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해년 7월에 조정에서 본도에 영을 내려 쌀과 생선 먹을 것을 하사하다.

(乙亥七月朝家令本道 賜米漁食物感而有吟)

不任緣衰疾  벼슬하지 않음은 쇠하고 병든 때문이고
藏?異隱淪  자취를 감추는 것은 숨거나 빠지는 것과는 다르네
看書嗜老子  책을 봄에 노자를 좋아하고
無緯是陳人  융통성이 없음이 진부한 사람이라네
旁?丘園澤  널리 전원의 늪에 쏟아지고
均沾放散身  고르게 방황하는 몸에 적시네
辭官三負罪  관직 사퇴로 세 번 죄를 지었으니
到此愧蒼旻  이에 이르러 푸른 하늘에 부끄럽구나

이 시는 선생 나이 67세에 지은 시 입니다. 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1635년 7월에 전라도에 어떠한 재난이 있어 조정에서 백성을 구휼하기 위해서 재물을 내린 사실을 시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사한 물건은 쌀과 생선 등이었나 봅니다.

▲ 김종순 고대문화TF팀장

당시 나주목사는 이시방으로 1635년 6월 6일 부임하여 1636년 3월 29일 전라감사로 가신 분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지방관의 임무증의 하나가 구휼도 있었는데 자기 관할구역에서의 재난에 대하여 신속한 대처가 이루워지지 못하면 바로 파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주목사 가운데도 이런 구휼대책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여 직을 유지하지 못한 분들이 가끔 있었습니다.

나주목 백성들의 구휼을 위한 재물 창고는 나주읍성내에 있었으며, 특이하게 제주도민을 위한 구휼창고가 나주에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제민창입니다. 현재 영강동 410번지 일원인데 제민창은 춘궁기에 백성들에게 곡식을 대여해 주었다가 추수기에 수납하는 구제사업용 곡물을 보관하던 창고입니다.

제민창은 일명 나리포창이라고도 하는데 숙종46년(1786) 진휼청에서 공주와 연기의 접경 강변지역에 설치했던 나리포창을 나주우창에 합설한 것에서 연유합니다.

이렇게 나주우창에 합설한 연유는 미수금의 누정으로 인하 재정의 악화 등 여러과정이 있지만 정조10년에 칠산해로를 왕래하기 어렵다는 결정적인 이유로 인해서 나주우창에 합설하여 제민창으로 불리웠던 것입니다

▲ 제민창이 있었던 자리

현재 제민창은 미천서원 근처에 위치하는데 몇 개의 주춧돌과 기와편 만이 이곳이 제민창지였던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용진단이라 하여 매년 1월 10일 당산제를 올리는 당산이 있는데 제창 지산당제와 당산일원이란 명칭으로 나주시 향토문화유산 제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한편 제주도무당들의 본풀이굿 내용중에 기민창 본풀이 굿이 있는데 이 내용이 제주도에 사는 안씨선주들이 돈을 많이 벌었는데 흉년이 들어 제주도민이 굶어 죽게되자 육지로 쌀을 사러와서 기민창의 3년묵은 쌀을 사가지고 가서 제주도민을 구휼했다는 내용의 기민창본풀이굿이 있습니다. 나주의 영산강은 제주도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을 연결하는 해상교통로로서 역사 문화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갖는 물길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시에서 나오는 관직사퇴 3번은 유릉참봉, 정릉참봉, 자여찰방의 관직을 주었으나 시서선생은 모두 사양하고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김종순  고대문화T/F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