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종종 ‘포크레인’이라는 말이 보인다. 그러나 철자가 ‘poclain'이므로 ’포클레인‘으로 써야 한다.

물론 이말은 이 기계를 처음 만든 프랑스 회사 이름이자 상표명이다. 그러나 상표였지만 이제는 일반명사로 바뀐 ’클랙슨‘이나 ’바바리‘, ’호치키스‘처럼 포클레인도 『표준국어대사전』에까지 올라 있으므로 일반명사로 봐도 된다.

그러므로 국어순화를 한다며 굳이 포클레인을 ‘굴착기’로 바꿔 쓸 필요도 없다. 아니, 바꾸면 되레 오류를 빚을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굴착기는 ‘땅이나 암석 따위를 파거나 뚫거나 혹은 파낸 것을 처리하는 기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흔히 보는 포클레인 외에 파워셔블(동력삽)이나 백호(backhoe), 터널을 뚫는 TBM이나 우물을 파는 데 쓰는 관정 굴착기에 이르기까지 굴착기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포클레인을 굴착기로 부르는 것은 ‘높이뛰기’나 ‘마라톤’을 ‘육상’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일이 돼버리는 셈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진택은 ‘육상 선수’보다 ‘높이뛰기 선수’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봉주를 ‘육상 선수’보다는 ‘마라톤 선수’로 불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굴착기가 아닌 포클레인으로 불러야 하는 것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