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손식대를 지나며 느낌이 있어서(雨後 過孫軾臺有感)

峯藏暮靄柳藏烟  봉우리는 저녁 이내를 감추고 버들은 안개를 감추네
谷雨初晴漲石川  골짝의 비가 막 개자 돌 시내에 물이 부네
玉節孫郞携妓處  옥 부절을 찬 손랑이 기생 데리고 놀던 곳에
遺臺今作豆花田  누대만 남고 지금은 콩밭이 되었구나

▲ 김종순 고대문화TF팀장

뭔 손식대 이야기냐 의아 하십니까 ? 이 시의 제목 아래에 손씨가 방백이었을 때 늘 이 누대에서 놀았기에 손식대라 불렀다는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누대의 위치를 말하고 있는데 정열사 앞에 있다고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먼저 손씨란 방백에 대해서 살펴 보겠습니다. 전라도 관찰사 명단을 보면 시서선생이 살다간 기간 동안에 손씨 성을 갖는 분이 한 분 계시는데 이름도 손식입니다.

1580년 5월부터 1581년까지 재임했던 관찰사입니다. 손식 관찰사가 나주에 순행와서 이곳의 정자를 자주 이용하자 단시의 세상 사람들이 별칭으로 손식대라 하였지 않나 생각됩니다.

여기서 나오는 방백이라는 명칭은 관찰사를 지칭하는 용어의 하나로 흔히 감사, 도백, 방백, 외헌으로 불리우는 관찰사는 종2품으로 문관직 입니다. 조선시대 당시 전라도의 지방관중에서 가장 직위가 높은 자리입니다.

참고로 나주목사는 정3품입니다. 관찰사가 집무를 보는 감영은 전주에 있었으나 조선 중기까지는 각고을의 지방관들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는지 등을 살피는 순행을 행하였습니다. 나주는 나주목객사 금성관의 동익헌(벽오헌)에서 집무를 보았습니다.

▲ 손씨가 방백이었을 때 늘 이 누대에서 놀았기에 손식대라 불렀다는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앞에 말한 정열사 앞에 있다는 결정적 제보로 손식대의 위치를 비정할 수 있는데 정열사는 잘 아시듯이 임난의병장 건제 김천일 선생을 비롯한 나주의 충절인물 5인을 모신 사우입니다.

정열사의 건립은 1603년 좌찬성 증직 및 조정에서 예관을 보내 치제한 것을 계기로 향인(鄕人) 사민(士民)들 간에 사유건립이 추진되어 1606년 나주읍성의 서쪽 월정봉 아래에 건립되었습니다.

당시 목사 유대정(1605~1609재임)은 공장(工匠)과 역부(役夫)를 동원 지원하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1607년 정열사를 성내로 옮기는데 그 위치가 현재의 잠사공장터이다. 그러므로 손식대는 현재의 잠사공장터 앞 나주천 건너편에 있었던 것이 확실해 집니다.

정효성 성주의 책상 아래에 올리며 아울러 유하주를 보냄(奉呈鄭孝城城主案下 兼送流霞釀)

愁閉幽篁裡  근심스례 그윽한 대나무 숲에 은거하여
沉吟至日斜  해가 질 때까지 깊게 읊조리네
園花空欲語  정원의 꽃은 괜히 이야기 하려하고
山鳥自矜歌  산새는 홀로 노래 높이 부르네
憂國心常赤  나라를 걱정하여 마음은 항상 붉고
傷時髮已皤  시대를 아파하여 귀밑머리는 이미 하얗구나
干戈更多事  전쟁이 더욱 쓸데없이 일어나니
得醉是生涯  취할 수 있으면 이것이 인생이라네

이 시는 나주 목사로 재임하였던 정효성 목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 내용 가운데 “나라를 걱정하여 마음은 항상 붉고, 시대를 아파하여 귀밑머리는 이미 하얗구나” 라는 구절에서 정목사에 대한 시서선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술까지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

그런데 이때 시서선생은 1625년 인조반정 이후 참봉, 별좌 의금부도사에 물망에 오르면서 1628년에는 유릉참봉에 1629년에는 자여찰방에 1631년 정릉참봉에 임명되었으나 병으로 인해 부임하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선생의 학덕과 재능은 널리 알려져 정효성 목사도 선생을 추천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선생은 이 시말고도 정효성 목사에 대한 시가 한편 더있다.

제가 몇 번 언급하고 있지만 지금의 사소한 기록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훌륭한 사료가 된다는 것이 오늘의 시에서도 느껴집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이미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마는 울고 있습니다. 환절기 건겅하십시요 

김종순 고대문화T/F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