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북구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특산품은 어떤 지역에서 특별히 생산되는 물품이다. 특산물이라는 용어로도 사용되는 특산품은 특정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해당 지역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나주 육골베개가 그렇다.

육골베개는 나주 지방의 특산물 베개로 베갯모의 형태가 네모진 장방형의 베개이다. 주로 여섯 개의 골이 있는 육골베개(육골침)와 여덟 개의 골이 있는 팔골베게(팔골침)가 있다.

육골베개는 직사각형의 베갯모에 바느질을 해 6-8개 골이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쉬 물러지기 쉬운 베개의 구조적인 취약을 막기 위해 뭉치의 원통을 서로 연결하여 단단한 베개로 구성한 것이다. 그렇게 만든 육골베개는 일반적인 재질의 면 베개보다는 탄력이 있고 목침보다는 푹신한 장점이 있다.

천으로 만든 베갯속은 터널식으로 칸칸이 만들어 각각 속을 채우면 칸 이음새마다 여섯 개 또는 여덟 개의 골이 생기게 되며, 전체적으로는 직육면체가 되고 측면의 베갯모는 골이 있는 직사각형이 된다.

육골베개 몸통의 골에는 솜, 천 조각 또는 볏짚, 왕겨가 사용되었다. 볏짚을 사용할 때는 사용할 볏짚을 물에 담가 먼지를 제거한 다음 소금물에 넣고 삶은 후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뺐다 그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려서 사용했다.

육골베개의 마구리는 한 칸에 꽃 한 송이씩 또는 한 글자씩 자수를 놓은 등 여러 가지 길상(吉祥) 문양이나 글자를 수놓아 표현한다. 과거에 베개의 모양은 둥근 원형 베개와 네모진 사각 베개가 많았다. 1925년에 출판된 재봉법에 관한 실용 기술 서적인 《조선재봉전서(朝鮮裁縫全書)》에는 남자용 베개는 둥글고, 여자용은 네모지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은 “모난 것은 땅에 속하며, 둥근 것은 하늘에 속하니,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는 뜻의 천원지방(天圓地方)에서 유래된 듯하다. 천원지방은 중국 송나라 때 저자 미상의 수학 및 천문학 문헌인 《주비산경(周?算經)》에 기록된 것이다.

베개의 모양과 사용 주체에 대해서는 위에서처럼 남녀 구별해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조선 시대의 유물들을 보면 반드시 남자는 원형, 여자는 각이 진 베개로 구분되어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원형이나 각이 진 배게 모두 양쪽의 베갯모에는 각각 하나씩 자수가 되었다.

자수의 도안은 오복(五福)에 관한 것들이 많다. 오복은 중국 청나라 때 적호(翟灝)의 저서로 알려진 《통속편(通俗編)》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에서는 민간에서 바라는 오복을 수(壽, 오래 삶), 부(富, 재물이 많음), 귀(貴, 지위가 높음), 강녕(康寧, 건강하고 편안함), 자손중다(子孫衆多, 자손이 많음)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그런데 나주 특산 육골베개에는 양쪽 베갯모에 각각 6칸의 면이 형성되어 있다. 나주 사람들은 그 베갯모 하나하나에 꽃 한 송이씩을 자수로 배치하여 화려하게 꾸미거나 한 칸에 한자씩 문자 무늬를 배치하여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의미를 담은 문구를 자수로 새긴 고급스러운 베개를 만들었다.

베개 몸통 천에는 쪽 염색 천이 많이 사용되었다. 쪽 염색 천은 항균, 방충 등의 기능이 있어 베개를 베는 사람이 땀을 많이 흘려도 베개 몸통 속을 채워 넣는 것은 물론 베개 몸통 천에 균과 충이 번성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쪽 염색 천은 소취 효과가 뛰어나 냄새가 나는 것도 막아 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육골베개의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쪽 염색이 더욱더 높여 주었다.

나주 쪽 염색 천과 아름다운 자수 그리고 딱딱한 목침과 천으로 만든 부드러운 베개를 융합시켜서 만들어 낸 나주 육골베개는 나주의 선조들이 만들어낸 훌륭한 유산이다. 그 훌륭한 유산을 나주에서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고, 유물을 볼 수 없는 환경이 안타깝다. 

▲ 나주육골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