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대왕을 주제로 하는 역사드라마 대왕세종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중국 명나라 사신 황엄의 횡포가 나오는데 황엄과 나주가 관련이 있어 이참에 소개할까 합니다. 드라마에도 나오는 박은이란 분과 나주목과의 관련입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반남면은 백제때 반내부리현, 신라때 반남군이 되어 무진도독부(광주)에 속했다. 이때 야로현(현재의 영암 금정면일대)과 곤미현(현재의 영암 미암 학산 삼호면 일대)을 거느렸다. 고려초에 현으로 강등되어 나주목에 예속되다가 조선초에 폐현된 지역입니다.  
 
우리들이 반남하면 생각나는 것은 대형의 옹관고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드신 다른지역 분들은 반남의 토착성씨인 반남박씨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남파출소 앞 삼거리에서 바라보면 반남박씨 시조묘로 일명 “벌명당”이라 불리우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반남박씨 시조 박응주의 묘가 있는 곳입니다. 반남박씨는 박상충을 비롯하여 박은, 박숭질, 박세채, 박세당, 박지원 등은 배출한 유력한 씨족이다.
 
박은선생은 동국여지승람 나주목 인물조에 실린 인물로 이 분과 관련된 이야기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 벌명당으로 유명한 반남박씨 시조인 박응주의 묘

동국여지승람 나주목 산천조 앙암(일명 ??巖, 지금은 상사바위라 불림)에 대한 설명에서 “전설에 명나라 황엄이 제주로 갈 때 압승(가는 길이 무사하라고 푸닥거리나 경을 읽는 것)하였던 곳”이라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6년 4월 20일자 기록을 보면 “황엄이 친히 제주에 가서 동불상을 가져오는 것에 대해 탐라(제주)의 형세를 보고자 하는 것은 다른뜻이 있다”는 혹자들의 여론이 있다는 보고가 있자 태종은 신하들과 의논하여 황엄이 직접 제주에 가서 불상을 가져오기 전에 선차(宣差) 김도생과 사직(司直) 박모를 보내어 법화사(法華寺) 동불상을 가져오게 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 전라도관찰사 박은은 먼저 제주목관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어 법화사 동불 3구를 빨리 나주로 옮겨오게 하고, 불상을 모셔오는 임무를 맡은 박모와 김도생은 제주에 도착하여 불상을 배에 싣고 때마침 순풍이 불어 안전하게 항해하여 해안에 도착할 무렵 기상이 안좋아 수순(數旬)을 기다려 가져오는데 이들은 서을을 떠나 제주에서 불상 3구를 싣고 해남현으로 오는데 17일이 걸렸습니다. 이런 공으로 6월 27일 박모는 호군에, 김도생은 통례문봉례랑에 제수되었습니다.
 
황엄 일행은 박모와 김도생 보다 5일 늦은 4월 25일 떠나고, 홀로 남아있던 기원은 5월19일 나주를 향해 떠나. 황엄은 5월 10일 나주에 도착하여 6월 26일 떠날 때까지 48일간 머물면서 부처를 실을 자재와 기구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나주인들은 황엄일행이 나주에 오래 머물면서 얼마나 많은 해독을 받았으면 전라도관찰사 박은은 황엄 일행이 서울에 도착한 날 (7월16일) 사직을 청하고 있습니다.
 
박은이 낸 사직의 이유를 보면 첫째 조전선이 도둑당한 것 즉 전라도 조선 14척과 호송병선 1척을 안행량에서 밤중에 왜선 18척에게 침탈당하였는데 쌀이 4,090석이었다.

둘째 황엄일행이 나주에 오래 머물고 부처 운반용 자재를 크게 만들어 그 해독이 심한 것, 셋째 경기 충청 감사가 영접을 과하게 하는 것을 보고 접대를 지나치게 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나 완산부에서 나례와 과상(果床)을 차려 놓은 것,

넷째 꽃함(花函) 10여개를 만들어 가는 것을 금지하지 못한 것을 들어 사직을 천하고 있습니다. 사직 내용이 대부분 황엄일행의 횡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당시 그 임무를 맡은 관리의 잘못에 죄를 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불상 3구를 가지고 가면서 부린 횡포를 조선왕조실록 태종 6년 7월16일 기사를 통해서 살펴보면 동불상 3구를 받들고 왔는데 감실(龕) 15개를 사용하여 불상 화광(火光) 연대(蓮臺) 좌구(坐具)를 나누어 담고 모란 작약 황규 등의 특수한 꽃을 감실에다 흙을 담아 심고 궤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물자를 보면 판자 1천장, 철6백근, 마7백근을 사용하였다. 또한 불상과 화광이 감(龕)이 셋인데 높이와 너비가 각각 7척이고 안에는 백지 28,000장과 면화 2백근을 사용하여 꾸몄는데.

이를 운반하는 짐군이 수천인이고 가는 고을 마다 관사가 좁고 더럽다고 새 청사를 따로 짓게하고 가는 곳마다 물자를 요구하고 듣지 않으면 수령을 매질하고 욕을 보였습니다.
 
또한 황엄은 진원현을 지나면서 길가에 백지수(百枝樹)라 부르는 큰나무에 몰래 구리못을 박기도 하였습니다.. 이 못은 감무 허규가 발견하여 못을 뽑고 조정에 보고하니 당시 사람들이 황엄이 압승술(壓勝術)을 썼다고 의심하였습니다.
 
황엄이 불상을 가져가면서 여러지역을 지날때 충청도 관찰사 성석인 등 각도의 관찰사는 한결같이 황엄의 뜻대로 하였으나 전라도 관찰사 박은은 매사에 재량으로 감하고 예대로 대하니 박은에게 화를 내었습니다.

그러나 황엄이 서울로 돌아와 태종에게 말하길 “감사(監司)로서 전하를 저버리지 아니한 사람은 오직 박은뿐이었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큰해를 끼친 황엄일행은 7월22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나주인들이 현장에서 보고 기록한 금성일기를 보면 박은은 태종 6년(1406) 2월21일 전라도관찰사로 부임하였다고 적고 있다. 이임일은 기록되지 않았으나 다음 관찰사 최극이 8월 20일 부임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어 그 이전에 이임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 김종순 고대문화TF팀장

한편 당시 나주에 왔던 황엄을 비롯한 수행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고 있다. 대명상천사 황엄, 부천사 한가물, 삼천사 양령, 사천사 기상덕, 역사 9명, 도체찰사 박석명, 종사관 안순, 선위사 참지 위정부사 이원, 좌군도총재 임정, 중군도총제사 정구, 접반사 의정부사 이문화, 통사 판사 오진, 전부사 이자영, 전사인 박무, 전직장 최천노 김희복, 장중좌, 고기중, 내향사 이광등이 행차하여 5월 10일 나주에 왔다가 6월 26일 서울롤 떠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록에는 서울로 돌아온 날이 7월 16일로 기록하고 있어 이들이 나주에 머무른 기간은 48일간이었다.

이 기간 동안 나주인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당시 전라도관찰사였던 박은 선생은 본분에 충실하며 맡은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직서을 올리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있는 박은선생의 모습은 오늘의 우리 나주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선생은 세종 4년(1422)에 돌아가시니 53세 였다.

최근 드라마에 황엄이란 인불이 등장하여 나주와 관련된 부분이 있기에 몇자 적었습니다.

김종순  고대문화T/F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