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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도 못먹는 요리사의 ‘김치’ 이야기
심은일  |  cimdfj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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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호] 승인 2023.11.26  20: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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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일 요리연구가

‘김치’를 중국과 일본에서 김치의 종주국이라고 주장을 하는 이유는 고추와 배추가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넘어왔고 조선 시대에 고춧가루가 일본에서 넘어온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실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전 국민의 대부분이 집마다 김치를 보관하고 매일같이 김치를 먹으며 일평생을 살아가는 국가에는 결코 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23년이 지나가는 현시점에서도 김치의 ‘소비량’은 당연하게도 한국이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그런데 간혹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 중에서도 ‘김치’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어떤 음식물이든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소수는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생배추 알레르기나 고춧가루 알레르기 등을 가진 특이한 체질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생무, 생채소, 고춧가루 등에 노출되면 두드러기 또는 호흡곤란 등의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김치를 먹지 않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배신자의 낙인이 찍히기도 하고 ‘누군가의 어머님과 할머님께서 베푸신 정성을 무시하는 무례한 인간’으로 각인되어 버리기도 한다. 필자는 이와 같은 사정으로 많은 오해와 혐오를 받으며 군 생활과 사회생활을 해왔다.
 
2001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40대가 된 지금도 간혹 식사 모임 자리에서 난감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를 겪고 있다. 나는 우리 민족의 반역자이며 배신자이다. (거기다가 일식 요리사라니...) 하지만, 해외에서 근무할 때는 식사 시간마다 최소량만 배식 되는 귀하고 귀한 김치를 직장동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마음 넓고 천사 같은 사람’으로 통하기도 했다.
 
나는 선물 받은 김치를 먹지 않았을 뿐인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고 내가 먹지 못하는 김치를 남들에게 양보했을 때는 ‘천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고려 시대 때부터 시작된 우리 고유의 음식인 ‘짠지’에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김치 사랑은 100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이어져 오고 있다. 
 
요즘 시대에 즐겨 먹는 고춧가루가 버무려진 ‘김치’의 모습은 1960년이 되어서야 우리나라에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고추’라는 작물을 재배하기가 워낙에 힘들었기 때문에 고춧가루의 가격이 워낙에 상당한 시절이었다. 웬만한 재력가가 아닌 이상 맛볼 수 없는 음식이 바로 고춧가루와 젓갈을 팍팍 버무린 김치라 할 수 있었다.
 
6.25사변 이후 북한과 중국과는 50년 가까이 단절된 채 발달해온 오늘날의 붉은 김치의 종주국을 다투는 그것 또한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인 것이다. “김치는 한국에서 개발된 60년 전통의 한국 고유의 음식이다”라고 표현해야 옳은 말일 것이다. 고추와 고춧가루가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일본에 먼저 전파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에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고추’는 그저 관상용 작물이었을 뿐이다. 당시 일본은 전국시대였기 때문에 일본 상인들은 처음부터 조선의 동래 왜관(지금의 부산)으로 와서 고추를 판매하였고 일본 내부에서는 고추를 판매한 작은 기록조차도 남아 있지 않다. 
 
그 뒤로도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임진왜란 이후에서야 고추는 ‘고려 후추’, ‘조선의 관상용 독초’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겨우 역수입을 시작할 수 있었으며 한참이 지난 후에야 ‘고추’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조선에서 들여온 작물로 알려질 수 있었다. ‘김치는 무조건 우리 것이다’, ‘우리가 김치의 종주국이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역사를 바로 알고 우리가 종주국이라는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까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김치’ 종주국의 일원으로서 우리 음식의 역사를 바로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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