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했던가. 세상에 영속하는 것은 없듯이 지명(땅 이름)도 바뀌거나 사라지게 마련이다. 경남에서만 하더라도 ‘진양군’이 ‘진주시’에 통합됐는가 하면 ‘충무시’는 ‘통영군’과 통합되면서 ‘통영시’로 이름이 바뀌었다.

다른 나라라고 그런 게 없겠는가. 땅 이름은 물론, 나라 이름도 바뀐다. 아프리카에서는 ‘자이르’가 나라 이름을 ‘콩고민주공화국’(수도 ‘킨샤사’)으로 바꿨다.

물론 수도가 ‘브라자빌’인 예전의 ‘콩고(인민공화국)’는 그대로 있어서 많이 헷살리게 한다(이건 몰라서 헷갈리는 게 아니라 알아서 헷갈리는 경우인가?).

러시아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페트로그라드’로 바뀌었다가 ‘레닌그라드’로 바뀐 뒤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다.

아시아 지역을 보자면, ‘버마’는 나라 이름을 ‘미얀마’로, 수도는 ‘랑군’에서 ‘양곤’으로 바꾸었다.

인도의 ‘캘거타’는 ‘콜카타’가 됐으며 ‘마드라스’는 ‘첸나이’로 바뀌었다. 또 ‘봄베이’는 ‘뭄바이’가 됐다. ‘할리우드’에 빗대어서 인도의 영화산업 중심지 ‘봄베이(혹은 인도 영화산업 자체)’를 ‘볼리우드’라고 불렀는데 이제 ‘몰리우드’로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이 바뀌어서 이름이 바뀐 것도 있다.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은 ‘반다르스리브가완’으로, 태국의 휴양지 ‘푸케트’는 ‘푸껫’으로 바뀌었다.

또 베트남의 ‘호치민’과 ‘나트랑’은 각각 ‘호찌민’과 ‘냐짱’으로 바뀌었고 호찌민의 ‘탄손누트 국제공항’은 ‘떤선녓 국제공항’으로 바뀌었다.

우리로서야 혼란스럽지만, 다들 제자리를 찾아간 것으로 생각하면 일일이 새로 외워야 하는 마음이 조금 편할 것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