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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천과 천연염색
허북구  |  bukg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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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호] 승인 2024.03.10  22: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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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북구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지난날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 신주쿠(新宿)에서는 염색샛길(小道, 소메노코미치)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염색 샛길행사는 신주쿠 오치아이(落合)와 나카이(中井)를 사이에 있는 묘쇼지천(妙正寺川) 주변에서 행해졌다.

오치아이와 나카이 사이를 흐르는 묘쇼지천은 나주천보다 폭이 좁은 하천이나 과거에 염색의 일번지였다. 묘쇼지천이 있는 신주쿠에서 염색의 시작은 약 400년 전 에도시대막부(江后時代幕藩) 체제에서부터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는 묘쇼지천 하류에 있는 칸다(神田)에 천연염색 거리를 정하고 장인을 모았다.

당시까지 천연염색은 교토(京都)가 유명했으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자리 잡은 에도(江后, 東京)는 물류와 유행의 중심지가 되면서 칸다가 새롭게 천연염색의 중심지로 등장했다. 킨다는 메이지(明治, (1868-1972) 시대를 거쳐 다이쇼(大正, 1912-1926) 시대가 되면서 더욱더 발전해 도쿄 염색산업의 전성기를 만들었다.

킨다의 염색산업이 커지는 것에 비레해서 주변에는 공장이 많이 생겼고, 그에 따라 폐수에 의한 하천의 오염도 심해졌다. 오염이 심해지자 맑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염색업은 점차 칸다(神田)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묘쇼지강(妙正寺川) 부근에 자리 잡게 되었고 대규모의 유카타(浴衣, 일본 기모의 일종) 공장도 입주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한국 전쟁과 고도 경제 성장에 의한 고급 기모노 붐으로 옷은 불피나게 팔렸다. 이때 일본의 유행 중심지였던 도쿄 긴자(東京銀座)의 패션 흐름을 재빨리 도입한 신주쿠의 염색은 일본의 염색 명산지가 되었으며, 이곳에서 염색했다는 것만으로도 판매가 될 정도로 호황이었다.

1965년대 이후 기모노 수요가 감소 되었다가 한때 재유행했으나 도쿄의 염색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런 가운데 신주쿠의 전통 염색기법은 도쿄도 전통 공예품으로 지정되었고, 전통 염색공예 장인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도쿄 염색 역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신주쿠 사람들은 염색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그들 스스로가 염색 왕국 신주쿠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2009년부터 지역의 염색 역사와 환경을 알리고, 지역이 소중히 해 온 가치와 정체성의 함양 및 지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염색 현장이었던 묘쇼지천(妙正寺川) 주변에서 해마다 염색샛길(小道)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염색 샛길 행사는 염색관계자도 참여하지만, 시민들 스스로가 앞장서고 있다.

행사 기간에는 시민들이 참여해서 염색한 아름다운 천을 묘쇼지천에 장식해 놓고,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하천가를 걸으면서 감상할 수 있게 해 놓는다.

골목길에 있는 100여 군데 가게에는 일본 작가뿐만 아니라 해와 작가들의 염색작품을 전시해 놓고, 물건을 사면서, 음식을 먹으면서 작품을 감상하게 하고 있다. 거리의 모퉁이, 빈터 등지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이벤트가 펼쳐지면서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나주에는 일본 신주쿠의 묘쇼지천처럼 시내를 관통하는 나주천이 있다. 과거 나주읍성에는 몇 개의 실개천이 있었다. 그중에서 나주천은 나주읍성 서쪽에서 동쪽으로 굴곡지게 흐르던 하천이었는 큰비가 내리면 수해가 심했다. 이에 19378월에 개수 공사를 하여 19389월에 완공했다. 이 공사에는 총공사비 77천 원, 연인원 36천 명이 동원되었고, 5개의 목교(木橋)가 설치되었다.(조선일보, 1938.9.7.)

나주천이 준공되고 나서 주변에는 일본 묘쇼지천(妙正寺川) 주변의 염색 업체처럼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공장 등이 늘어나면서 나주천을 중심으로 하는 새역사가 만들어졌고, 읍성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고, 시대 변화와 함께 나주천 주변의 옛 거리 흔적과 이야기들은 지워지고 있다.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에서는 나주천을 중심으로 한 기억을 되살리고, 지역 활성화와 연계하기 위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천연염색 천의 장식과 전시 등의 이벤트를 실시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나주천의 기억은 더욱더 황폐화되고 있다. 일개 단체나 기관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나서고 힘을 합쳐서 나주읍성의 보물인 나주천의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고 유익하게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 천연염색 천을 장식해 놓은 나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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