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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희 동신대
관광학과교수 |
| 2007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내국인 해외여행자는 1,3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2005년 1,000만 명을 넘어선 이래
2년만의 일이니 양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1989년 전 국민의 해외여행자유화가 실시된 이후 실로 눈부신 성장을 한 셈이다.
남한 인구가 약 4,800만 명이니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상이 2007년 한 해 동안 해외여행을 한 것이다. 지구상에서 단기간에 이처럼
괄목할만한 숫자의 해외여행객을 방출한 국가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통계에서처럼 내국인 해외여행자가 양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해외여행문화 수준도 거기에 버금가도록 행동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일례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화장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과연
화장실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가?
우리는 흔히 화장실을 단순하게 대소변을 배출하기 위한 시설로 인식하고 변소나 뒷간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인간의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필요
불가결한 장소임에 틀림없는 공간이다.
실제로 화장실은 그저 급한 생리적 용무만 보는 곳이 아니라, 변기에 앉아 사색을 하기도 하고,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기도 하고, 손을 씻고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꾸미는 말 그대로 "화장실"인 것이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화장실은 단순히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장소가 아니라,
인간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보다 화장실 문화가 앞선다는 일본에서는 1974년 화장실협회가 발족되어 수시로
화장실 관련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우수 화장실을 선정하여 표창하는 등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화장실 수준이 상당하다고 한다.
뿐 만 아니라, 매년 11월 10일을 "화장실의 날"로 정하여 시행하는 등 공중화장실 환경개선을 통해 이용자에게 쾌적함과
청결함을 제공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화장실문화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장실이 더 이상 과거처럼 더럽고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공간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면서 쾌적한 화장실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일례로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000년에 외국인 관광객 수용태세 개선을 위해 5대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화장실 청결운동을 첫 번째로 실시했다.
불결한 화장실이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망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관광과 관련하여?불결한 화장실?이 불편사항 상위권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또한 불결한 화장실을 개선하고 올바른 화장실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1999년 8월에 한국화장실문화협의회가 창립되었고, 이후 이 단체는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매년 "전국 공중화장실 베스트 5 및 워스트 5"를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999년부터 시작된 이러한 화장실 운동은 시민단체의 활동, 언론의 적극적 호응, 지자체의 경쟁적 참여 등으로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노력과 활동에 힘입어 고속도로, 터미널, 역, 공원 등의 불결한 공중화장실이 말끔하게 단장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화장실에 있어서는 외관도 시설도 국내외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장실의 시설수준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시민의식이 이에 미치지 못하여 사용하는 사람의 문화가 엉망이라면 깨끗한 화장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벌컥 여는 행위, 빨리 나오라며 화장실 문을 발로 차는 행위, 용변을 본 후 아무 곳에서 휴지를 버리는
행위, 바닥에 껌이나 침을 뱉는 행위, 용변을 본 후 물을 내리지 않는 행위 등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2000년에 단군이래 최대의 국제행사라고 일컬어지는 ASEM, 2001년 한국방문의 해,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등 세계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국민이지 않은가?
더구나 올해는 광주와 전남이 공동으로 지역방문의 해 사업을 실시하는 해이기도 하다. "2008광주·전남방문의 해"를 맞아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에게 "아름다운 화장실"을 제공하여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내외에 보여주도록 하자.
그리고 진정으로 화장실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물리적인 시설개선이 아니라 "화장실을 자기 집처럼 깨끗하게 사용하겠다는" 시민의식
정착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공중화장실의 시설이나 관리는 정부의 몫이지만, 청결하게 사용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김선희 동신대 관광학과교수
3675@dsu.ac.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