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간이역에서 만난 문학작품
가장 아름다운 이름 꿈 여울의 몽탄夢灘역 (3)
나주투데이  |  njt2001@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874호] 승인 2024.03.10  22:48:2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김채석 기행작가

나는 품바 발상지 마을에서 일로읍을 지나 드넓은 감돈저수지 쪽으로 815번 지방도로를 따라 로드무비처럼 발걸음을 옮긴다. 무안군 청계면이다. 이곳에 월선리는 예술인 마을이라 부른다. 한옥으로 이룬 마을은 집집 마당마다 앞에는 저수지를 품에 두고 한 풍경을 자랑하며 시인 박관서가 마을의 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는 동학의 땅 전북 정읍 태생이나 기적소리와 함께 생활했던 철도공무원을 끝으로 월선리에 뿌리를 내렸다.

내가 박관서 그를 주목한 이유는 다경포多慶浦라는 지명 하나로 인해서다. 동안 율정점이라는 지명의 위치를 알기 위해 나주 동신대학교 부근에서 학생이나 지나는 사람에게 여쭈었지만, 돌아온 답은 의당 모른다는 거다. 그렇다. 평소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건 당연하다. 무안에서도 지인이나 현지인 등에게 다경포를 물었으나 돌아온 답은 역시나 같았다. 되레 물어본 사람을 이상한 사람 보듯 위아래로 나를 스캔했다.

여기에서 나주 율정점은 동신대학교 앞 삼거리에서 노안삼도로를 따라 삼도 방향의 첫 교차로 부근이다. 이곳 율정점의 한 주막집에서 천주쟁이로 유배를 가던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의 하룻밤은 영영 이별의 밤이 되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곳에서 작별한 형제는 서로 그리움의 씨앗을 품고 다산은 영암을 지나 강진 사의제로, 손암은 경사스러움이 많다는 무안의 다경포에서 배에 올라 흑산도로 향한다.

다산이 당도한 강진의 사의제는 근자에 많이 알려졌지만, 무안의 다경포는 어떤 관심도 표식도 없는 곳으로 임진왜란 중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짧게 언급된 곳이기는 하다. 이러한 다경포는 무안공항 건너 77번 국도가 흐르는 운남면 성내리에 다경진은 흔적도 없이 경작지 논 뿐이지만, 남촌마을 선착장 즈음에서 흑산도 뱃길에 오르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으로 박관서 시인의 다경포에 머무른다.


나주골 밤나무 아래에서 헤어진 이들은
검은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네

육지와 바다
그 사이에 대역죄가 있어

어린 어미의 품에서 나서
늙은 아비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품으로 품을 보듬은 둥근 연리지
해와 달이 그렇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어울려 사랑하며 살아가는

무안군 운남면 성내리
성안마을에 실은

육지에 대한 그리움도 바다를 향한
일말의 설렘도 없이

하늘 냄새를 품은 이들이 하냥 없이
숨은 이야기로 살아가고 있다네

(박관서 다경포전문)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 강진에서 목민심서흠흠신서등 그의 학문적 완결을 보여주는 수많은 저서를 남겼고, 손암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남도의 어류를 분석한 자산어보를 저술해서 실사구시의 학문을 삶으로 실현했다. 시인 박관서는 고향 정읍을 떠나 스스로 전남 무안 청계면 월선리를 유배지 삼아 무안 사람보다 더 무안 사람이 되었다. 철도공무원으로 승객과 부딪히는 일상에서도 문학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시인으로 무안에 산다.

그러면서도 무안의 역사나 문화 등에 관해 무안 사람보다 더 무안의 내면과 깊이를 더 심도 있게 관찰하고 공부한다. 그런 점에 있어 어디를 여행하다 보면 그 지방 출신의 연예인 이름이나 먹을 거에 관해서는 입가에 거품이 일 정도로 장광설이다가 문화나 예술, 역사, 등에 관해 질문하면 입에 지퍼를 채워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럴 때 조금은 난감하면서도 씁쓸하다. 마치 되레 무안을 당한 느낌이니까.

아무튼, 동안 나의 TV 시청은 뉴스나 드라마나 연예프로그램은 거의 멀리한 반면에 휴머니티가 흐르는 인간극장은 매우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유독 무안에서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영 횟수에서 많았다. 기억으로 몽탄면에 도예가 박종현 공방, 현경면에 티격태격 시인과 주방장, 같은 현경면에 친환경 고구마 농장을 경영하는 여장부 현희 씨, 몽탄면에 오영복 장미 부부 카페와 헬스장.

무안읍에 농사짓는 톱모델 세라 씨, 해재면에 이점례 최민재 모자의 어머니의 소금밭, 현경면에 해수로 가꾼 고구마 밭에서 행복을 얻는 강행원 농부, 해재면에 전라도 사투리로 트로트를 노래하는 농튜버 주안 씨, 같은 해재면에 일흔넷 청춘 쌍둥이 할아버지, 몽탄면 몽강리의 사랑방 아줌마가 그들로 모두가 투기나 일확천금의 허망한 꿈과는 달리 땅에서 얻는 소출에 만족하며 주변인들과 어울려 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렇다. 무안은 아름답지 않은 게 도무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뭍에서 만난 낙지도, 서해로 저무는 노을도, 몽탄을 감아 휘돌아 흐르는 영산강도…. 

나주투데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45. 다시면 운봉1리 백동·백운마을
2
미술관 천장에서 물이 뚝뚝
3
진정한 용서란 한발씩 발걸음을 떼어놓는 여정
4
나주혁신도시 주민 괴롭혀 온 '악취' 이렇게 해결했다
5
굿바이 어린이집?
6
영산포 홍어 거리 ‘자율상권 구역’ 지정
7
5월25일 나주 락 페스티벌 전국 13개 팀 나주에 온다
8
정도전의 유배지 소재동?
9
영산강변 붉게 수놓은 꽃양귀비
10
“홍어 맛보GO” 영산포 홍어축제 팡파르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빛가람로 685 비전타워 206호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