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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게 맛있던 맛의 추억
심은일  |  cimdfj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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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호] 승인 2023.12.17  19: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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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일 요리연구가

동네 바닷가에서 낚시하고 학교 운동장 구석의 소각장에서 이것저것 구워 먹었던 추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낚시한 게와 생선을 실컷 구워 먹고 얼굴과 코에 묻은 그을음을 학교 운동장 구석의 수돗가에서 씻어낼 때쯤 멀리서 누군가 우리를 불렀다.

“마~ 일루 와바~!”

그들은 우리보다 머리통 둘 정도는 훨씬 더 커 보이는 형들이었다. 
 
“느그들 뭐꼬? 거지새끼가? 여기 딱! 스라!”
 
“이새끼는 왜 대답을 안하노!”
 
순간 눈앞이 번쩍했다. 
 
“이새끼 안 우는 거 봐라! 깡 좋네! 느그들도 여기 딱 다서라!” 
 
얼마 후, 우리는 서로 마주 서서 서로 뺨을 때려야만 했다. 이유는 없다. 그냥 하란다. 하지 않으면 형들에게 더 맞는다. 규칙은 간단하다. 도망치거나 주저앉거나 울음을 터뜨리면 지는 것이다. 난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상도 있다. 
 
“마! 1등은 이거 준다!”
 
그것은 ‘산도’였다. 태어나 처음 보는 과자. 과자 두 겹 사이에는 크림이 들어있는데 그날까지 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저건 무슨 맛일까?’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벌써 6~7명의 아이만 남고 모두 도망쳐버렸다.
 
‘그 순간 번쩍’ 맞은편에 서 있던 아이가 나의 뺨을 후려쳤다. 어느덧 그곳에 있던 아이들은 난타전이 시작되었고 그걸 지켜보는 형들은 웃음이 터졌다. 국민학교 1~2학년생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무리 휘둘러도 승부가 나지 않는 게 재밌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재밌게 구경했지만 우리는 진지했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맞는 쪽은 울지 않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있거나 눈을 질끈 감고 있기 마련이다. 눈을 감아버린다면 뺨을 맞고 중심을 잃고 주저앉거나 쓰러질 수도 있으므로 아이들 대부분은 눈을 크게 뜨고 버티는 것이 태반이다. 나는 꾀를 냈다. 뺨을 때리는 순간 손가락을 살짝 꺾어서 상대방의 눈알을 찌르는 것이다. 난 한방에 상대방 아이의 눈알을 후벼팠고 다행히도 울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이새끼~ 진짜 깡이 좋네!” 
 
나에게 맞은 애들은 키와 덩치가 크더라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 
 
“마! 여있다! 무라! 너 이름 뭐꼬?”, “마! 이제부터 은일이 니가 1번이다! 토요일에 3시까지 여! 있으라!” 
 
나는 산도를 받았다(옛날 산도는 정말 달다). 퉁퉁 불어터진 볼을 비비며 집으로 가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눈물 나게 맛있던 과자 ‘산도’. 어릴 적 친구들과 가끔 만날 때면 꼭 이 이야기가 나온다. ‘독한 놈’ ‘무서운 놈’ ‘나쁜 놈’으로 기억된다. 친구들과의 추억에서 나에 대한 기억은 우정, 의리, 행복한 추억보다는 대부분이 다툼과 사건 사고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저 배가 고팠고 배를 채우기 위해 친구들을 때리고 울렸다는 죄책감으로 머릿속은 가득 채워져 있다.(그 뒤로도 한 달에 한두 번씩 그 짓을 했었기 때문이다.)
 
‘눈물 젖은 빵’이란 이런 것이다.(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이런 행위들은 지금도 감옥이나 빈민가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일을 시작으로 나는 그 형들과 범죄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들과 어린 시절을 보낸 추억들 덕분에 알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많은 사건 사고들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그것은 내가 부산을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부산을 떠난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나는 나주를 고향 삼아 8년째 살아가고 있다. 맛의 추억과 함께 이곳 나주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은 나의 지난 고통에 대한 보상이자 신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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