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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대구大邱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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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호] 승인 2023.11.26  20: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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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석 기행작가

가는 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고택과 비운의 천재화가라는 이인성의 나무가 있는 계산 성당을 지나 3·1 만세운동 길의 청라언덕에 올랐다. 언덕에 지어진 선교사들의 주택은 붉은 벽돌과 함께 세월의 깊이를 실감케 했다.

이름도 스윗즈, 블레어, 챔리스 주택으로 불리는 가운데 은혜정원엔 남의 나라, 그것도 지지리도 못 사는 나라에서 배척을 당하고, 박해를 당하면서도 의료와 교육의 씨앗을 심은 선교사와 그 가족들의 영혼이 깃들어 쉬는 안식처에 내 영혼은 최대의 예의를 갖췄다.

또한, 언덕은 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이 근대음악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박태준 선생의 연애담을 듣고 쓴 시에 박태준 당신이 곡을 붙였다. 바로 청라언덕이 배경이 되는 〈동무 생각〉이다. 달리 대구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곳이다. 그러고선 조선의 평양, 강경과 더불어 3대 시장이라 일컬어지던 서문시장의 규모와 수많은 인파에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처럼 휩쓸리다 달성공원으로 향했다. 그곳엔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비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 12연 중 11연이 음각되어 있었다.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엮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게로”
 
그랬다. 시비는 '목근통신'과 '외투' 등 명수필을 쓴 김소운 선생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비였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이렇게 작가 사후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자나 후세인들이 뜻을 모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지자체에서 뭐 하나라도 내세우기 위해 시비나 문학비를 세우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비를 들여 자신의 시비를 세우는 사람도 있다. 이는 살아서 자신의 장례식에 문상객이 된 거와 다르지 않다.
 
대구역에 내려 향촌동 길을 따라 로드무비처럼 대구 문학관과 이상화 생가, 계산 성당, 3·1 만세운동 길과 청라언덕, 그리고 서문시장과 달성공원의 이상화 시비를 둘러보았다. 여행은 바쁘게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늦추고 늦춰야 더 많이 보이더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하루하루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나는 도무지 바쁠 게 없었다. 달리 말하면 별도로 힐링이니 치유니 하는 말이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흘러간 노래라는 말처럼 흔히들 이야기하는 구식다방이 있다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 평소 늘 새롭고 멋있는 것이나 곳보다 낡고 오래된 것 하나라도 허투루 버리거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 습성을 지니고 있는 까닭이다. 하여 벚꽃이 지천일 즈음 경남 창원 진해에 있는 시민문화 공간 ‘흑백’을 찾은 적이 있다. 흑백은 지금은 시민문화 공간으로 음악회나 문학 행사, 전시회, 연주회 등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본시 ‘흑백 다방’으로 서양화가 유택열이 운영했고, 당시에 화가 전혁림, 시인 서정주, 유치환, 김춘수 같은 내로라하는 문화 예술인이 출입하던 곳이었다. 
 
이러한 공간은 많은 사람에게 먼지가 켜켜이 내려앉은 낡은 서랍 속에 앨범 정도로 있거나 말거나 관심 밖으로 멀어진 지 오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러한 공간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은 작은 떨림이었다. 그래서 또 다른 옛날식 다방을 찾아 나서기 위해 초고속 열차가 아닌 무궁화호 열차표를 손에 쥐고 다시 대구역에 발을 디뎠다. 이번에는 향촌동이 아닌, 대구의 옛 읍성의 동쪽이라 해서 이른 동성로를 따라 종로 2가이며 또 다른 이름 진(긴)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세월의 시간을 더디게 간직한 체 7~80년대 건축의 유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2층에 ‘미도 다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큼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랐다. 그리고 마주친 미도 다방은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였다. 디지털 시대의 상징과 같은 대구의 가장 번화한 곳 동성로는 쇼핑센터나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즐비한 곳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곳, 화려한 건물들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면과 같은 약령시장과의 사이에 100여 m 남짓이나 될까. 싶다.
 
좁다란 진골목의 중간 즈음에 있는 미도 다방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신혼여행을 떠나던 누이의 모습처럼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방에 들어서니 단아한 미색 저고리에 복사꽃과 소나무, 그리고 소담한 집 한 채가 양 소매 끝에 그려져 있고, 옷고름만은 복사꽃과 같은 색으로 강조된 가운데 하얀 치마를 입으신 분의 엷은 미소를 받았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미도다방의 쥔장 정인숙 여사다. 나는 대뜸 대구의 문화예술인에 대한 질문을 드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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