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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프리즘] 학벌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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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호] 승인 2007.09.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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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씨 학력위조 파문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정치권을 뒤흔들어 태풍을 일으키는 요즘, 학벌 없는 사회를 다시 생각한다. 최근 조사결과에 의하면 네티즌 3명중 2명은 학벌주의 사회 풍토가 학력위조를 조장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 참여자 2789명 중 2160명(77%)이 대학간판만 보고 뽑는 학벌 사회가 문제라고 답했다. 반면 학력을 속인 개인의 욕심이라고 답한 네티즌은 23%(629명)로 나타났다. 네티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능력이 좋아도 학력이 낮거나 학벌이 안 좋으면 푸대접을 받기 일쑤"라며 "좋은 대학만 나왔다고 하면 무조건 뽑아주고 대접해주는 이 사회가 문제"라고 말했다. "

   
▲ 박상하(나주대 교수)
개인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사회 풍토가 일찍부터 만들어졌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취직을 하려면 명문대가 우선시되고, 말로는 학력 철폐라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학벌은 일종의 성취이지만 한번 얻어진 성취지위의 대가 이상으로 개인사에 끼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학벌과 전혀 상관없는 취직, 일상사, 인간관계, 결혼 등에까지 판단 기준으로 군림한다.

결국 이것은 우리의 사회적 행위를 구속한다. 그야말로 현대판 신분제도인 셈이다. 졸업식 때마다 항상 들어왔던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은 우리사회가 일찍부터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를 양산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정 학력을 가진 자들이 학벌사회를 만들어 새로운 신분제를 구성하고 진입장벽을 만들어서 그 학력이 없는 이들은 그 학벌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를 거부한다.

문제는 특정 학력으로 구성된 학벌사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고 그들의 나라로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학벌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벌이 개인의 사회적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튼튼한 네트워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학벌을 기준으로 동일시적 내부집단에는 더없이 관용스러운 반면 다른 외부집단에는 대단히 냉정한 사회가 학벌사회이며 바로 한국사회다.

그동안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의견과 대안들이 제시돼 왔다. 어떤 사람은 일류대를 없애고 대학간 서열을 해체한 대학평준화를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국립대학들을 네트워크화함으로써 교수들을 순환 근무시켜서 학벌사회의 폐해를 완화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제안들이 세계와 경쟁하는 글로벌화시대에 공감을 얻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대학평준화를 유지해 오던 선진국의 대학들도 엘리트 대학들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고 대학간 경쟁을 부추기는 등 세계 일류대학을 꿈꾸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벌사회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숙제다.

학벌사회가 아닌 능력사회로 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기업과 정부를 포함한 사회조직들은 학벌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제도들을 도입해야 한다. 기업체 인력채용시 학력 기재란을 삭제하거나 공직임용의 경우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고, 전문분야별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국민들의 의식구조와 가치의 변화도 중요하다. 공적 영역에선 비판하면서도 사적 영역에선 학벌을 따지는 우리의 이중적 모순이 학벌사회를 재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우리 안에 잠재된 반민주적인 학벌의식과의 결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양한 능력자를 발굴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국사회는 현대판 신분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박 상 하 (나주대 교수)
parksh@na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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