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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을 생각하며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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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호] 승인 2023.12.10  23: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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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 공학박사·건축기술사·수필가

문우들과 모임이 끝나자 손마다 소금 빵 한 봉지씩을 들려주신다. 지하철 등받이에 기대어 방금 헤어진 그분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품격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채워온다. 

품격을 생각하면 품위가 함께 온다. 두 단어에서는 꽃향기보다 과일 향이 더 진하게 풍긴다. 품격이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에 따른 태도라면, 품위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도리와 기품 같은 정신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품격이 눈에 보이는 상대의 표정, 몸짓과 태도로 가늠할 수 있다면 품위는 막연하면서도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경외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품격이 가까이서 보인다면 품위는 멀리 있으면서도 분위기로 느껴지는 것 같다. 내 나름의 해석이지만 두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는 귀하고 가치가 있다. 그래서 우리 삶의 지향점이지 않겠는가. 
 
品格과 品位의 각 획 구조를 보며 그 의미를 짚어 보니 재미있다. 학문적 근거가 없는 나름의 해석이니 누가 생각을 보태주면 더 좋겠다.
 
品에는 두 입(ㅁㅁ)이 한 입(ㅁ)을 받치고 있어 안정적이다. 둘의 다른 생각을 다른 한 사람이 균형을 잡아 주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적을 것이다. 입 하나에 귀와 눈이 둘씩이다. 많이 듣고 바로 보되 헤아려가며 신중하게 말하라는 것. 우리 일상의 설화(舌禍)를 경계하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렇다면 格과 位는 어떤가. 格은 나무 木 변에 각자 各이 붙어있다. 나무는 자라서 대목(大木)이 되어 쓰임새가 많은 기둥(棟梁)이 될 수도 있지만 허드레 땔감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앞의 品을 만나 품격의 자리내림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 
 
位를 보자. 서로에게 기대가며(人) 바르게 서라(立)고 한다. 서로 배려하고 배우면서 더불어 살라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바로 서면 品의 눈, 코, 귀와 입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품위 있는 사람은 온화한 인상으로 고상하고 안정감이 있게 보이지 않던가. 
 
품격을 생각하면 함께 글쓰기를 하는 그분이 생각난다. 평생을 대학 강단에 계셨으니 그 입을 통해 얼마나 많은 말씀을 하셨을까. 단순한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고 삶의 방향과 가치를 함께 가르쳐야 하는 스승의 역할까지 했으니 말이다. 후덕하고 정리된 삶이 주변의 신뢰로 이어져서인지 대학의 중요 보직을 거의 거치셨다. 
 
그분의 성품을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 한 토막을 해야겠다. 
 
대학 재학 중일 때, 여고 시절 미술 과목을 가르쳤던 선생님이 인천에서 개인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와 둘이 인천까지 가서 풍경화 한 점을 사셨단다. 어떻게 그 어려웠던 시절에 그림을 산다는, 사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미술 선생은 전시회가 끝나고 그 작품을 그분의 집에까지 가지고 오셨단다.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풍경의 그림은 6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삿짐과 함께 옮겨 다니며 항상 거실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단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만은 아닌 것 같다. 혹 첫 남자로 애모의 감정을 가슴 한편에 숨겨두고 있던 차에 전시회 소식을 듣자 단숨에 인천까지 달려간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래도록 선생님 곁에 머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후자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면서 그 올곧은 순수함이 그분 삶의 주춧돌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은퇴 후에는 글쓰기를 시작하셨다. 그 인연으로 지금은 문학단체의 리더로서 궂은일까지 기꺼이 맡아 하신다. 조그맣더라도 나눠서 손에 들려주기 좋아한다. 정말 입은 닫고 지갑을 여는데 솔선수범이다. 말수가 없으시다. 잔잔한 미소만 얼굴에 가득하다. 가끔 엉뚱 발랄한 유머로 웃음을 자아내게도 한다. 나서지 않고 들으신다. 의사 결정할 때면 지혜로움이 곳곳에 묻어난다. 
 
품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은근히 멋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그분을 본다. 나도 덩달아 함께 물들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분이 곁에 계시니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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