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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보기 드문 글이 연재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첫회분
‘피의자가 됐을 때-차라리 아무 것도 말하지 말라’가 나가자마자 검찰 내부에서 ‘난리’가 났다. 이 글은 ‘검찰의 조직기강을 뒤흔든 큰
사건’으로 낙인찍혀 본디 10회로 예정했던 연재는 그것으로 중단됐고, 필자인 금태섭 검사(당시 중앙지검 형사4부 재직)는 결국 얼마 뒤 검찰을
떠나 야 했다. 정말 보기 드문 사건이었다.
금 검사는 법을 잘 모르고 법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독자들이 법의 표정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기고했지만 결과는 12년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야 했고 변호사로 직업을 바꿨다.
그 금태섭 변호사가 검찰을
떠난 지 1년여만에 《디케의 눈》이라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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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태섭(지은이) 궁리출판
(펴낸곳) |
|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손에는 칼을 쥐고 있으며,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디케(Dik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법의 여신이다.
저울은 형평성을, 칼은 엄격하고 날카로움을 가리키며, 천으로 눈을 가린 까닭은 공평무사하게 판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경험을 통해 디케가 눈을 가린 이유를 좀 다르게 해석한다.
법이 실제로 적용되는 현장에서 보면 그보다는 오히려 법을 통해서 진실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읽고
있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혹은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제3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진실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을 찾는 것은 맨손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지까지 하다.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법은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험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어떤 것이라는 의미로 바라보고 있다.
금 변호사가 이 책의 제목을 ‘디케의 눈’이라고 정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18편의 이야기를 통해 일반 국민들을 비롯하여 약자와 소수를 위한 법체계가 진정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으며,
흥미로운 사건과 그 처리 결과를 보면서 자칫 딱딱하고 차갑게 여길 수 있는 법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들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LA 우범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중, 물건값을 계산하지 않고 나가려던 한 흑인소녀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총을 쏴 죽여 처벌을 받았던
두순자 여인의 사건에서 “왜 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 또한 꾸며낸 사건이긴 하지만 패리스 힐튼이
50만 달러 짜리 페라리를 몰고 나이트 클럽에 가다 자전거를 타고 신문을 배달하던 고학생 해리 포터를 친 사례를 통해 배심제도의 의미, 장단점,
그럼에도 배심재판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저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어떤 것이 과연 진실인지를 묻는 일본영화 〈라쇼몽〉, 스스로 미해결 사건이라고 생각하며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고 고백하는 〈어느 소년의 죽음〉 등의 사건들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총
18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법을 다루는 절차와 과정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게 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디케는 과연 무슨 이유로 눈을 가리고 있을까. 그리고 두건 뒤에 숨어 있는 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사명감에 불타는 날카롭고 광채를 띤 눈일까. 각자에게 정당한 몫을 나누어주기 위해 저울 눈금을 주시하는 냉정하고 빈틈없는
혹은 약자를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연민이 가득한 눈일까. 그보다는 오히려 찾기 어려운 진실 앞에서 끝없이 같은 질문을 되묻고 다시 생각해보는
고뇌에 찬 눈이 아닐까. 이 책은 법을 다루면서 때때로 디케의 숨겨진 눈을 떠올리던 나의 모습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있다.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법과 대중을 가까이 묶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신문에 기고했던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의 연장선상에서 완성된 《디케의 눈》은 법을 다루는
절차와 과정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는 저자의 의지가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라 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