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처럼 떠돌다 사라진 조선 ‘사림’ 6인의 궤적

훈구파로 통칭되는 기성권력에 맞서 새로운 가치와 도의정치(道義政治)를 실현하고자 했던 조선선비들의 면면을 통해 ‘선비들의 숲 사림(士林)’을 조망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사림들의 이야기’가 총 3부작으로 기획돼 1권에 이어 2권이 나왔다.

혹자는 사림(士林)들이 지향하는 이념으로 통치됐던 조선을 “평등해야 마땅할 양반과 상놈으로 나눠 차별함으로써 한국이 근대국가로 가는 시기를 한참이나 늦췄다”고 비난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체통과 명분만을 중시하던 유림들이 이 땅을 망쳤다”고도 한다.

▲ 이종범(지은이)

그러나 조선대학교 사학과 이종범 교수가 펴낸 ‘사림열전’ 시리즈는 위의 의문에 대한 답변서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이 교수는 지난 2006년 발간된 〈사림열전1-소쇄원의 바람소리〉에 이어 《사림열전2-순례자의 노래》를 통해, 사화는 부패한 특권 보수층에 대한 상대적 진보세력의 도전의 역사이자 수난의 역사이며 승리의 역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 역사의 주인공이 사림파이며 그들은 훈구파의 전횡에 맞서 싸워야 할 시대적 과제를 수행한 진보적 정치집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사림열전 2》는 세조의 왕권계승과정에서 노출된 왕실의 도덕성과 정통성의 흠결을 치유하고 새로운 역사를 세우고자 했던 전기사림파 6인의 다양한 삶과 공부, 행적, 그들의 침묵에 감추어진 의미를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은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초(史草)에 기록한 것을 구실 삼은 조선조 첫 사화인 무오사화, 연산군의 생모 성종비 윤씨의 폐출(廢黜) 사사(賜死)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일어난 갑자사화에 관련되어 죽임을 당하거나 부관참시 된 김종직, 김일손, 남효온, 정여창, 김굉필, 그리고 이들과 교류하며 후학들에게 많은 사상적 영향을 주었던 김시습 등 여섯 선비의 삶과 생각, 죽음과 부활을 담은 사림들의 이야기다.

세조의 치세를 비관한 절의파(節義派)와 청담파(淸談派)로 알려진 김시습과 남효온, 조의제문을 짓고 공식 역사에 실음으로써 시대의 아픔과 정면으로 대결한 김종직과 김일손, 성리학의 새로운 학풍을 열었던 도학파(道學派)의 선구자로 유교의 상징공간인 문묘(文廟)에 배향된 정여창과 김굉필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여섯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역사는 패자를 잊지 않는다’는 교훈을 확인하게 하고 있다.

당사자의 말과 글을 비롯하여 당대의 증언을 치밀하게 살피면서, 그들이 감추고 드러낸 소망과 분노 나아가 침묵의 의미까지 되살리고 있다. 또한 각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소통하고 어긋나면서 만들어낸 관계들을 복원시켜 당시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김시습을 제외하면 모두 연이은 사화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부관참시를 당하는 등 무참하게 도륙(屠戮) 당하지만 진실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의 모습은, 역사는 아름다운 패자들의 꿈과 희생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역사의 진정한 가치는 승자만이 구가하는 것이 아니고 패자를 통하여 구현되는 것이며, 진실의 힘이야말로 훗날의 아름다운 생명의 원천이 된다는 점을 새삼 들추고 싶다. 따라서 이 책은 아름다운 패자를 위한 예찬이며 희망을 찾아가는 순례의 여정에 바치는 노래다”라고 밝히고 있다.

총 3권으로 기획된 ‘사림열전’은 이미 발간된 1권에서는 최부, 박상, 김인후, 유희춘, 기대승, 박순, 이발, 정개청 등의 인물을 조명하고 있으며, 앞으로 발간될 3권에서는 16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이황, 서경덕, 조식, 이언적, 이이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사림열전1-소쇄원의 바람소리〉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