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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나온 ‘학공치’를 보고는 ‘학꽁치’가 아닌가 하고 물어오신 독자가 여럿이었다. 어떤 독자들은 ‘사전에도 학꽁치로 실렸는데…’ 하며
틀렸다고도 하셨다. 하지만 학(鶴)공치‘로 쓰는 까닭은 이렇다.
우선 ‘학꽁치’로 쓸 근거가 부족하다. 국어사전들, 그것도 요즘 것 외에는 ‘학꽁치’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게다가 광복 직후인
1974년에 나온 한글학회의 『큰사전』에는 ‘학꽁치’라는 말이 없다. 그 대신 ‘공치’를 ‘공미리’와 같은 말로 잡은 다음 이렇게 ‘공미리’를
설명하고 있다.
공미리과에 딸린 바닷물고기. 몸이 가늘고 길어 300mm 안팎 되는데, 눈은 좀 크고 아래 턱이 길게 바늘과 같이 돌출하며, 등 빛은
농청록색이고 배는 은백색임.
잘 뛰는 습성이 있는데, 조선의 황해와 남쪽 만주의 연해 연안 도처에 떼를 지어 다니며, 바닷물과 강물이 상접하는 곳에 많이 남(공매리.
종지. 공치. 꽁치. 굉미리. 천달치. 공어. 추광어. 추도어. 침구어. 침어. 침취어.).
그러니 ‘관행에 따라 학꽁치를 표제어로 올렸다’고 하는 요즘 사전들이 ‘학꽁치’로 쓰는 근거는 좀 모호하다.
하지만 ‘정문기, 최기철’ 같은 대부분의 어류학자들은 물론 ‘국립수산과학원, 한국해양연구원’ 같은 정부기관도 ‘학공치’로 쓰고 있다.
정문기의 『한국어도보』에는 ‘학공치과’에 ‘학공치, 줄공치, 살공치’가 있다고 돼 있고, 한국해양연구원의 『해양생물대백과』는 ‘학공치
무리’를 ‘학굥치, 별학공치, 줄공치’로 나눴다.
역사적으로 봐도 ‘학공치’가 옳다. 우선 ‘꽁치’의 옛 이름조차 ‘공치’였다.(정약용의 『아언각비』, 국립수산과학원의 『수변정담』).
‘공치’라고 한 까닭은 아가미 근처에 침을 놓은 듯한 구멍이 있기 때문인데, 이 이름이 나중에 ‘꽁치’로 바뀌었다고 한다.
반면 ‘학공치’는 그대로 ‘학공치어’ 등으로 쓰였다(서유구의 『전어지』). 그러니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학공치’를 굳이 ‘학꽁치’로
바꿀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학공치’ 대신 ‘공치’로 쓰고 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을 고칠 때 ‘학공치’와 ‘학꽁치’ 둘 다 살리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