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끌려가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63년만에 감격의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됐다.

29일 나주초등학교(교장 김윤섭)에 따르면 학교측은 오는 5월20일에 열릴 개교기념일 행사에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출신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79.광주 서구 양동), 이유녀 할머니(78.광주 동구 학동)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할머니는 해방 직전인 1944년 5월 당시 나주초교 6학년에 재학 중 ‘일본에 가면 공부도 시켜주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일본인 교사의 말에 속아 바다 건너 일본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나고야 미쓰비시(三菱)중공업 항공기 제작회사에 배치돼 이듬해 8월 해방될 때까지 1년3개월간 하루 10시간 이상 혹독한 강제노동에 종사해야 했다.

당시 두 할머니와 함께 끌려간 사람은 동료 학생 10명과 졸업생 14명 등 24명으로,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된 이는 현지에서 지진으로 숨진 1명을 포함, 양금덕, 이유녀 할머니 등 모두 3명 뿐이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일본으로 끌려간 두 할머니는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1945년 10월21일 마음의 상처와 지친 몸을 이끈 채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조국에서 이들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유 하나로 일본군 위안부로 몰려 숱한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혼사가 미뤄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양 할머니는 일본에 다녀온 사실을 숨기기 위해 멀리 떨어진 화순 출신 남자와 결혼했지만 결국 5년만에 강제징용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집을 나가면서 파경을 겪기도 했다.

두 할머니의 당시 생활기록부에는 ‘정신대 동원중’이라는 글귀가 남아 있어 강제동원이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와 일본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으로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3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는 “늦었지만 그토록 그리던 졸업장을 받게 돼 꿈만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유녀 할머니는 “그동안 겪은 고통을 보상받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아픔을 이제라도 보듬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순천남초등학교도 1945년 졸업 직전 일본인 교사에게 속아 일본 후지코시사에 끌려가 강제노동 피해를 입은 근로정신대 출신 김정주 할머니(78.경기도 거주)에 대한 명예졸업장 수여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현재 국립문서보관소 자료를 확인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