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끊긴 포구, 옛 영화는 사라지고…

영산강에 가깝게 다가서 보면 영산포가 있다. 호남인들의 꿈과 낭만이 녹아있는 영산포다. 영산강에 뱃길이 닿는 곳이라서 포로 부르며 면면이 이어오던 유일한 포구로서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내륙하천에 남아있는 하나뿐인 등대가 영산교가 끝나는 남쪽 강변에 자리했다.

영산강을 따라 가꾸고 만들어 이루어진 삶의 터전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영산포다. 조운선이 다니던 때부터 영산포는 영산 항구였다. 국가의 중요 곡물저장 역할을 했으며 1976년까지 목포 앞 바다의 조수가 밀려들면 이 조수를 타고 20∼30t급의 배들이 여기까지 올라왔던 것이다.

영산포는 조수를 이용해서 올라온 황시리 젓 배로 인하여 홍어와 함께 젓갈의 집산지가 되었으며 전국적으로 홍어 맛을 널리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산강은 나주평야의 젖줄일 뿐만 아니라 내륙수운을 가져다주는 천혜의 요충지였던 것이다.

아직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 등대는 1915년에 설치되었는데 강물의 깊이를 측정해서인지 하얀색의 등대몸통에는 강바닥에서부터 위로 미터눈금이 또렷하게 그려져 있었다.

영산교도 영도다리와 같은 개폐식 다리었다.

계단을 타고 등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배터리가 여러 개 쌓여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도 가끔 불을 밝힌다고 한다. 추억과 낭만을 살려보고자 얼마 전부터 저녁이면 실제로 불을 밝혀 영산포구의 지나간 역사를 기억하게 해 준다.

서울 가는 철길이 영산포 역으로 반듯하게 난 다리가 영산대교다. 옆에 있는 등대가 다리와 일직선을 이루며 강바닥에는 굵은 나무기둥이 박혀 있었다. 나무다리의 교각을 세웠던 자리라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영산강에는 영산교가 있어서 1년에 한번씩 수리를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영산구교가 만들어지기 9년 전(1914년)에는 이곳에 배가 도착하면 나무다리를 들어올려 통행할 수 있도록 들었다 놨다하는 개폐식 나무다리가 있었다. 호남선 철도가 완성되고 전 구간이 개통된 해(1914년)가 그 무렵으로 역을 이용한 사람들이 개폐식 나무다리를 건너 다녔다.

나무다리는 영암, 강진, 장흥, 해남, 완도 등의 지역과 나주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량이었으며 영산포 지역의 상권이 번영하게 했다. 여태까지 우리들이 알기로는 개폐식 다리는 부산의 영도다리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영산강에도 멋진 다리가 있었음은 지리학자(김경수)들의 영산강유역 경관변화연구에서 밝혀진 사실로 당시의 빛 바랜 사진이 이를 증명해 준다.

나무다리의 교각으로 둥근 통나무를 4개씩 줄을 맞춰 강바닥에 깊이 박고 다리의 폭은 우마차가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혔다. 난간에는 기둥을 고정시키고 난간을 울타리처럼 막아 안전을 도왔다. 강물이 가장 깊은 곳은 배가 다니는 수로로 지나가는 배가 있을 때는 다리를 들어 올리게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라 하겠다.

개폐식 목교의 양쪽에 기둥을 높게 세우고 밧줄로 고정해서 바닥을 도르레를 감아 들어올리면 배가 지나갈 수 있었다. 1920년도에 발행된 조선총독부 관방토목부의 ‘치수수리 답사서’에는 이 다리를 개인회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가설했다고 한다.

나주까지 항해하는 대형선박의 통행에 지장이 전혀 없게 가운데 부분을 들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개폐식 다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통행료를 받았으며 다리의 폭이 넓어 우마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나주 중앙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