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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채로 시를 잡다-카페, 코로나19
홍관희 시인  |  hongsiin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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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호] 승인 2024.01.21  21: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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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은 휴일도 없는지 일꾼이 되라 일꾼이 되라 하고
  엄동설한 난방을 해 봐도 좀처럼
  금고의 온기가 오르지 않았다

  손님에게로 향기로이 스며들어야 할 커피는
  침묵이 깊어진 그라인더에 갇힌 채 
  엄혹히 다가올 분쇄의 시간을 묵상하며
  쓰디쓴 운명을 무지개 맛으로 숙성시키고 있었다

  파리 한 마리 윙윙 약을 올리며 머리 위를 날고
  까똑까똑 스마트폰에 겹겹이 쌓이는 인생 청구서

  돈이 되지 않는 날이면
  무엇이든 되긴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고개 돌려 주위를 살피는 순간
  그 일상의 생각마저 나를 밀쳐냈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가난한 문우의 시집이 눈짓을 해오고
  삶의 언저리에서 서성이던
  마스크를 쓴 남루한 문장 한 줄 
  나를 열고 들어와 은은한 시향을 풍기기 시작했다

  어허 이러다가 뭐라도 되긴 될 모양이다
  이거라도 되기만 하면 
  오늘 하루는 됐다

  파리채로 파리는 못 잡고
  저렴한 시만 잡은 어느 날

  설정 온도를 높이고 높여도
  좀처럼 금고에 온기가 돌지 않았지만
  내 체온은 36.5도
  내 삶이 이만하면 됐다
 
  홍관희 시집 『사랑 1그램』, <걷는 사람>에서
 
   
▲ 홍관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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