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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안의 부실부터 털어내자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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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호] 승인 2024.01.01  03: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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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 공학박사·건축기술사·수필가

“‘오늘도 허탕새벽 칼바람에 운다.” 오늘 아침 일간지 머리기사 제목이다. 남구로역 삼거리에 있는 인력시장을 취재한 것으로 일용직 근로자를 공급하는 인력사무소가 60~70곳이 밀집한 곳이다. 최근 건설업계 불황과 부실 공사 여파로 착공 물량이 작년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지다 보니 구직자가 20% 정도 늘었단다. 일감이 줄어드니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는 늘어날 수밖에. 년 말은 다가오는데 지금 눈이 내리고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일을 얻지 못해 뒤돌아서는 그들의 뒷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작년 1월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에 이어 지난 4월에도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모든 건설업계가 부실 공사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부실 공사가 발생하는 원인은 단순하다면 무척 단순하다. 공사 현장의 작업은 하도급업체가 고용한 기능공에 의해 이루어진다. 건설업체는 하도급업체와 계약하고 계약서대로 시공하는지 관리할 1차 책임이 있다. 다시 감리업체의 현장 감리원은 건설업체가 품질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2차로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단순한 프로세스에서 각자의 역할을 소홀히 할 때 부실 공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신경과 무책임의 결과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마지막 공사 품질을 확인하는 감리원의 상대는 건설업체이고, 전관예우나 카르텔로 유착되었다는 감리업체의 상대는 LH인데 이게 어떻게 부실 공사 원인으로 둔갑시켰는지 모르겠다.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심사 등 업체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건 다른 문제이다. 진단이 명료해야 그에 따른 처방도 약효가 높지 않겠는가.

순살 아파트작명도 기막히다. 뼈인 철근은 없고 살에 해당하는 콘크리트만 있다는 말. 그들은 어떻게 하면 국민을 효과적으로 선동할 수 있는 줄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지난 7월에 국토부의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 사고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나는 여러 원인 중 콘크리트 압축강도에 주목했다. 일부에 강도 미달이 있었지만 그게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듯이 넘어갔다. 순살 아파트라고 했는데 살에 해당하는 콘크리트는 과연 괜찮을까. 콘크리트 강도는 시멘트 모래 자갈과 물의 배합 비율에 따라 정해진다. 문제는 모래와 자갈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요인이다.

하천 모래는 옛날이야기이고 지금은 바닷모래를 씻어 사용하고 있다. 그나마도 지자체가 일정량만 채취하도록 제한하고 있고 환경단체도 감시하고 있지만, 모래가 귀하다 보니 허가량 이상의 불법 채취로 시끄러운 게 요즘 현실이다.

자갈은 대부분 산림에서 채취(채석장)하는 깬 것을 주로 사용하는데 자연보호와 생태계 파괴, 커다란 이권 들이 맞물려 이마저 원활하지 않다. 골재 공급이 이렇게 어렵다 보니 일부 도심 재개발 등에서 나오는 콘크리트 폐기물을 순환 골재라 하여 자갈 대신 사용하는 게 현실이다. 그 양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지만, 불순물, 입도 등 자갈을 대신할 재료로 합당한지 왠지 불안하다. 공급이 부족하면 편법이 생기고 비리의 개연성이 높아졌던 과거 경험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물량이 모래나 자갈 생산량으로 결정되고 골재 가격이 높아져 분양가까지 높아지는 날이 올까 지금부터 불안하다. 정부는 미리 골재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개발하면서 콘크리트 수요가 적은 공법 개발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 것이다.

얼마 전 LH공사의 혁신안이 발표되었다. 주택공급은 민간과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설계업체 선정은 조달청으로, 감리업체 선정과 현장 품질 점검은 이름도 생소한 국토안전관리원으로 업무를 이관한다는 것이다. 멀쩡하던 국내 대표적인 건설 공기업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 두 기관은 날벼락이 아니라 굴러들어 온 떡을 먹게 생겼다. 이를 빌미로 조직 확장에 나설 것이며 남의 불난 집 덕분에 잔치국수를 먹게 된 것이다.

조달청은 지금까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해 왔으니 그렇다 치고 국토안전관리원의 설립 취지와 기능을 한번 보자. 국가 주요 시설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사후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국토부 산하기관(위키백과 참조)으로, 조직 어디에도 감리업체를 선정하고 공사 중인 공공건물의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계약이나 품질관리 부서가 보이지 않는다. 새롭게 조직을 만든다고 곧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을 갖출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쌓아 온 LH의 전문성에 신선한 해법을 추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어땠을까. 새로 만든 것보다 고쳐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이번 대안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뭐니 뭐니 해도 건설공사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제도나 시스템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국민이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부실공사. 우선 건설업에 종사하는 우리 자신 안에서부터 털어 낼 부실이 없는지 한 번쯤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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