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아무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외진 산등성이 고목처럼
부러진 가지에서
젖은 것들이 스며 나와 상처를 덮었다
어딘가 기댈 마음이 있으리라
번뜩이는 입질이 희미해지고
렌즈의 풍경이 방울방울 부서져내려
내 몸이 하얗게 지워졌다

저기 누군가 나처럼
숨기고 싶은 상처 하나 있어
여린 꽃잎을 가누지 못하고 흩어지는가
작은 잎새 한 장 찢어내는 일이라고
그리 안쓰럽게 눈 부릅뜨지 말라고
저 상처 지금, 부드러운 혀로 속삭이고 있다.
자욱한 통증을 견디노라면
없었던 듯 나는 지워져버리고
그 자리에 아기 햇살 눈부실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