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람(大風)

何處蓬蓬起  어디에서 불쑥불쑥 일어났는가 ?
于喁怒者誰  우 우 화내는 것은 누구인가 ?
重茅已傾棟  겹 초가도 이미 들보가 기울고
喬木盡摧枝  키큰 나무는 가지가 다 꺾였네
水欲榮山轉  물은 영산에서 방향을 바꾸려하고
峯如月井移  봉우리를 월정으로 옮기려 하네
鷄烏依岸定  닭과 까마귀는 물가 언덕에 의지하여 자리를 잡고
鷙鶻入雲靡  독수리와 송골매는 구름에 들어가 흔들리네
災從非堯害  재난이란 요임금이 해한 것이 아니고
休應出聖時  좋은 조짐은 성군의 시대에 나오는 법
鳴條豈若此  나뭇가지를 울림이 이와 같을까 ?
揚海是胡爲  바닷물을 밀어 올림은 왜인가
藐藐天難度  아득하여 하늘은 헤아리기 어렵고
冥冥鬼不知  은밀하여 귀신도 알지 못하는구나
中宵扶病起  한밤에 병을 안고 일어나
冠坐學先師  갓 쓰고 앉아서 선사를 배우네

 이 시는 선생이 50세때 쓰신 시입니다. 시 제목 아래에 1618년 2월 28일 지난밤에 큰 바람이 불다 라고 기록하고 있어 389년전 2월 27일날 나주에 큰바람이 불었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시 내용을 보면 바람의 세기가 어느 정도 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 김종순 문화재관리팀장

초가지붕이 날아가고 큰 나무의 가지가 부러지고 영산강 물이 바람 때문에 흐르는 방향이 영산포 앞에서 바꾸려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선생이 여기서 더 나아가 봉우리를 나주고 뒤편의 월정봉으로 옮길려 하며, 가축들은 바람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하늘의 매는 바람 때문에 비행을 하지 못할 정도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런 바람이 불자 선생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병든 몸을 일으켜 좌정하여 수련하고 있습니다.

 바람으로 인한 재해는 주로 태풍이 오는 시기에 집중되는데 이때는 2월인데 이런 가공할 위력을 지닌 바람이 불었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목사는 송일인데 바람으로 인한 재해수습에 고생좀 했겠습니다. 
 
큰 안개에 대한 노래(大霧行)

高山平野四茫茫  높은 산에 평평한 들 사방이 아득한데
三帝依然混沌場  삼재가 여전히 혼돈의 마당이로다
我元天公化爲栗  내 원하나니 하느님이 이를 곡식으로 변화시켜
一時輸入我三倉  일시에 우리 세 창고를 채워주었으면

天厭人間多路歧  하늘이 인간 세상에 갈래길이 많음을 싫어하여
故令遮掩沒高卑  일부러 막아서 높고 낮음을 파묻어 버렸네
茫茫大地迷南北  아득한 대지는 남쪽과 북쪽을 헤매니
疑是乾坤未判時  아마도 하늘과 땅이 아직 나누어지지 않을 때인 듯

 이시는 선생의 나이 오십대 후반에 지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시 앞에 계곡 장유 선생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인목대비 폐비 사건과 관련) 이런 저런 이유로 나주목사로 부임했던  장유 선생은 1629～1630까지 나주목사로 재임하면서 시서선생과 남간 나해봉 등이 친하게 지내기도 하였습니다.

요즘도 안개가 끼면 자신의 처한 환경에 따라 생각을 하겠지만 이때 선생은 안개를 곡식으로 변화시켜 창고를 채웠으면 하는 바램을 적고 있습니다. 그럼 전번호에 이어 나주의 재해이야기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최초의 기록은 단종 2년(1454)12월 28일 기사로 경상도 초계 선산 흥해와 전라도의 전주 익산 용안 흥덕 무장 고창 영광 함평 무안 나주 영암 해남 진도 강 진 장흥 보성 흥양 낙안 순천 구례 운봉 남원 임실 곡성 장수 순창 금구 함열을 비롯하여 제주도 대정 정의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지진이 일어나 담과 가옥이 무너지고 사람이 많이 깔려죽는 피해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성종14년(1483), 성종15년(1484), 연산8년(1502), 중종12년(1517), 중종13년(1518), 현종9년(1668) 등 6차례의 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서울대 이태진교수의 「소빙기(1500～1550) 천재재이 연구와 조선왕조실록」이란 논문의 통계자료를 보면 1392년부터 1863년까지의 지진발생은 1,416회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1501～1550년 사이의 전국적인 지진발생은 477건으로 나주지역의 지진은 3건이며, 나주에서 발생한 7번의 지진 가운데 6번이 1450년부터 1550년까지 100년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조선시대 천재재이의 발생은 25,201건으로 중요 재해상황을 살펴보면 수해피해 1,062회 한해 536, 큰바람 770회, 충재(충재) 402회, 지진 1,416회로 나타납니다.

1500～1750년까지의 재해발생은 전체 25,201건중 82.5％인 20,801건입니다. 그런데 이와같은 자연재해 현상이 지구의 소빙기와 관련된다는 것입니다.

즉 자연과학계에서는 16～17세기, 또는 17～18세기에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 추운날씨가 많고 이에 따라 빙하의 면적, 두께가 넓고 두터워진 현상을 소빙기라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나는 자연재이 현상은 이 기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역사학계에서는 소빙기의 기온강화 현상은 필연적으로 농산물의 감소를 가져왔고, 그 결과로 나타난 기근 전염병의 만연 등이 반란 전쟁 혁명 등의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예로 중국에서의 명․.청의 교체나 서구 유럽에서 일어난 마녀사냥, 남미의 마야문명의 멸망과 같은 것들입니다. 특히 “마녀사냥(Witch Hunt)"은 16～17세기 유럽사의 크나큰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

참혹한 학살행위가 2세기에 걸쳐 왜 일어났는지 서구역사가들은 오래동안 고민하였습니다. 마녀들이 악마(Eemon Satan)의 사주를 받아 아이를 잡아먹고 질병을 퍼트리고 농사를 망치는 등 각종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악마의 사주를 받은 마녀를 색출하여 교수형에 처하고 태워죽이고 때려죽이는 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때 죽은 마녀가 최소 10만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자연재해의 현상은 지구의 소빙기 도래에 따른 자연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이로 인해 전세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우리지역도 이 시기에 지진뿐만 아니라 수해․바람 등의 자연재해 현상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바람에 의한 피해 가운데 대표적인 피해를 살펴보면 인조 13년(1635) 7월 13일의 바람피해입니다.

아침부터 종일토록 불어 지붕의 기와가 모두 날아가고 서울의 사직과 종묘 안에 있던 고목이 꺾이고 뿌리채 뽑힌 것도 60~70그루이며 기타 능에 심어져 있던 나무의 피해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이때 나주에도 큰비바람이 쳐서 나무가 부러지고 집이 무너져 사람과 가축이 깔려죽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런 피해가 일어나면 각 고을의 수령들은 백성의 진휼에 힘을 썼습니다.

그리하여 진휼을 잘한 수령은 상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한 지방관은 죄를 받았습니다. 구휼을 못한 대표적인 나주목사는 성종때의 이영견 목사입니다.

백성을 굶주려 죽게하거나 부종(浮腫)이 나게 만든 나주판관은 장(杖) 80대를 때리고 이목사는 1자급이 강등되었습니다.

정조때의 나주목사 조시순은 기아로 죽은 백성들을 살피지 못한 죄로 호남어사 이희갑에 의해 봉고 파출되기도 하였으나 백성을 잘 보살펴 일자급씩 올라간 소두산 목사도 있습니다.

 1887년 이후 1960년대까지 나주지역에서 일어났던 재해피해 상황이 신문에 보도된 사례만 수십 건에 달한다.

최초의 신문기사는 1901년 10월 11일자 황성신문에 나옵니다. 8월 18일 비에 나주는 929호가 잠기고, 17명이 죽음을 당하는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1932년 8월2일의 비로 영산강 통행이 정지되고, 1933년 6월29일까지 190미리 비가 내려 나주다리 부근 수심이 7미터에 달하고 영산포와 남평 등지에 수백채의 가옥이 침수를 당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1934년 7월 6일자 동아일보의 기사는 가뭄이 들어 모내기가 50%도 못되고 심은 모마져 말라 죽어가자 나주인들은 비를 고대하며 각 마을별로 대규모의 기우제를 거행하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7월에 들어서면 가뭄은 물난리 변합니다.

즉 7월 20일 연일 내리던 폭우는 영산강이 범람하는 상황을 발전하여 20일 저녁 7m 수위는 21일 오전 7시 8.7m로 이후 최고수위는 10.4m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전남지방의 호우로 나주 광주 구례 등지에 피해가 심하였습니다.

피해상황을 보면 유실가옥 30호, 무너진 가옥 24호, 침수가옥이 2,431호, 침수 논경지가 만정보에 이르렀습니다.(조선중앙일보기사) 이때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곳은 영산포로 대부분의 가옥이 침수 당하고 이재민만 8,000여명에 이르렀습니다.

34년 미증유의 물난리는 나주군만 114만여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즉 사망 3명, 부상자 4명, 가옥유실 127동, 가옥전파 47동, 가옥반파 367동, 마루이상 침수 779동, 마루아래 침수 1,550동으로 손해액이 74,307원이었다.

전답은 14,600정보에 653,839원에 달했다. 이외에 도로유실 4,715m 파손 4,242m 호안유실 405m, 파손 653m, 철도파손 30m, 토지매몰과 전답유실이 392정보였으며, 지금은 전혀 피해상황에 기록되지 않는 선박유실이 5척, 파손이 1척으로 당시 영산포항에 있었던 선박들이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1934년 대홍수의 피해는 물질적 부분만 아니라 정든 고향마저 등지게 하였습니다.

 당시 이재민 가운데 가장 가난한 40가구 241명이 11월 5일 영산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만주로 이주하였으며, 1935년 2월 22일 왕곡면에서 118명이 평남 강서군 신정면 동양척식주식회사 개간지로 이주 당했던 아픔이 있습니다.

올해도 슬기롭게 비와 태풍 등의 풍수해를 이겨냈으면 합니다.   

김종순  문화재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