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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송월동 7통 내동마을
김덕수 객원기자  |  najukd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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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호] 승인 2024.02.04  15: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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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촌에 시청 등이 들어올 때 새로 조성된 택지로 이주해 와
 
목포·해남·완도 등 오가는 차들로 흙먼지 날리던 국도1호선 신작로 지나
복숭아·감·배 재배해 생계 꾸려…평택임씨 향선재와 600년 기념 은목서
 
   
▲ 신임 인사차 내동마을을 찾은 노부기 송월동장(오른쪽 첫 번째)이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나주시청을 감싸 안은 대포리봉의 산허리를 차지한 과수원이 사라지고 공공기관들이 들어왔다. 이곳에서 배농사를 짓던 영화촌 사람들은 이웃한 내동마을 앞 농지에 조성된 택지로 이주했다. 1985년 나주시청이 들어선 데 이어 나주교육지원청(1989년)과 실내체육관(1991년), 나주문화원(2006년) 등 공공기관이 자리를 잡았다. 2012년 롯데마트가 문을 열면서 송월동 7통의 지도가 바뀐 것이다.
 
영화촌에 살다 내동마을로 이주한 이길선(75세) 전 나주시의회 의장은 “탯자리에 들어선 시의회에서 의장으로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잊을 수 없는 영광”이라며 “목포며 해남, 완도에서 오가는 화물차 먼지가 자욱한 국도1호선 신작로를 따라 학교 가는 길에 완사천 샘물을 마시며 선후배들이랑 어울렸다”고 한다. 1978년 과수원 자리에 운전면허학원을 설립·운영한 이 의장은 초대 나주시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4선을 한 뒤 제4대 나주시의회(2002~2006년) 의장을 지냈다.
 
“임신한 몸으로 아이를 업은 채 감을 머리에 이고 새벽 5시 통학기차를 타고 목포로 팔러 다녔다”는 나순례(91세) 씨는 “영암군 신북면 고향에서 막내딸로 곱게 자라 도시로 시집온다고 왔는데, 복숭아며 감 등을 팔아 6남매를 키웠다”고 한다. 나 씨는 “지난해 노선을 개편하면서 마을 앞을 지나던 시내버스마저 끊기는 바람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아쉬움을 나타낸다.
 
화순군 도암면이 고향인 박대님(96세) 씨는 “일제의 공출을 피하기 위해 17세에 결혼해 바위 투성이인 깔끄막(벼랑·언덕의 방언) 사이에 있는 둥구모퉁이(현 나주종합스포츠파크 인라인경기장 터)에서 30여년 살다 이사왔다”며 “복숭아가 빨리 상하고 시세가 없어 배로 바꾸고, 팔러 다니느라 얼마나 이고 다녔던지 큰 며느리가 ‘어머니 머리가 다 상했다’며 울기도 했다”고 한다.
 
   
▲ 평택임씨 선산에서 바라 본 내동마을 전경.
 
“고향인 다시면 영동리는 논농사가 많아 겨울만 되면 가마니 짜느라 쉴 틈이 없었는디, 과수원이 딸린 기와집으로 시집오니 별천지였다”는 홍옥순(79세) 씨는 “작년 여름엔 대기업에 다니는 큰아들의 친구들이 인사하러 와서 용돈도 주고 갔다”며 목소리에 힘을 준다. 
 
영산동 이웃의 소개로 결혼했다는 김순금(86세) 씨는 “수레에 복숭아랑 감을 싣고 나주와 영산포 곳곳을 다니며 팔았다”며 “남편이 감 따다 떨어져 엉치뼈를 다치는 바람에 1년여나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들 먹일 게 없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김 씨도 영화촌에 살다 내동마을로 옮겨왔다고 한다.
 
송월동 6통인 흥룡동에서 살다 30여년 전 내동마을로 이사왔다는 신진옥(81세) 씨는 “과수농사를 지으며 화물차로 시작해서 버스와 택시 등 40년 넘게 운전 일을 하다 4년 전에 개인택시를 팔았다”며 “집사람이 국립암센터에 입원한 지 4년째인데 회복될 기미가 없다”며 길게 담배연기를 들이마신다. “2명의 형들이 어려서 죽는 바람에 돌이 지난 뒤에야 호적신고를 했다”는 신 씨는 2016년에 새 집을 지었다.
 
“틈 나는 대로 사진 찍으러 출사 나가고 스쿠버다이빙이며 캠핑 등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싶다”는 파랑새광고기획 이현주(50세) 대표는 “한전 나주지사 인근에서 사업을 하다 확장하기 위해 넓은 부지를 찾아 가깝고 통행이 편리한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종량제봉투에 담지 않은 쓰레기를 수거차량이 가져가지 않아 길가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인다.
 
   
▲ 향선재 앞 우물의 샘물은 주민들이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삼영동에서 건축 일을 하다 ‘반듯한 집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 25년 전 이사왔다는 나석홍(79세) 씨는 “한 때는 실내체육관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려 동네가 북적북적했는데, 지금은 목욕탕도 문을 닫고 병원도 멀어 불편하다”며 “최근 옛 모습을 되살린 영강동 영산포역 대합실에 모여 옛 이웃들이랑 윷놀이하며 놀다 왔다”고 한다.
 
60년 넘은 고택을 사서 고쳤다는 정원식(64세) 씨는 “2018년에 군에서 전역한 집사람과 함께 이사 와서 장모님을 모시고 있다”며 “대학을 마치고 담양군 봉산면에서 아버지의 정미소 일을 도우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중 지구과학 선생으로 교직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광남고에서 32년을 근무한 정 씨는 2019년 교감을 끝으로 명예퇴직했다. 
 
마을 뒤편에 주민들이 텃밭에 작물 키울 때 사용하는 우물과 평택임씨 제각인 향선재가 있다. 지난해 10월 600년을 기념해 심었다는 은목서 한그루가 평택임씨 선산임을 알려준다. 앞으로 600년 후 내동마을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지 상상해 본다. 
 
   
 ▲ 신정수 통장
인터뷰/ 신정수 내동마을 통장
 
“마을 앞 물길에 가재 잡으러 다니고 함정고개 기억”
 
“척후병으로 복무한 월남전에서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겼다”
 
군생활의 기억을 용수철처럼 떠올리는 신정수 통장(77세)은 “전갈에 물려 죽는 경우도 많았다”며 “푹푹 찌는 무더위에 모기며 거머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군기가 센 백골부대의 군생활이 힘들어 자원했다”는 신 통장은 “맨 앞에서 척후병으로 작전하던 중 베트남군이 매설해 놓은 죽창 덫에 찔리기를 밥 먹듯 했다”며 종아리에 남아 있는 상처를 보여 준다. “당시 병장 월급이 1,200원이었는데, 열배가 넘는 54달러50센트(14,170원)을 받았다”는 신 통장은 베트남에서 14개월을 보내고 귀국했다고 한다.
 
군복무를 마치고 1972년부터 아버지를 도와 건축 일을 시작한 신 통장은 “영산강 둑이 범람해 삼영동에 큰 물난리가 난 뒤 직접 집을 지어 이사 온 지 32년째”라며 “나주 인근에 600여채가 넘는 집을 지었다”고 웃어보인다.
 
산포면이 고향인 부인과 결혼한 지 50년이 됐다는 신 통장은 “친구 따라 갔다가 만난 집사람과 인연이 돼 자연스레 연애결혼해 남매를 두고 있다”며 “집사람이 B형 간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암이 되는 바람에 고생하다 딸한테 이식받은 지 15년 째”라고 부인 걱정을 꺼내놓는다. 신 통장은 “공무원인 아들이 50세가 다 돼 가는데 결혼할 생각이 없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더한다.
 
“마을회관 뒤로 대포리봉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있어 친구들과 가재 잡으러 다닌 기억이 있다”는 신 통장은 “내동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 ‘호랑이를 잡기 위해 함정을 파 놓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함정고개(현 롯데마트 앞을 지나는 옛 국도 1호선 구간)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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