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파이팅), 그림말(이모티콘), 다걸기(올인), 꾸림정보(콘텐츠).'

국립국어원이 지난 2004년 7월부터 하고 있는 우리말 다듬기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제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왠지 뒷북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더 든다. '파이팅'이니 '콘텐츠'니 하는 말이 이렇게 널리 퍼지도록 대응이 제대로 없었으니….

그런 면에서 보면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이복남 원장이 쏟고 있는 노력은 대단하다. 이 원장은 부산일보는 물론, 청와대와 기자협회 홈페이지 등에 「잘못된 표현인 '장애우'를 '장애인'으로 바로 쓰자」는 글을 올리는 등 엇나가고 있는 흐름을 바로잡으려 애쓰고 있다.

이 말의 흐름을 살펴보면,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장애자''라는 말이 나왔는데 '자(者)'가 '놈'이므로 바꿔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1989년 결국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장애인'이 됐다. 그런 와중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모두가 친구'라는 뜻에서 '장애우'라는 말이 나와 이제 널리 퍼지고 있다. 아예 스스로 '장애우 단체'라 부르는 장애인 단체도 생겼다.

'장애우'로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 원장의 근거는 간단하다. '젖먹이'나 '할아버지'를 '장애우'라 부르기가 마뜩잖은 데다 "나는 장애우 입니다"라는 1인칭 표현도 어색하다는 것이다. '나는 장애우'라면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건지, 아니면 장애인의 친구라는 건지 헷갈리는 데다 '비(非)장애우'는 또 무슨 뜻인지 혼란스럽다는 것.

그러니 공식적인 법률용어인 '장애인'으로만 쓰자는 것이 이 원장의 주장이고, 사실 그게 옳기도 하다. 게다가 하나 더, '장애우'란 표현이 장애인을 비주체적인 존재로 만들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원장의 노력을 봐서라도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안정되기를 기대한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