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용대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만주에서 건너온 독립군 출신들이 주도가 되어 중경에서 창설되었다. 청년전지공작대보다 1년여 늦게 조직된 광복군의 조직은 지휘부인 총사령부만 편성되어 있었다.

1939년 11월, 전지공작대가 창설될 무렵 화북지역과 최전선을 이루고 있던 서안으로 군사특파단을 파견하면서 임시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오던 군사편성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광복군의 창설은 수립 직후부터 임시정부가 추진해 오던 군대편성의 계획을 실현한 것이다. 그러나 광복군은 인적기반이나 부대편제를 갖추어 창설된 것은 아니었다.
 
상층조직인 총사령부만을 구성하여, 우선 군대부터 편성한 것이 광복군이었다. 광복군이 하부조직이 없이 상층조직만으로 창설된 것은 당시 그 조직을 구성할 만한 인적 자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총사령  : 이청천(李靑天)
참모장  : 이범석(李範奭)
총무처장: 최용덕(崔用德)
참모처장: 채원개(蔡元凱) 
부관처장: 황학수(黃學秀)
경리처장: 안훈(安 勳), 정훈처장 겸임
편련처장: 송호성(宋虎聲)
군의처장: 유진동(劉振東)

 청년전지공작대가 주둔하고 있었던 서안에 총사령부가 설치되면서 광복군의 본격적인 군사활동이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광복군은 총사령부와 지대를 기본골격으로 부대편제를 갖추었다. 총사령부는 지휘부이고, 지대는 총사령부 예하의 단위부대였다. 지대는 중국군 편제에 의하면 독립여단 병력규모의 부대를 일컫는 것이다. 
 

▲ 청년전지공작대 본부 지도

총사령부에서는 당초 제1, 제2, 제3지대의 3개 지대만을 편성하려 했던 것 같다. 총사령부 성립 당시 광복군의 당면목표는 3개 사단을 편성하는 것이었고, 서안총사령부에서도 처음에는 총사령부와 군사특파단 인원들로 3개지대만을 편성했던 것이다.

그런데 청년전지공작대가 1941년 1월 1일 광복군으로 편입하게 되었고, 이를 제5지대로 편성함으로써 모두 4개 지대를 편성하게 되었다. 

제1지대장: 이준식(李俊植)
제2지대장: 고운기(高雲起)
제3지대장: 김학규(金學奎)
제5지대장: 나월환(羅月煥)

 이처럼 1940년 초 서안과 중경을 중심으로 조선의용대와 청년전지공작대, 그리고 광복군이 항일무장단체가 활동하고 있었다.

즉 좌익세력의 조선의용대와 우익세력의 광복군, 그리고 무정부주의 세력의 청년전지공작대가 병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여건으로 인하여 조선의용대와 임정의 광복군측에서 전지공작대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전개되었다.

조선의용대 광복군 양측에서 손 뻗쳐

 본격적으로 먼저 손을 뻗친 쪽은 조선의용대였다. 1940년 12월 31일 조선의용대 2지대 부지대장 이자인을 단장으로 의용대 대원들이 친선방문단이라는 명목으로 서안에 도착, 청년전지공작대를 방문하였다.

의용대에서 전지공작대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전지공작대와 합작 또는 이들을 이용대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였을 가능성이 높다.
 
임정측과 경쟁적 관계였던 의용대에서는 전지공작대와의 합작 내지 이들을 흡수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용대 친선방문단이 서안에 도착한 다음날 청년전지공작대는 광복군 5지대로 편입, 광복군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대장 나월환은 의도적으로 대원들을 의용대와 만나지 못하도록 단속함으로써 의용대측의 의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조선의용대 대원 김학철이 펴낸 『격정시대』에 이날 나월환의 행동을 상세히 적고 있다.

‘나월환이 자기 부하들이 붉은 물이 옮을까봐 의용대원들과의 접촉을 은밀히 단속하는 까닭에 쌍방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해 볼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다’

 청년전지공작대가 조선의용군의 협조를 뿌리치고 우익진영인 광복군에 편입하게 된 배경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군사조직이 없는 김구의 광복진선은 임시정부의 사업으로 광복군을 창설하기 전 1939년 11월, 청년전지공작대가 창설될 무렵 서안에 군사특파단을 파견하여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대상을 초모, 선전활동을 전개하였다.
 
군사특파단은 군사기지를 구축하는 활동을 전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전지공작대와 수차례 만남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김구 아들 김인과 김구의 추종세력이었던 이하유, 김동수, 이해평 등이 양측의 우호 관계를 돈독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대장 나월환이 사회주의 사상에 대해 심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의용대 김학철의 얘기처럼 나월환은 부하들이 붉은 물이 옮을까봐 의용대원들과 접촉을 단속하였다. 분명한 것은 나월환이 남화한인연맹(무정부주의 단체였던 이 단체는 민족주의 색체가 강하였다.)에 가입하면서 사회주의계열보다는 민족주의계열에 더 호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불행의 씨앗으로 잉태되었다. 1년 뒤 민족주의계열의 부하들과 노선문제로 사소한 다툼이 자주 발생하였고, 결국에는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하였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