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과 협의 없이 해외여행에만 급급

"의회가 지난 14일까지 의정비 과다 인상 철회 요구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해 주기로 했었는지는 몰랐었다. 다만 대책위에서 의장실을 방문한 자리가 의정비 과다 인상 철회 뜻을 전달하는 자리로만 생각했었다"

지난 15일 강인규 의회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정광연 건설교통위원장, 김세곤 자치행정위원장 등 의장단과 홍철식 의원이 의정비 과다 인상 반대 기자회견 및 규탄대회를 앞두고 의정비인상반대대책위원회 사무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의장단이 한 사과의 말 중 한 대목이다.

당초 의장단은 기자회견에 앞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해 줄 것을 부탁했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고,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말 없이 기다리기만 해야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서야 대책위와 간담회를 갖은 의장단은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사과의 말과 함께 "의장이 바쁘다 보니 의정비 과다 인상 철회 요구와 관련, 의회의 입장표명을 하지 못한 채 해외출장을 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이날 의장단이 빚은 촌극의 배경에는 거목(?) 나익수 의장이 있었다. 또한 대책위가  기자회견과 규탄대회를 개최하게 되기까지도 큰 몫을 한 장본인도 나 의장이다.

지난 9일 대책위는 나 의장을 방문, 의정비 과다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와 건의문을 전달하고 14일까지 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14일이 지나도록 의회의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었고, 이에 대책위는 의정비 과다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규탄대회를 열게 됐다.

그전에 나 의장은 대책위와의 약속을 소귀에 경 읽듯 흘려버리고선 지난 12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해외출장을 떠났다. "너희들은 짖어라. 나는 내갈길 간다"라는 식이었다.

해외출장을 떠나기 전 의회운영위원장을 통해서라도 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 있도록 했었어야 했음에도 나 의장의 '끝 모를 독선'은 이를 간과해 버렸다.

의원들은 대책위가 나 의장에게 성명서와 건의문을 전달했었는지도 몰랐고, 이와 관련해 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14일까지 표명해 주기로 했던 사실에도 깜깜무소식이었던 것이다.

'의장'이라는 '완장'을 차고 있는 나 의장에게 일개의 의원들은 별거 아닌 사람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의원'이 '의원'을 존중하지 않은 꼴이 되기도 했다.

이런 독선이 의원들에게 의정비 과다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대책위의 방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또 의회의 입장에 관해서도 어떻게 표명할 것인지 의원들과 간담회조차도 갖지 않은 것 아니었겠는가.

의장은 의장대로, 의원은 의원대로 '따로 노는 의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단면이다.

의회를 향한 거센 비난의 눈총과 함께 시민들의 근심 어린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의원 간 협의를 거치지 않는 의회가 어떻게 시민의 눈과 귀가되어 하나된 목소리로 나주발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