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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프리즘] 음식문화의 상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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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호] 승인 2007.12.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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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강남의 한 호텔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에 우연히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 국제회의를 주관한 회사는 다국적 기업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업실적 향상이 그날의 회의주제였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회의참석자들에게 그 회사의 회장인 A씨는 내가 듣기에 약간 생소한 인사말로 개회사를 시작했다. 거창한 개회사를 기대했던 내게는 약간 의아한 내용이었기에 생소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A씨의 첫마디는 바로 “한국의 술과 음식을 마시고 먹었느냐”였다.
 
   
▲ 김선희 교수
순간 약간 당황했지만, 곧이어 그들의 여행자세에 대해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업무상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해야 하는 그가 던진 한마디에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어떤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식이라는 것을 A씨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각 나라를 올바로 이해해야만 그들의 영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비단 그런 이유로 개회사를 음식 얘기로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한마디에 그들의 개방적인 사고가 고스란히 깃들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타민족에 대해 대체적으로 관대한 정책을 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예는 차지하더라도, 우리와 지리상으로 가까운 중국은 56개의 민족(한족(漢族)이 전체 인구의 96%를 차지하고 있으며, 55개의 소수민족이 인구의 4%를 차지)이 모여 국가를 이루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부터 한민족, 한 핏줄이라는 것을 자랑으로 삼아 왔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이는 그 만큼 타민족, 타문화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또 다른 표현이 아닌가.
 
한국관광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많은 통계조사가 행해지고 있는데, 이 통계가운데 재미있는 것이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이들이 선호하는 한국음식 가운데 하나가 김치라는 것이다.

매운 음식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hot(맵다)”를 연발하면서도 김치를 먹는다. 이들이 김치를 찾는 것을 보면서, 가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그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여행문화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것은 바로 여행하는 동안 철저히 현지화하려는 노력이다.
 
평소에 늘 즐겨 먹던 그들 고국의 음식이 아니라,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 나라 고유의 음식을 접하고 싶은 것이다. 결국 그들은 여행을 통해 자기네와는 다른 문화를 몸으로 그리고 입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한국관광을 한 외국인이 김치도 먹어보지 않고, 막걸리나 소주를 마셔보지 않고서 그들이 한국을 제대로 이해했을까? 마찬가지로 국외여행을 하면서 김치가 있어야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대신에 타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은 어떤가?
 
하지만 우리는 이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여행 중에 먹을 고추장이나 김, 멸치볶음을 준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짐 꾸리기 과정이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장거리 여행에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분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런 분들이 가끔씩 스파게티에 고추장을 소스로 얹어도, 그리고 바게트(baguette)에 버터 대신 고추장을 바르더라도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포장용 ‘김치’를 꺼내 놓는다거나, 호텔 객실의 미니바(mimi-bar)에 먹다 남은 포장용 김치를 보관해 두는 바람에 미니바에 김치냄새가 배여 단체로 호텔 측으로부터 컴플레인을 당하는 일은 좀 지나치지 않은가…….
 
한국 가정에서도 가끔씩 비빔국수를 먹는 경우가 있다. 스파게티를 이태리의 비빔국수쯤으로 여기고 먹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 매운맛이 가미된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음식의 상대성에 대한 몰이해는 현지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을 반영한 단적인 모습일 것이다. 살다보면 타인의 생각을 내 뜻대로 혹은 내 방식대로 바꾸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다시피 자기 자신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이제는 그 어떤 것이든지 내 편의대로 혹은 내 기호대로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터득해야 할 것 같다.
 
평생 동안 한국음식과 문화에 젖어버렸으니 다른 나라의 음식에 대해 배타적인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우리민족이 타문화의 민족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말하면 표현이 좀 지나치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과거 ‘개고기 식용문제’로 인해 국제적으로 시끄러운 적이 있다. 하지만 감히 말 하건데, 그것은 하나의 음식문화일 뿐이다. 우리 역시 고양이 고기를 먹는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그들의 문화이다.

우리의 개고기 식용문화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었으니, 결국 우리는 타문화에 대한 몰이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 우리 역시 그들 못지않게 타문화에 편견을 주는 가해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인들이나 인도인들이 포크나 수저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대한다. 마치 미개인을 보는 것처럼.....
 
타문화에 대한 배려, 그것이 음식이든지 생활상이든지 내 방식으로가 아닌 그들 방식으로 이해한다면 여행이 한결 즐겁지 않을까.....
 
천만 명이라는 출국자 수만으로 세계화의 문턱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말로만 세계화나 국제화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런 기본적인 여행 자세부터 바꾸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의 초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선희 동신대 관광학과교수
3675@d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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