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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이름 꿈 여울의 몽탄夢灘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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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호] 승인 2024.02.04  15: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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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석 기행작가

언젠가 전남 무안에 가면 연포탕이나 낙지볶음, 낙지 아귀찜 등 신선한 해산물과 함께 정성을 다해 요리하기에 그 맛이 손색이 없다는 것과, 특히나 낙지연포탕은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은 기본이고 육수에 미나리, 무 등을 넣어 끓인 후 낙지를 살짝 데쳐서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라기에 식탐은 아니지만, 그 구미에 당겨 목포로 가는 호남선 하행 무궁화호 열차에 설레는 마음과 함께 몸을 담았다. 

광주송정역을 출발한 열차는 장성에서 흘러온 황룡강을 건너 학생독립운동의 근원지인 옛 나주역을 훌쩍 지나 구진포에서 잠시 영산강도 훌쩍, 내륙의 다시와 고막원과 함평역을 순차적으로 지나 무안務安역에 이른다. 황망하다. 아무것도 없다.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다. 낙지요리 음식점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식당 하나도 없었다. 내심 당혹스럽고, 쑥스럽고, 부끄러워 낯을 바로 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무안無顔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에서 무안읍 시내까지는 산길을 굽어 돌아 6km를 더 가야 했고, 역에서 읍에 나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사창리 교차로까지 600여 m를 걸어야 했다. 정류장 인근에 밀리터리 테마파크가 있었다. 군대를 의미하는 공원은 본디 폐교였으나 공군 참모총장을 역임한 분이 후세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키 위한 것으로 C-123 수송기와 모형 항공기 등 육해공군의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단지 그 유명하다는 무안의 낙지음식을 먹기 위해 왔다가 안보와 관련한 공원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 덕에 무안에는 무안역 외에도 영산강이 길게 굽이돌아 흐르는 곳과 가까운 곳에 몽탄역, 각설이의 이야기가 태동한 품바의 발상지와 회산백련지가 있는 곳에 일로역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중 꿈 夢몽에 여울 탄灘의 몽탄역이 내 마음을 붙들었다. 꿈도 꿈이거니와 소월의 시에나 있을 법한 개여울과 같은 역에 대한 박라연의 詩가 있다.

밤 기차를 타본 사람은 안다

마음속엔 몇 개의 몽탄(夢灘)역 있다는 것
역사 너머 저마다 연못 있다는 것
꿈으로나 만나보는
꿈이어서 다행인 풍경 있다는 것
옛날 그림자들 걸어 나와
구불구불한 생(生)의 왼편과 오른편에
달불을 켠다는 것
연꽃 눈 뜨는 순간의 떨림 수정으로
구른다는 것
앞마당에 목백일홍은 심지 마라
붉은 울음 빼내어 너, 주면 어쩔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붓과는 눈 마주치지 마라
네, 속내 빼내어 화선지에 넣으면 어쩔래
어머니의 노래 끝날 무렵
만삭의 근심들 몸 푸는가
온몸에 반딧불 켜고 있는 저 허공
몽탄역!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달불의 연기처럼 스며드는
지는 해도 문득 외박하고 싶어지는
첫사랑, 몽탄행(行) 열차에게
길은 꿈길뿐이라는 것
 
(박라연 詩 ‘몽탄역’ 전문)
 
마치 꿈길을 걸어온 듯한 시와 함께 하면서 요즈음 여울이라는 명사는 자연의 변형이나 소멸과 함께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잊혀가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여울은 강이나 바다에서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곳을 이름인데 사대 강 사업의 일환으로 흐르는 강물에 테러와 다름없는 보를 만들었다. 이는 사람의 동맥이나 정맥을 묶어 피가 흐르지 못하도록 지혈을 한 거와 다르지 않아 물의 흐름은 없으니 당연히 개여울이니 여울은 존재의 가치를 상실당하고 말았다.
 
그러함에도 강으로는 임진강의 지류이며 큰 여울이라는 의미의 한탄漢灘강이, 천으로는 전북 고창에서 흘러온 물이 전남 영광의 법성포를 휘감아 적시고 서해로 흘러드는 기와여울 와탄瓦灘천이 이름한다. 그리고 지명으로는 전남 무안의 동쪽 중앙에 위치한 면의 이름이 꿈 여울의 몽탄夢灘이다. 몽탄의 중서부에는 237m의 건지봉과 333m의 승달산이 모습을 갖추고 동부는 비교적 낮은 구릉과 평야가 자리한다. 
 
이러한 몽탄은 나주시 동강면을 사이에 두고 영산강이 흐르는데 나주의 다시면과 함평의 학교면을 흐르는 구간에서는 마치 국궁의 모습처럼 굽이굽이 굽이치다가, 무안 몽탄의 느러지 마을에 이르러서는 한반도 모양의 지형으로 길게 굽어 돈다. 
 
그렇게 길게 굽어 도는 동안 꿈을 꾸는 듯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몽탄이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건 건너편 느러지 전망대에서 굽어보면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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