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초등학교를 다니던 우리 아이들을 통해 초등학교에 만연해 있는 부정적인 일들 때문에 선생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소신을 지키며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며 바르게 교직 생활을 하는 선생님도 계셨지만, 암암리에 학교 전체에 퍼져있는 분위기는 선생님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심었다. 학교가 부조리의 온상으로 전락해 오래된 낡은 관행들이 만연해 있었다. 누구 한 사람 고칠 의지도 없었고, 터부시하며 당연한 듯 관례처럼 고착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학급 임원이 되면 엄마들도 학급 임원의 엄마로서 임원의 역할을 다해야 했다.

 

학급 임원이 된 엄마들은 학급의 물질적인 필요를 보충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학기별로 학교의 중요한 행사에 학급 아이들의 간식과 선생님들의 간식을 챙겨야 한다. 간식이 간단한 간식이 아니라 최고급을 지향하는 엄마들의 성향이나 다른 반과의 비교의식이 더해져 보통의 간식 수준을 뛰어넘었다.

 

동네 학부모들의 성향에 따라 그 정도도 달라진다. 소풍이나 운동회에 아이들과 선생님의 간식을 챙기는 일은 은근한 부담이었다. 공부하는 아빠 밑에서 여유롭지 못한 형편 때문에 학기 초가 되면 학교 가는 아이들을 붙잡고 반장이나 부반장 등 학급 임원을 맡으면 안 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때 겪은 일은 내가 직접 겪은 일이지만 또 다른 사례를 미용실 고객에게 들은 적도 있었다.

 

선생님이었던 엄마가 학부모로부터 10만 원권 수표가 들어있는 책 선물을 받고 돌려주려고 며칠 고민하는 사이 그 학부모가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10만 원을 드리려고 하다가 실수로 20만 원이 전달되어 버렸습니다. 죄송하지만 10만 원은 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 선생님은 며칠 고민하던 사이 자기 돈 10만 원을 보태서 20만 원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괜히 분란을 일으켜봐야 잃을 게 많은 쪽은 학부모가 아닌 선생님이었다. 현금이든 수표든, 10만 원이든 20만 원이든 물질을 받은 것은 사실이며, 돌려줘야 할 돈이다. 학교 현장에서 현금이 오고 가고 선물이 오고 가는 일이 관습적으로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울 큰아이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남자 담임선생님이었는데 다른 선생님과 다르게 학기 초 강력한 선언을 했다. 자기는 어떤 선물도 받지 않을 것이며 아이들 간식도 하지 마시라고 선물 보내실 경우 바로 돌려보낼 것이다. 이런 강한 주장은 학부모들에게 확실한 선을 알려주며 선물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이 선생님은 당시 학교에 만연해 있는 선물과 촌지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당시 이런 학교 분위기에 대변환을 가져온 것은 첫 주민투표로 선출된 장휘국  교육감의 취임으로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선물이 사라지고 중요 행사에 아이들 간식과 선생님들의 간식이 사라졌다. 분위기가 이렇듯 엄격해지니 각 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달라지고 학교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순화되기 시작했다.

 

운동회 때 학부모들이 물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되었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선생님들의 강력한 당부로 학교 내에서 만연해 있던 물질 문제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학교 현장의 변화가 교육감 한 명이 바뀌면서 일순간에 바뀌어 버렸다. 천지가 개벽하듯 선생님과 학부모 관련 부정적인 일들이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이 힘을 가진 자가 바르게 움직일 때 나타나는 순기능이다. 권력자 한 명이 건강해지니 학교 전체가 바뀌어 버렸다. 함께 교회 다닐 때도 아이들을 사랑하시던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고 교육감을 지내는 동안에도 아이들 사랑이 느껴지던 분이었다. 다른 일에 대해서 장휘국 전 광주 교육감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학교 현장에서 부정과 비리가 사라진 것은 온전히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의 장휘국 전 교육감의 공이다.

 

힘의 작용이 이렇듯 무섭다. 세상은 권력을 가진 한 사람으로 정화되기도 하고, 권력을 가진 한 사람의 부정으로 부패 되기도 한다. 나주의 정치 환경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의지가 없고 주변의 비리나 부정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면 나주에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22년 지방 선거 당시 주변에서 많이 듣던 말이 “나주 소악은 000이고, 나주 거악은 000이니 이번 지방 선거는 소악을 물리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나주 시민들이 입이 닳도록 지칭하던 소악이 사라졌다. 소악이 사라졌다고 나주가 깨끗해졌는가? 나주는 변화 없이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소악이 사라져도 변화가 없다면 거악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내년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는 나주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부정과 부패가 사라지게 할 기회가 될 귀한 선택의 시간이다. 그 선택의 시간이 차츰 다가오고 있다. 부정과 부패가 관행처럼 굳어진 낡은 권력을 택할 것인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세상을 바꿀 것인지는 온전히 나주 시민의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