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허북구

나주시와 일본 돗토리현(鳥取県) 구라요시시(倉吉市)는 자매결연 도시이다. 양 도시는 위도가 거의 동일선상에 위치라고 있으며 풍토가 비슷하다. 배가 특산물인 것도 유사하다. 두 도시는 이러한 공통점을 바탕으로 1993년 4월 21일에 국제도시 간 자매결연 협약을 맺었고, 같은 해 7월 20일 정식으로 국제 자매 도시 제휴 협정을 체결하고 교류를 시작했다.

주요 교류 사업으로는 ① 시·의회 관계자의 상호 우호 방문, ② 민족 예능단의 상호 방문 공연, ③ 직원 상호 파견 사업, ④ 농업·상업 관계자의 시찰 방문, ⑤ 학생 간 교류 사업, ⑥ 학술 관계자 간 교류 사업, ⑦ 민간단체의 스포츠 교류 사업, ⑧ 청소년 문화 교류 사업이다.

양 시는 자매결연 맺은 이후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부침이 있었고, 주요 교류 사업으로 제시된 것 중 성과가 뚜렷한 것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양 시의 시민들 또한 상대방 시에 대한 지식 정도가 옅고, 자매 도시라는 관계를 문화, 관광, 교육 등의 발전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구라요시에 대해 보충 설명하자면 돗토리현 중부에 있으며, 2023년 12월 말 기준 20,513가구에 인구는 44,212명이다. 인구 5만이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이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에도시대(1603-1868년) 초기부터 다이쇼시대(1912-1926년)까지 상업 도시로 번창했다.

에도시대 말기부터 쇼와시대(1926-1989) 전기까지 세워진 약 100동의 건축물과 흙벽으로 만든 광인 토장(土蔵)은 일본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 지구로서 선정 및 보존되고 있다. 이 건축물은 다마가와(玉川) 강에 걸쳐진 돌다리와 붉은 기와, 하얀 회칠을 한 벽이 어우러져 관광객이 많이 찾고 역사드라마 촬영장으로 이용되곤 한다.

구라요시시 남부에 위치한 관금(関金) 온천은 약 1300년의 역사가 있는 고탕으로 신경통, 류마티스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본 명탕 100선에 선정되어 있다. 서쪽 평야의 중앙 해발 40m 정도의 구릉에는 과거 나라시대(710-794년)와 헤이안시대(794-1185년)에 세워진 영제국(令制国)의 정치 거점으로 백호국(伯耆国)의 유적이 있다. 또 가마쿠라 시대(1185-1333년)에는 이와쿠라성이, 무로마치 시대(1336-1573)에는 다나이성(田内城), 타부키성(打吹城)이 축성되었던 곳이다.

구라요시는 현재 작은 도시로 전락했으나 나주가 과거에는 호남의 중심도시였던 것처럼 과거 동해(東海)에 접해 있는 산인 지방(山陰地方)의 중심도시였다. 구라요시시의 전통 특산물에는 나주의 샛골나이와 쪽 염색처럼 구라요시 가스리(倉吉絣)라는 직조(織造)와 천연염색이 있다.

가스리(絣)는 직물 기법의 하나로, 미리 따로 염색해 둔 날실과 씨실을 이용해 천을 짜서 문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도 등의 기술이 해로를 거쳐 태국, 인도네시아, 오키나와를 거쳐 일본 본토에 전해진 직조 기술이다. ​

구라요시 가스리(倉吉絣)는 에도시대 말기에 전해진 가스리 기법을 활용해 만든 것으로 회화적인 무늬를 짠 에가스리(絵絣)가 유명하다. 에가스리(絵絣)는 일반적인 가스리(絣)보다 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조 기술이며, 이렇게 짠 직물을 풍통직(風通織)이라 한다.​

구라요시의 풍통직은 환상의 직물로 불리면서 유명했으며, 메이지시대(1868-1912년)에 성행해 서일본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팔려나갔다. 다이쇼(1912-1926) 시대가 되면서 고도의 기술을 기계화가 어려워 쇠퇴하기 시작해 2차 대전 직후에는 짜는 사람도 없었다.

잊혀져간 풍통직(風通織)은 구라요시 가스리 보존회(絣保存会)가 생겨나 구라요시 가스리(倉吉絣)는 전승되고 있으며, 구라요시박물관(倉吉博物館)에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관광지에서는 구라요시 가스리로 만든 옷을 빌려 입고 옛 거리를 걸을 수 있으며, 구라요시고향공예관(倉吉ふるさと工芸館)에서는 작품을 보고, 상품 구매와 체험을 할 수가 있다.

구라요시 가스리는 나주 샛골세목이 나주의 쪽 염색을 더욱더 발전시켰고, 쪽 염색이 나주 샛골세목을 빛나게 한 것처럼 구라요시의 쪽 염색과 천연염색을 발전시켰다.

나주와 구라요시는 배 특산지라는 공통점 외에 역사와 문화, 관광, 직조와 천연염색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협력에 의해 발전시킬 수 있는 공통분모와 자원이 풍부한 자매결연 도시이다. 이 좋은 자원을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상품화길 기대한다.

▲ 쪽 염색한 실을 이용한 구라요시 가스리로 만든 옷(출처: 구라요시시 관광안내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