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타이어와 목재 등을 활용해 진입로를 가꾼 옥련마을은 ‘청정전남 으뜸마을’에 선정됐다.

 

옥련마을에 경사났다. ‘청정전남 으뜸마을’에 선정된 반남면 흥덕4리 옥련마을은 오늘(18일) 전남도지사 표창을 받는다. 주민들이 뜻을 모아 폐타이어와 목재 등을 활용해 특수형광색으로 마을입구를 꾸몄다. 기후변화로 위기를 겪는 지구를 지키고, 어두운 거리를 눈에 띄게 하여 주민의 안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옥련마을의 남쪽 중촌덕림정길에 접한 4가구는 영암군 신북면 월지4리 중촌마을이다. 행정구역이 옥련마을을 둘로 나누었지만 한마을이다.

 

목수며 미장, 조적 등 건축일을 하면서 직접 집을 지어 1990년 고향인 영암군 신북면에서 이사 온 조삼룡(77세) 씨는 “지금은 밭이 됐지만 이 집에 있던 연못에 핀 연꽃을 보고 마을 이름을 지었다고 들었다”며 “텃밭 건너 아랫집은 영암”이라고 한다. 올해부터 마을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조 씨는 “무릎이며 허리가 아파 더는 일할 수 없어 내년부턴 20여마지기 논을 다른 사람한테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열아홉에 결혼하면서 반남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이경애(85세) 씨는 “외동딸이라고 귀하게 자랐는데, 남편을 키우신 시이모님과 친정어머니, 교통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 병간호하며 자식들 키우느라 세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도 없다”고 한다. 이 씨는 2008년 나주시장으로부터 효부상을, 2018년엔 나주향교 전교로부터 열녀상을 받았다.

 

반남면에서 처음으로 개인택시 자격을 얻었다는 박계수(64세) 씨는 “1979년에 운전면허를 따서 영암군 시종면의 택시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1986년 처음 시작할 당시엔 나주 관내 63명의 개인택시가 부부동반 모임을 갖기도 하고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고 한다. 2008년 택시 일을 정리한 박 씨는 고향으로 돌아와 한우를 키우며 논농사를 하고 있다.

 

▲ 우산각은 옥련마을과 영암군 신북면 중촌마을이 함께 사용한다.

 

‘전주댁’ 최정애(68세) 씨는 “왕곡면 신원리 고향에서 살다 제과회사에 다니던 남편을 만나 연애결혼했다”며 “영암군 신북면에 있던 화신사진관에서 결혼식을 했다”고 한다. 본관이 댁호가 됐다는 최 씨는 “회관에서 어르신들 식사도 해 드리고 마을일 하기에 젤 젊은 내가 작년까지 10년간 이장을 했다”고 한다.

 

태어나던 해인 1952년에 옥련마을로 왔다는 박천일(72세) 씨는 “보일러 연료비 부담 때문에 인근 배밭에서 전정한 가지를 구해 와 정리하고 있다”며 “더 나이 들면 못할까 염려돼 틈 나는대로 준비해서 앞으로 몇 년은 땔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뿌듯해 한다. 박 씨는 한국농어촌공사 반남출장소에서 30여년 근무하고 2012년 퇴직했다.

 

반남면 소재지인 흥덕1리 자미마을에 사는 박인환(74세) 씨는 “20여년 전부터 텃밭과 축사를 마련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소 밥 주러 출퇴근한다”며 “김장김치를 아들들이 가져가고 나니 우리 먹을 게 부족해서 텃밭에 남은 배추를 수확했다”고 한다. 한 때 30여마리까지 키웠다는 박 씨의 축사에는 한우 10여두만 남았다.

 

“열다섯살에 서울의 중식당에서 숙식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전국종(67세) 씨는 “용산 국제빌딩의 지하주차장에서 세차장을 하던 중 건강이 나빠져 1990년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비닐하우스에 보온덮개를 덮고 1만여 수로 시작해 지금은 번듯한 축사에 육계 9만여 수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조류독감(AI) 예방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소독시설을 강화할 계획”이라는 전 씨는 “탯자리인 우리집을 끝으로 영암군 시종면이 시작된다”고 덧붙인다.

 

▲ 영암군 신북·시종면에 접해 있는 옥련마을 앞 중촌덕림정길에 접한 4가구는 영암군에 속한다.

 

“이사온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았다”는 김은주(53세) 씨는 “경기도 안양시에서 살다 3년 전 남편 고향인 금천면으로 귀농했다”며 “5천여평 배농사를 짓는데, 창고가 필요해 마당 넓은 집을 찾다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스스로를 ‘초보농사꾼’이라는 김 씨는 “생전 처음 농사짓는 거라 서툴고 힘들고 벌이도 되지 않는다”고 푸념이다.

 

영암군 신북면·시종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옥련마을은 원래 신북면 월지리의 중심에 위치했다 하여 중촌마을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흥덕리 경계인 ‘뒷등’에 사람들이 많이 살게 되면서 중촌보다 커지자 새로운 마을이름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마을 주민들이 반남면 초대 면장이자 학자인 금운 정순규에게 마을이름을 지어줄 것을 요청, 마을 안 연못의 연꽃을 보고 옥련마을이라 했다고 한다. 한 때 80여명이 북적북적 살던 옥련마을엔 28명만 남았다. 그나마도 겨울추위를 피해 자녀들 집으로 떠난 이들이 많아 마을이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다.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성공’이라는 꿈을 이뤘다”

 

최고를 목표로 자동차 정비에 도전했다는 박찬일(53세) 이장은 “누나가 있는 경남 창원에서 기술을 배워 취직한 대우국민차 정비공장이 첫 직장”이라며 “단기사병으로 지원해 야간엔 경계근무를 하고 주간에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느라 꼬박 48시간동안 잠을 못 잔 적도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별 다섯’에 해당하는 최고등급 자격증인 골드레벨까지 취득했다”는 박 이장은 “대우자동차가 이름을 바꾼 쉐보레자동차 정비 분야의 최고 자리인 정비사업소장을 끝으로 지난 2020년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혼자 계신 어머니를 곁에서 모셔야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속마음을 꺼내놓는 박 이장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 목소리에서 가족력인 치매증상을 눈치 채고 서둘러 귀향을 결심했다”고 한다.

 

고 3학년 때 고향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반남면 출신 신입생 환영회’에서 2년 후배인 부인을 처음 만났다는 박 이장은 “지금껏 제가 의지하고 살 수 있었던 건 모두 집사람 덕”이라며 “30여년을 한결같이 언니가 하는 국내 유일의 가방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야간에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고향으로 돌아와 한우를 키우며 쌀농사를 짓고 있는 박 이장은 “1년 과정인 한우농업대학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졸업만 남았다”며 “한 시간도 빠지지 않아 개근상은 받을 것”이라고 웃어 보인다. 언니보다 열 살 어린 초등 5학년인 작은 딸이 초등학교를 마치면 부인과 함께 내려올 계획이라는 박 이장이 농사에서도 ‘최고’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