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월환 암살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그와 함께 무정부주의 운동을 했던 군사조장 박기성은 그의 저서 『나의 조국』에 나월환에 대한 대원들의 여론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적고 있다. 박기성의 저서를 참고로 당시 상황을 재연해 보면 이렇다. 

나월환은 머리가 우수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데 반해 단점도 많았다. 대원들 간의 여론이 좋지 않아서 그와 제일 가깝고 그를 잘 알고 있는 박기성이 틈만 있으면 그에게 충고를 해 주었다.

“나 대장, 지금 현재 나 대장에 대한 대원들 간의 여론이 좋지 않으니 매사에 조심해 주게”
“아니 내가 뭐가 어쨌다는 거요. 도대체 어떤 놈이 나더러 뭐라고 합디까? 뭐를 조심하라고 합니까”
“........뭐라고 딱 집어서 애기하기는 곤란하네만 내 생각에 자네는 한동안 어디 가서 쉬었다 왔으면 싶네”
“나는 굵고 짧게 살 생각이오. 내가 어떻게 되든 박형은 나에게 개의치 말아 주시오”

박기성의 염려를 단숨에 물리치자 박기성은 그 후 나월환의 말대로 일체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한국청년전지공작대 본부가 있었던 이부가 거리.

그 뒤에도 나월환과 이하유는 걸핏하면 다투었다. 무슨 일로 다투는지 알아보면 하찮은 일이 많았다고 박기성은 회고하였다. 박기성은 『나의 조국』에 나월환 암살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하였다.

‘그날 밤중에 나는 대원 하나가 나를 찾아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3·1절 행사 후에 나월환 방에 누군가 들어가 나 대장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 사람은 박동운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윽고 나 대장을 죽인 대원들이 본대로 돌아왔다. 대장을 죽이고 돌아왔으니 일종의 반란을 일으키고 돌아온 셈이었다. 마침내 대원들 중 누군가 간부 놈들은 다 나쁜 놈들이라면서 중국총대장에게 찾아가 밀고했다. -생략-

중국총대장은 나월환사건 관계자 10명을 체포하여 헌병대로 이송시켰다. 이때 나도 함께 밀고 대상이 되었는데 대원 전부가 반대하여 체포대상에서 빠졌다.

뒤에 들은 이야기인데 당시 임시정부 측에서는 중국 당국에 말하기를 체포해간 10여 명을 모두 사형시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일이 있었다.

이윽고 나는 나월환의 장사를 지내주었다. 나는 이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조국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러 멀리 중국 땅에까지 와서 그것도 부하의 손에 죽게 되다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설사 그가 한국청년전지공작대의 자금을 모두 유흥가에 썼다고 하자.

그리고 단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자. 그렇다고 쳐도 그에게 당장 남아 있는 것이 뭣인가. 집 한 칸 마련하지 않았지 않은가. 생각할수록 비참한 생각뿐이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몇몇 동지들이 어리석은 놈들이라고 생각될 뿐이었다.‘나월환 암살사건 연루자 사형 또는 15년형 선고

하나는 李在賢의 회고가 있다. 이재현은 羅月煥암살사건과 연루되어 1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인물로, 이 사건과 직접 관련된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사건을 지대상 나월환과 대원들 사이에 생겨난 갈등과 감정대립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요지는 ‘나월환은 지대장으로서의 포용력과 리더십에 문제가 있어 대원들의 신망을 얻지 못하는 편이었고, 또한 비교적 여유 있는 사생활이 당시 곤궁했던 대원들의 감정을 자극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원들은 나월환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었고, 李何有가 대원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라 할 만큼 신망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월환이 이를 시기하게 되면서 나월환과 이하유와의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갔으며, 이런 가운데 대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결국 나월환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李在賢은『光復』제100~101호와 이와 연결되는 미발표 원고에서 이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또 하나는 鄭華岩의 회고가 있다. 정화암은 南華韓人靑年聯盟을 조직하여 활동했던 중국관내 無政府主義 진영 지도자의 한 사람이었다. 그의 설명 중에는 시간 개념이 잘못된 부분(사건 발생 일자를 1940년 3월로 설명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 요지는 ‘임시정부에서 전지공작대를 포섭하기 위해 나월환을 중경으로 불러 회유책을 쓰기 시작했고, 나월환은 이러한 내막을 대원들에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가 대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타살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임정측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몰라도 호종남에게 체포된 전지공작대원들의 즉각 처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하여, 임정과의 관련을 부각시키기도 하였다. (鄭華岩, 앞의 책, pp. 217~218; 李庭植 면담, 金學俊 편집, 『혁명가들의 항일회상』, pp. 362~363;無政府主義運動史編纂委員會, 『韓國아나키즘 運動史』, pp.390~391).
 
다른 하나는 趙擎韓의 회고다. 조경한은 당시 서안총사령부의 총무처장 대리로 있던 인물이다. 그는 “그 부하 몇 놈들이 고루 편협한 공사감정으로 오랫동안 음모해 오다가 마침 3·1절 기념식과 축연을 총사령부에서 마치고 지대장실에 들러 있는 찰나 短鐵棒으로 후뇌부를 맹타하여 죽인 것”이라는 설명과 이들이 宋虎聲을 대장으로 모시려 했던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趙擎韓, 『白岡回顧錄』, 韓國宗敎協議會, pp. 299~303).
 
나월환 암살사건에 대해서는 이상과 같은 세 인물의 회고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당시 활동하던 단체나 처해 있던 입장이 각각 달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 대한 설명에서도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중국군 제34 집단군 중앙전시간부훈련단 제4단에서진행하였으므로, 그 기록이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기록이 찾아지기를 기대할 뿐이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