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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국의 가운데에는 신비한 영약성분이 넘쳐흐르는 우물이 있는데 이 물을 마시면 남자와 동침을 하지 않아도 아기를 밴다고 전해온다. 사내
없이도 아이를 밸 수 있다는 우물은 신정(神井)이라 부르며 신성시 여겨오고 있는 곳이다. 일부에서는 우물 속으로 머리를 숙여 내려다보기만 해도
애를 밴다고 한다.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새 생명이 잉태되는 것인데 여기서는 고정된 우물을 음으로 보았다.
그리고 우물 속으로 집어넣은 머리를 양으로 본 것이다. 음양이 화접 했으니 애를 낳을 수 있다는 믿지 못할 속설이다.
여인국에서 남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낳지 못하게 되면 건강한 여인들이 옷을 홀랑 벗고 깨끗한 나체로 남쪽에서 불어오는 남풍을
배로 받아들이면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남자가 없는 섬에서 얘기를 갖는 방법은 또 있다. 뜨거운 욕정을 느낀 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알몸으로 누워서
발가락을 쳐들고 꼼지락거리며 남풍(南風)을 쏘이기만 해도 아이를 밴다고 믿었다. 음양을 꾀 맞춘 그럴듯한
이야기다.
남자도 없는 섬이 여인들만으로도 여러 백년을 이어온 것은 건강한 여인들이 선단을 조직하고
이웃나라에서 남자들을 납치해 와서 인간종자 씨앗으로 쓰고 필요가 없어지면 철저하게 처단해버려 후유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된 아이 중에 여자아이는 끝까지 키워 여인국의 전사로 대를 이어 나라를 지켰으며 남자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바다에 버려
고기밥이 되게 했다. 엄격한 여성우월주의라 하겠다.
말로만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인국 섬에서 해안 주변에서는 그때 버렸던 작은 유아의 해골이 지금도 가끔 무더기로 발견되어
당시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전설적인 여인국에서는 오로지 여인이 세상을 지배한다. 아기를 날 때도 남자는 필요 없다. 무정수정(無精受精)으로 아이를 배거나
떠돌이 어부를 잡아다가 실컷 수정을 받아들이고 난 다음 죽여서 바다에 던져버리는 것이다. 태어난 아이는 여아만 골라 키우면서 여인국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인국에서는 실제로 여자아이가 거의 압도적으로 많이 태어났다고 한다. 여자아이를 많이
낳는 유전 질에 영향을 끼치는 어떤 지정학적인 이유는 오늘날의 최첨단 의학기술로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내리쬐는 달의 정기(精氣)에 주파(周波)가 다른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보기도 하고,
여인국지역의 특정 광물성이 용해되어 식수가 오랜 시간을 두고 성을 좌우한다는 체험 방이 우리 조상들 사이에 전승돼 내려온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다만 그 지역여인들이 마신 식수가 여인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여자들만 생산하게 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선장의 초공들에 대한 독려는 계속되고
오늘날에도 여인국이 존재했던 이키시마 섬의 가까운 해저에서는 그때 버렸던 남자들의 비슷한 연령무더기 유골이 집단으로 한꺼번에,
심심찮게 발견되곤 해서 당시의 번영했던 여인국의 실체를 느끼게 해준다.
억압당하며 짓눌린 여성들의 한풀이였을까? 중국의 문헌에도 남자들이 없는 여인국이 등장한다. 부상국(扶桑國), 타항곡( 恒谷),
여애국(女 國)등 전설적인 여인국이 많다. 무정수정(無精受精)으로 아이를 배기도 하고 떠도는 난파선을 구해내고 끌고 가서 실컷 수정받은 다음
아기가 태어나기 전, 남자가 싫어지고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죽여 버린다.
새롭게 태어난 아이 중에
사내아이를 낳으면 없애버리는 것으로 여인국의 명맥을 이어갔다.
남자들은 옷 벗은 여자들의 매끈한 알몸 위에 올라타서 짓누르며 쾌재를 부른다. 여자를 정복했다는 만족이겠지만 이는 착각이다. 아무리 무거운
남자가 올라와도 거뜬히 견디며 웃음을 짓는 여자는 마지막까지 즐거워한다. 끈끈한 인내심은 여성에게서 나온다. 고대 희랍신화에 나오는 여인국에서
아마존의 젖이 없는 여인들로 구성된 아마조네스는 상상 속의 여인들이었을까? 정말로 존재했을까?
아마존 강을 수없이 뒤집고 다녔던 프란시스코오레아냐는 진정 여자만의 부족을 발견했을까? 눌려지낸 억울한 감정 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닐까?
수정호에서 가장 나이 많은 부명동(55살)의 실감나는 여인국이야기가 끝나자 듣고만 있던 자마다 긴 한숨을 몰아쉬며 아쉬운 듯 입맛만
다셨다.
선장은 배의 뒤쪽을 향해 악쓰듯 외쳤다.
"키를 똑바로 잡아라. 우리배가 동남쪽으로 가고 있으니 조금 전의 여인국으로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여자들의 사타구니 속에
빠지면 살아날자 아무도 없다. 방향을 바르게 잡고 나아가야만 살수 있다. 잘못하여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운선을 잘해야만 할
것이다."
"에-에 이-이."
초공들의 대답이 시원하지 못하다. 김고면이 사정하듯 울먹이며
말했다.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별을 헤아려 뱃길을 잡아가기도 어려운데 밤낮으로 흐린 날씨만 계속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초공들은 오로지 불어오는 바람의 변화만으로 동서남북을 짐작으로 가름한다. 더군다나 삐거덕거리는 키는 방향 바꾸기가 원하는 데로
되지 않는다.
수정호의 사활을 걸머진 김고면의 얼굴에는 눈물과 땀방울이 범벅이 되어 피어오른 바다 물과 합해져 하얀 자국이 선명하게 그어지고
있었다. 이미 조정능력이 없어진 키지만 이를 붙들어 잡고 있는 그들은 의무감 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기력만 소진해 간다.
죽을힘을 다해 키를 잡고 있는 그들은 서로 교대해 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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