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빛가람동 가까워 10여가구 외지인들 들어와 사는 지석강변 마을

▲ 당가마을 앞 뒤로 펼쳐진 논밭과 과수원이 평화롭다.

 

당나라 때부터 사람들이 살았다 하여 당가마을이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산강에 합류하는 지석강변에 자리잡은 금천면 신가4리 당가마을은 당나라(618~907)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있다. 목포대학교 박물관이 2004년 펴 낸 ‘나주 당가·촌곡리 유적’ 문헌에 따르면 지석강변 구릉에서 약 7~5만년 전인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쓰던 몸돌 등 석기와 청동기~삼국시대에 이르는 석관묘·토광묘와 토기가마터가 발굴됐다. 

 

36개월 군생활을 제외하고 평생을 당가마을에 살고 있는 최금동(84세) 씨는 “마을 앞 논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뱃머리’라 불렸던 곳이 있다”며 “9살 때쯤인가 뒷산의 흙을 허물어 ‘흙차’로 실어와 강변에 둑을 쌓는 것을 봤다”고 한다. 

 

산포면 송림리가 고향인 강평순(74세) 씨는 “22살에 결혼해 올 때만 하더라도 자두랑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았는데 점점 배로 바꿨다”며 “마을 앞 논에서 벼농사를 지어 4남매를 길렀다”고 말하곤 텃밭에 부추를 심으러 가는 발길을 재촉한다.

 

“마을 주변에 큰 산이 없어 갈퀴나무도 구하기 쉽지 않아 불땀도 없는 볏짚으로 밥을 지었다”는 이경순(71세) 씨는 “회관이 들어선 자리에 있던 샘물을 길어다 식수로 사용했다”며 “농기구도 없이 맨손으로 농사짓고 꽁꽁 언 찬물로 빨래하던 그 세월을 어찌 살았는지 몰겄다”고 웃어보인다. 이 씨는 노안면 양천리가 고향이다.

 

“장성에서 태어나 해남 남자랑 결혼해서 광주시 광산구 임곡면과 비아면에서 20년 넘게 살다 여기 온 지 30년 됐다”는 전영자(75세) 씨는 “신가교 건너 승촌의 하우스밭에 고추, 상추, 깻잎, 수박 등 수확하고 밭 매는 일 해서 3남매를 키웠다”고 한다.

 

▲ ‘일본넘들 독도 건들지 마!’ 문구가 선명한 화물차 뒤로 최두섭(65세) 씨 과수원에 자두나무가 새로 자리를 잡고 있다.

 

노안면 금안리가 고향인 김금자(85세) 씨는 “함진애비 앞장서고 이불이며 옷장, 밥그릇을 짊어지고 스무살에 결혼했다”며 “이웃끼리 품앗이해서 벼농사며 과수원 일을 하고 우애 좋게 살았는데, 배값은 떨어지고 일할 사람도 없어 배나무를 모두 파냈다”고 한다. 

 

소형화물차 뒷문에 ‘일본넘들 독도 건들지 마’ 글귀를 붙이고 다니는 최두섭(65세) 씨는 “저 차 몰고 일본땅을 휩쓸고 다녀야는디 형편이 녹녹치 않다”며 “중학교 마치고 떠나 객지에서 인테리어사업을 하다 3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배농사를 10여년 지었는데, 올해 경제성이 더 좋은 자두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광주시에 사는데 혼자 일하는 형의 과수원 일을 도와주러 왔다”는 최항섭(59세) 씨는 “어릴 적 지석강에서 조개며 다슬기 잡고 은어랑 날치 등을 잡아 어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며 “지형을 모르는 외지인들이 골재를 채취해서 생긴 물이 깊고 차가운 곳에 잘못 들어갔다 심장마비 등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가마을 최고령인 금천면 오강리 출신 김막래(91세) 씨는 “또래들보다 4년이나 호적이 늦어 학교도 늦고 노령연금도 늦게 받았다”며 “남편이 이장할 때 마을에 길을 냈는데, 둘째 아들이 이장하면서 더 크고 반듯하게 넓혔다”고 한다. 이 씨의 둘째 아들은 최문환 나주시의회 의원이고 큰 아들은 최문휴 이장으로 ‘대를 이은 이장집안’이란다.

 

▲ 나비연구가인 최수철(68세) 씨 작업장에 삽목한 장미와 철쭉분재가 자라고 있다.

 

“목포대와 함께 환경생태조사 용역을 하고 있다”는 최수철(68세) 씨는 “나비생활사 연구가 전공으로 함평나비축제 때 내가 갖고 있던 표본을 가져가기도 했다”며 “2017년 한국나비학회지에 ‘한국산 여름어리표범나비 유생기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 씨는 “버려지는 커피박을 미생물발효를 통해 최환경퇴비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인다.

 

한옥독채펜션 ‘초점’을 운영하는 구준표(40세) 씨는 “전망좋은 시골집을 선호하는 젊은 도시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오래된 기와집을 수선해 2022년부터 무인 비대면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용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고 홍보한 만큼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기와집으로 이유는 모르겠지만 ‘방풍집’으로 불렸다”고 한다.

 

광주광역시에 인접해 있고 빛가람동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최근 마을로 이사오는 도시인들이 10여 가구 된다고 한다. 마을로 들어서는 신가교 입구에는 촌곡리-금천사거리를 거쳐 나주버스터미널을 오가는 나주 마을버스 31번이 다니고, 다리 건너 광주시 남구 승촌마을에선 대촌동-백운동-롯데백화점-대인시장으로 이어지는 대촌70번 시내버스가 다닌다.
 

 

 

 

“2만9,400원이 없어 고등학교를 못 간 게 한이여!”

 

금천면 신가4리 당가마을 최문휴 이장(64세)은 석사학위를 갖고 있지만, 정작 또래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분식집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고모네 가게에서 교복입은 또래들을 보며 ‘나도 곧 고등학생 될거다’는 꿈에 부풀었다”는 최 이장은 “이듬해 입학을 앞두고 어머니가 ‘동생을 보내야 하니 양보해라’는 말에 꿈을 접고 군에 입대했다”고 한다.

 

전두환이 사단장을 지낸 육군1사단에서 운전병으로 병역을 마친 최 이장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광주사태 때 뭐했냐?’는 고참들의 괴롭힘과 얼차려가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한다. 

 

“보통 5~7년만에 주임을 다는데 나는 4년 만에 승진하고 5년 뒤에 기감이 됐다”는 최 이장은 “동료·후배들과 ‘고생하지’, ‘쉬었다 해’ 부대끼면서 열심히 일한 결과”라며 “37년 근무한 금호타이어를 떠나면서 회사 최초로 현장직원 출신이 사장과 부사장, 임원 등 150여명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최 이장은 “맨손으로 시작해 과수원 마련하고 집 사고 5남매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회사 덕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더한다.

 

회사 근처 수퍼에 딸린 집에서 자취를 한 최 이장은 “주인 내외가 믿고 가게를 맡기고 일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며 “그집 막내사위가 될 뻔했지만 옆집 살던 지인의 소개로 집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시장에서 떡국을 먹으면서 ‘국물 남기면 퇴짜를 놔야지’ 했는데 한방울도 남기지 않더라”는 최 이장은 “그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집사람과 결혼하길 정말 잘했다”고 웃어보인다.

 

광주시 광산구 시영아파트에 살면서 6년간 아파트자치회장을 맡았다는 최 이장은 “월 40만원인 판공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예산이 2.5억원의 페인트 공사를 1억원으로 마쳤다”며 “일하는 업체에 정상적인 이익을 남기도록 하고 불필요한 거품은 다 걷어냈다”고 한다. 그 땐 그렇게 거품(?)이 많았다고..

 

늦깎이로 야간고등학교와 대학·대학원까지 마친 최 이장의 마지막 꿈인 ‘박사학위’를 따는 날이 하루 속히 다가오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