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을 닮으셨군요”

미안한 일이 발생했다
매화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뜬금없이 어느 손님으로부터 듣게 된 것이다

꽃에 비유될 이미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내게
이런 얼척없는 비유를 막 던지는 분도 계시는구나
그것도 앞장서서 봄 창을 열고 오는 어마어마한 매화라니

자학의 경사로를 타고 내리막길로 미끄러지던 감정은
순간 희열 모드로 급반전되어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꽃과 인생의 내력을 일일이 물어보지 않고서도 환히 들여다보고 있을 법하게
지긋한 세월을 이고 지고 오셨을 것 같은 그 손님은
햇볕이 오래 내려앉은 얼굴로
수호신처럼 옆에 바짝 붙어 선 남편 같은 남자를 침묵 속에 방치한 채

“광양 매화 축제장에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진달래꽃이 피면 다시 오겠다”는
팩트체크를 하고 싶지 않은 유언 같은 말씀을
내 가슴에 인두화로 새겨 놓은 채
뒷모습을 찍고 떠나갔다

벗어나고 싶지 않은 이 얼척없이 즐거운 분위기에 포위된 채
두 손님이 카페 문을 나가는 뒷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기만 하였는데
손님이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밀고 들어온 매화 향기가
나를 자빠뜨리고 말았다

홍관희 시집 『사랑 1그램』, <걷는 사람>에서

▲ 홍관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