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허북구

대만의 인기 국민 간식 중에 차예단(茶葉蛋)이라는 것이 있다. 대만 편의점 음식 추천 1위 등 수식어가 많은 차예단은 편의점, 포장마차 등 다양한 장소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소비가 많은 음식이다.

차예단은 찻물에 삶은 계란인데,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방법은 계란을 삶은 후 껍질에 균열이 가도록 한다. 그 다음 녹차, 우롱차, 홍차, 쟈스민 차 등 차와 팔각, 계피, 생강 등 향신료, 간장 그리고 당 등을 첨가한 것에 계란을 넣고 약한 불로 20-60분 정도 끓인다. 그리고는 껍질을 벗기고 올리브 오일을 살짝 바르고 마무리 한다.

완성된 차예단은 균열된 껍질사이로 찻물과 간장 등이 스며들어 아름다운 문양이 염색되어 있다. 맛은 살짝 짠맛이 감돌며, 삶는 물의 성분 조성에 따라 단맛이 나거나 향이 배여 있는 등 맛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계란을 삶은 후 차 추출물에 담가서 이용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나 찻물이 계란 흰자위에 예쁘게 염색된다.

찻잎은 차 예단처럼 식품에 기능성 부여와 염색 재료로 사용되는데, 천을 염색하는 염료로 주목받고 있다. 홍차의 생산량이 세계 2위이자 세계 최대의 차 수출국인 실론 티(Ceylon tea)의 고향인 스리랑카에서는 최근 홍차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차폐기물로 52가지 색상의 천연염료를 만들어 산업화에 성공했다.

차의 부산물을 염색에 이용한 사례는 많다. 차를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을 이용해도 항균성, 소취성, 항산화 등의 기능성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차의 이러한 효과로 인해 녹차는 차로 이용하고, 부산물은 염색, 산란계 사료 등에 이용해 활용도를 높인 차 산지들이 많다.

한편, 나주는 차의 자생지가 많고, 차역사와 전통이 깊고, 천연염색에 대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나주는 전통적인 돈차 제조와 음용법이 발달된 지역으로 전통 자산을 갖고 있다.

돈차는 찻잎을 수확하여 찐 후 으깨어 동전처럼 둥글게 만든 차로 전차(錢茶), 단차(團茶), 병차(餠茶), 떡차, 청태전(靑苔錢) 등으로도 불리는 떡차의 일종이다. 돈차의 역사는 중국 당나라 때의 육우(陸羽, 733-804 추정)가 지은 ‘다경(茶經)’의 비법에 기록된 차로 1000년 이상의 역사가 있으나 그 유산이 근대까지 남아 있었던 곳은 우리나라 전남의 몇몇 지역에 불과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돈차가 일본에 알려지자 일본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돈차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와 발표를 했다.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인 경성일보 1938년 11월 17일자 지면에는 ‘겨우 문헌에 남은 천고 천승의 전차(錢茶), 전남의 명찰 불회사에서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일본 시즈오카현 차산업노조연합회 회의소에서 1939년에 발행한 ‘다업계(茶業界)’에도 나주 불회사의 돈차가 소개되어 있다. 일본 산양신문사(山陽新聞社)에서 1942년에 발행한 책(満鮮見たまゝ)에서도 저자인 미야케이치로(三宅一郎)는 나주 돈차를 소개해 놓았다.

1939년에 전남 지방의 돈차 산지를 조사한 이에이리 가즈오(家入一雄)가 쓴 ‘조선의 차와 선(朝鮮の茶と禪)’에도 불회사의 돈차가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나주는 이처럼 일제 강점기에 돈차의 명산지로 알려져 있고, 1980년대 초까지 제조 이용되었으며, 현재도 곳곳에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허북구. 2014. 근대 전남의 돈차 문화와 청태전. 세오와 이재).

나주차는 다도면 등 지명, 역사적 기록, 근대 돈차의 명산지, 자생 차나무의 DNA 연구 결과 등을 고려해 볼 때 인문학 및 자연과학 측면에서도 자원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나주돈차는 나주에서 생산되는 삼계탕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고, 차의 기능성 성분은 식재료 외에 염색, 산란계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그런데도 시대에 맞는 차의 개발이나 아용법이 거의개발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 자원이 천연염색을 비롯해 다양하게 활용되어 지역민의 소득증대와 삶의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 나주 자생 차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