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다루는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교열기자들도 처음 보는, 그래서 깜짝깜짝 놀라는 말들이 있다.

힁허케: 아이들을 심부름 보낼 때 "어서 ㅇㅇㅇ갔다 오너라"라고 한다. ㅇㅇㅇ에 해당하는 말이 '횅하니'인지, 아니면 '휭하니'인지, 또는 '휑하니'인지는 전문가들도 헷갈린다. 그러나 이 말들은 모두 틀렸다. 맞는 말은 '힁허케'.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빨리 가는 모양'을 일컫는다.

홉뜨다: 눈알을 위로 굴리며 눈시울을 위로 뜨는 모양을 흔히 '흡뜨다'라고 한다. 그러나 '흡뜨다'가 옳은 말. '치뜨다'가 비슷한 말이다.

거방지다: 아주 푸짐하게 차린 상을 일러 '걸판지다'라고들 한다. 아주 잘 노는 것도 '걸판지게 논다'고 한다. 그러나 이럴 땐 '거방지다'라고 해야 한다. '거방지다'에는 이 밖에 '몸집이 크다'는 뜻과 '하는 짓이 점잖고 무게가 있다'는 뜻도 있다.

역시 어렵고 어색하다. 다니는 사람이 없으면 길도 없어지는 법. 하지만 말은 길과는 다르므로 잘 쓰지 않는 이 말들이 정말 사라질까 봐 걱정된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이야 없어져도 상관없지만 말은 그래선 안 되기 때문이다. 조상들이 물려준 귀한 재산, 몰라서 못 쓰거나 잘못 알아 틀리게 쓰는 일은 없어야 할 듯 싶은데,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