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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영산강이야기 12. 면앙정한국 시가의 산실…가사문학 답사 1번지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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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호] 승인 2006.04.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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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순(1493∼1582)은 성종 14년 담양군 봉산면 상덕리에서 태어났다. 호가 면앙으로 이곳에 지은 정자에 자신의 호를 넣어 부를 만큼 만년에는 면앙정에 오르기를 즐겨했다고 한다. 눌재 박상으로부터 학문을 익혔고 27세에 대과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역시 스승 박상이었다. 송순은 눌재에게 종학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평생을 통해서 인생의 진로를 알게 된 것은 오로지 선생이 이끌어 주신 힘의 덕분이다.”
눌재 박상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지조와 강개의 인물인 눌재의 문하에서 공부하면서 치심이경과 처사이직의 가르침에 깊이 감화되고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그 역시 경직과 절의를 숭상하는 삶의 자세를 지니며 평생을 살았다.

송순은 전라 관찰사, 경상관찰사, 나주목사, 광주목사 등을 거쳐 한성부판윤, 중추부지사 등을 지냈다. 이러한 많은 관직을 지내오는 동안 파관과 좌천을 당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유배를 당하기도 했다. 송순은 성격이 너그럽고 후했으며 특히 가야금을 잘 탔고, 풍류를 아는 호기로운 재상으로 알려졌다.

그는 벼슬길에서 물러난 뒤 고향의 면앙정에서 선비들과 교유하며 학문을 닦고 시문을 창작하면서 신선처럼 살았던 송곳 같이 꼿꼿한 선비였다. 평생 덕을 근본으로 삼고 흐트러짐이 없는 선비의 길을 걸었으며 관용과 대도를 삶의 정도로 삼고 살았다.

오백리 물길, 영산강에서 강을 사랑하고 자연의 정취에 취해서 자연 탐미의 순수한 마음은 오늘날의 생명사랑과 맥을 같이 한다. 작금의 우리들이 따라가기 힘들만큼 자연예찬을 담은 송순의 면앙정가를 들어보자.

말년에 고향땅 담양으로 돌아온 송순은 풍광 수려한 곳에 아담한 정자를 짓고 자신의 호를 붙인다. 그만큼 남은 애정을 모두 쏟아 부었다는 의미이다. 면앙정에서 14년간을 지내면서 여생을 마친다.

그가 정자에 앉아 시를 읊으면서 보낸 시간이 호남가사문학의 원류가 되었다. 그는 문학을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교유하며 함께 호흡했다.

그는 사대부들에게 물아일체의 추구는 시학의 중심과제 해결책이라고 했다. 면앙정 주변의 산수 자연을 매개로 심오한 자연을 느끼고 철학적으로는 천일합일의 경지를 체득하고 순수자연의 희열을 맛보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라고 했다.

송순의 향토자연을 아끼는 마음에서 호연한 정취를 느끼고 인간사에 있어서는 지극한 정감으로 대처하며 여유로운 정겨움이 흘러넘친다.

송순이 세운 면앙정(전남 기념물 제6호)은 창창한 죽림 속 숲길을 지나 가야한다. 사방으로 대나무가 숲을 이루어 어쩐지 조금은 으스스하다. 다행이 오르는 계단 길은 돌로 단을 쌓아 걷기가 편했다. 제월봉 정상에 면앙정이 자리했다.

정자의 우측에는 송정효의 면앙정 증수비가 서있고 왼쪽으로 한국문학 동호회에서 세운 검은 오석에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면앙정가를 새겨 적었다.

이곳은 단순한 정자가 아니다. 송순의 시중 600여 편이 이곳에서 태어난 산실이다. 정자의 마루에 걸터앉자마자 무등산 천왕봉(1187m)이 첫눈에 들어온다. 정자를 싸 안 듯 품고 있는 대나무들이 가지를 부딪칠 때마다 서걱이는 소리가 모래톱을 때리는 파도소리처럼 들려온다.

정자 밑으로는 푸른 여계천이 흘렀다지만 지금은 작은 물도랑으로 무성한 갈대와 수초가 덮어버렸다. 지난날 여계천에는 갈꽃과 백일홍이 철따라 피고 흰 백사장에는 백로가 찾아 들었으며 어부들의 힘찬 노래 가락을 정자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정자의 뒤로 가보았다. 훤히 터진 전경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면앙정에 와서는 꼭 뒤뜰에 서 보아야 한다. 이곳에 정자가 들어서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후면에서 보는 경관이 너무 자랑스럽다. 넓고 또 넓은 평야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들녘을 지나 겹겹의 산들이 하늘에 닿았다. 회색 띠를 두른 산은 원을 그리며 멀게만 보인다.

산은 멀리 보아야 아름답다. 노령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가 염주 알처럼 대롱대롱 이어졌다. 금성산, 추월산, 용구산, 병풍산, 어등산, 용진산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처럼 황홀하다. 아무리 악인이라 하더라도 정자에 오르면 삿된 마음들이 녹아내리고 자연과 합해져 순수함으로 변할 것이다.

정자는 기초를 다지고 단을 쌓아 높이 올려 한껏 힘을 뽐낸다. 돌로 층을 올렸는데 무려 열 단이나 높게 올렸다. 팔작지붕의 골기와가 반듯해서 모든 멋을 다 부렸다. 추녀 밑에는 네 곳에 고주를 세웠다. 방은 한 칸으로 가운데에 만들었다.

아궁이에 군불을 지핀 흔적으로 보아 꺼먼 그을음이 그어졌다. 대들보 옆으로는 많은 시가 검은 송판에 써서 벽면 가득 채워 걸었다. 정자에 오른 이들의 자랑스러운 시들이다. 임억령, 고경명, 박순, 임제 등의 이름이 보였다.

면앙정 주변에는 4그루의 아름드리 참나무가 있었다. 한그루에 보통 두말의 도토리를 줍는다고 한다. 참나무 줄기는 겉껍질이 두껍고 푹신해서 포도주의 병마개로 쓰일 뿐만 아니라 산막처럼 산속에 짓는 집의 지붕을 덮는데도 쓰인다. 너와집의 지붕이 그것이다. 도토리나무는 흔히들 참나무라고 하는데 우리조상들은 예로부터 도토리로는 묵뿐만 아니라 국수로도 만들어 먹었다.

가난하고 배고픈 민초들을 생각했던 송순은 면앙정 주변에 참나무를 심었다. 실제로 이곳의 참나무는 많은 도토리 열매를 주울 수 있게 해준다. 가뭄이 들어 흉년이 오면 어김없이 힘없는 백성들을 구제했다고 한다. 앞을 멀리 내다보는 송순의 애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힘들고 어려운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서민들의 생활에 따뜻한 애정을 내보인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의 한 시에서는 서러움에 지친 가난한 농촌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이는 면앙정 문학의 우수성인 동시에 조선 문학의 발전적인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면앙정 주변의 근경에서 자연사랑과 인심 좋은 남도인의 성품을 글로 썼다.

면면이 이어져 흘러내리는 여계천의 청정한 물소리에 모든 시름이 사그라지게 써 내린 송순의 친자연 시에 현실극복의 의지가 팔팔하게 고동친다. 농사짓는 이들의 애환을 진솔하게 그려낸 현실을 비판하고 부조리를 없애려는 송순의 각오와 다짐이 오늘의 우리들을 놀라게 한다. 뜨거운 가슴으로 그들의 자연사랑 정신을 이어받자. 가진 자의 넓은 마음은 없는 자들을 보듬어서 배를 부르게 할 것이다.

면앙정은 후세인들의 교육과 시가의 유적지로 찾아보아야 할 역사적 가사문학 답사의 1번지로 길이 빛날 것이다. 조선조 국문시가의 방향과 발전의 지표는 면앙정으로부터 시작된다. 한국시가문학의 산실이라 하겠다.

벼슬을 마치고 귀향한 선비들의 행동지침은 면앙정에서 찾아야 한다. 풀포기 하나 나무 한 그루 심는 것도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도토리를 줍게 하고 소복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한 자연사랑이 오늘날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라 하겠다. 하늘을 우러러 두 팔을 벌리니 면앙정이었다.

 /나주 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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