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러한 촘스키의 글은 그동안 국가권력과 우익 언론으로부터 기만당해 왜곡되었던 우리의 시각을 새롭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촘스키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정의?인권?민주주의를 향한 본연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축구하고 있다.

1928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노암 촘스키는 세계적인 언어학자, 작가, 정치평론가이자 사회운동가이다. 그는 미국의 베트남전쟁을 강력하게 비판한 것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서 강대국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횡포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며 고발함으로써 ‘세계의 양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비판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주류언론과 지식인의 유착에 의해 전개되고 있음에 특히 주목하고 있으며 그 본질을 폭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비판은 이제 신자유주의에 토대를 둔 오늘의 세계질서에 대한 비판으로 연장되고 있다.

촘스키는 올해(2008)로 80세지만 진실을 향한 지적성찰은 나이를 먹을 줄 모른다. 타락과 탐욕으로 범벅된 세계 지배권력의 심장을 정면으로 겨누는 촘스키의 투쟁은 종종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진실을 도둑맞고 사는 약자’ 들의 열렬하고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촘스키의 이번 칼럼집은 우리가 이제까지 ‘우방’이나 ‘혈맹’으로만 치부(置簿)했던 미국의 실체를 좀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