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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세지면 벽산리 2구 산계마을
김덕수 객원기자  |  najukd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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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승인 2023.11.13  00: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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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면 영사재에 모여 합동세배 올리던 광산김씨 집성촌

세지면을 관류하는 금천을 바라보고 성덕산 아래에 있어 맷계로 불려
청동기 지석묘군 잡초 속에 방치…75년째 대빗자루 만드는 김기옥씨
 
   
▲ 김기옥(86세) 씨는 열두살 때부터 대나무 빗자루를 만들어 생계를 꾸려왔다.
 
세지면을 관통하여 흐르는 금천은 산계마을 아이들의 물놀이장이었다. 인근 주민들에겐 다슬기 잡고 놀던 피서지였다. 주민들은 금천에서 빨래하고 물고기 잡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추억에 젖는다. 성덕산을 병풍삼아 금천을 바라보고 있는 ‘산과 물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맷계로 불리다 한자로 산계마을이 됐다. 지금도 마을 입구 표지석의 한쪽 면은 맷계, 반대 쪽은 山溪로 표기돼 있다.
 
10대에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났다 50여년만에 돌아온 김원철(62세) 씨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고 혼자 계신 아버님 농사를 돕기 위해 돌아왔다”며 “마을회관이 있는 이곳은 어릴 적 친구들과 손이 부르트도록 자치기하고 말뚝박기 하던 놀이터였다”고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40여년 전기공사업을 하다 7년 전 이사 온 이형수(72세) 씨는 “텃밭이 있는 시골생활을 위해 혼자 내려왔다”며 “전기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어 작년에 강원도 태백군의 변전소 공사 현장에서 한달간 일하고 왔다”며 마당에 널어놓은 콩을 뒤집는다.
 
지난달에 깨를 베다 넘어져 무릎 인대를 다쳐 입원해 24일 만에 퇴원한 최종님(75세) 씨는 “해도해도 끝이 없는 농사만큼 힘든 일이 없다”며 “올해부터 농사일을 줄이려고 논 11마지기는 임대를 줬다”고 한다. 봉황면 황룡리가 고향인 최 씨가 결혼해 산계마을에 산 지 51년이 됐다.
 
   
▲ 연못이 있는 관약재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정년퇴직한 최영률(66세) 씨는 “1년여 집에서 쉬다 보니 좀이 쑤셔서 운동도 하고 텃밭도 가꿀 겸 해서 2021년 대지와 밭을 사서 왔다”며 “광주 집과 고향인 해남군 옥천면의 중간지역으로 형제들과 함께 모여 쉬기에도 좋다”고 한다. 최 씨의 밭에는 금목서 30주와 복숭아, 살구, 자두, 무화과 등 유실수와 함께 배추며 열무, 양파 등이 자라고 있다.
 
“열두살부터 대나무 빗자루를 만들어 7남매 키우고 생계를 꾸렸다”는 김기옥(86세) 씨는 “하루에 30~40개씩 만들어 지게에 지고 장으로 팔러 다녔다”며 “개당 20원씩 일본에 수출도 했다”고 덧붙인다. 봉황면 덕곡리가 고향인 김 씨는 10년 전 마을에 정착했다고 한다.
 
마을에 한집 뿐인 나주나씨와 결혼해 57년째 살고 있는 봉황면 덕림리 출신 김광순(81세) 씨는 “객지에 사는 3남매의 ‘농사일 그만하라’는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내 손으로 키운 쌀이랑 배추, 콩 등을 자식들이 가져다 맛있게 먹으니 안 할 수가 없다”고 한다.
 
33개월 15일의 군대생활을 빼고 평생 마을을 지키고 있는 김연식(72세) 씨는 “대문중·사문중 시제를 1년에 3번 지내는데, 우리 세대가 지나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매가 둘 다 결혼할 생각이 없어 걱정”이라고 한다.
 
   
▲ 성덕산 등산로 입구에서 바라본 산계마을이 평화롭다.
 
“고향이 노안면 금안동이라 ‘안동댁’으로 불렸다”는 정영순(80세) 씨는 “결혼해서 마을에 들어올 때 신작로 양쪽의 대나무가 서로 맞닿을 정도로 우거져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며 “첨에는 홀테기로 훑어 수확했는데 수동탈곡기가 나오더니 자동탈곡기에서 콤바인으로 바뀌어 옛날에 비해 농사 짓기 좋아졌다”고 한다. 
 
반남면 청송리 두남마을이 고향이라는 나정희(72세) 씨는 “결혼하니 마을에 반남댁·청송댁·두남댁에 이어 상두남댁까지 있어 나는 ‘대두남댁’이 됐다”고 옛일이 떠올랐는지 크게 웃어 보이더니 “농사일이 싫어 군인이랑 결혼했는데 아이 낳고 나니 ‘제대하고 고향으로 가서 살자’고 하더라”며 “일이 힘들어 남의 눈 피해 혼자 울 때도 많았다”고 한다.
 
여수시청과 전라남도교육청 등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한 뒤 광주광역시에서 택시업을 하다 4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김용순(70세) 씨는 “형제들과 나눠먹으려고 600여평 밭에 단감이며 대봉을 키우는데 올해는 예년의 1/4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며 “농사일을 감당하기에 건강이 좋지 않아 열댓마지기 논은 임대를 줬다”고 한다. 종손인 김 씨는 문중 일도 맡고 있다.
 
400여년 전 조선시대 중엽에 들어와 정착한 광산김씨 집성촌인 산계마을엔 종2품인 동지중추부사를 지낸 벽류정 김운해(1577~1646)의 제각인 영사재가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설날이면 영사재에 모여 합동세배를 올렸다고 한다. 또한 김사국(1779~1843)의 개인휴식처로 연못이 있는 관약재와 후진양성을 위해 세워진 관계정과 산계정이 있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산계정은 1969년 영암군 시종면에 있던 함평이씨의 정각을 매입해 옮겨 온 것이다.
 
산계마을에는 역사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던 흔적이 있다. 청동기 시대 유적인 지석묘군이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변에 남아 있다. 원래 15기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현재는 8기만 확인된다고 하나, 이마저도 잡초 속에 방치돼 있다.   
 
 
   
 
인터뷰/ 김형빈 산계마을 이장
 
“30여년 객지생활 끝에 ‘고향으로의 귀농’ 결심”
 
“인연이 따로 있다는 말처럼 쉰살 넘어 만난 집사람과 알콩달콩 행복하다”
 
김형빈(54세) 이장은 달콤한 신혼이다. 2020년에 초등학교 여자친구의 소개로 장흥군이 고향인 부인을 만났다. “예쁜 얼굴의 활달한 성격에 첫 만남에서부터 집사람한테 끌렸다”는 김 이장은 “만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12월 26일 결혼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광주광역시로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난 김 이장은 마흔이 되던 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를 도와 2천여평의 배과수원을 10여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가 맞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주고 수도작에 전념했다”는 김 이장은 “130여마지기 논농사를 짓기 위해 이앙기며 콤바인, 트랙터를 구입했다”며 “1억원에 달하는 트랙터를 7년 할부로 구입했는데, 4년 남았으니 아직 내것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떤다.
 
환경위생과를 다니다 강원도 고성군에서 위생병으로 군생활을 한 김 이장은 “지뢰를 밟아 발목이 잘려 날아간 처참한 현장에서 환자를 응급처치하고 국군병원으로 후송하는 일이 서너 차례 있었다”고 한다. 
 
30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한 김 이장은 “폐수처리시설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일은 힘들고 처우는 열악한 신생 산업분야라 비전이 보이지 않아 4년여만에 퇴사했다”고 한다. 이후 10년여 광주와 서울 등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으로의 귀농’을 결심했다고 한다.
 
“비포장 신작로를 따라 자전거로 등교하고, 큰 비로 천이 넘쳐 학교에 가지 못했던 일이며, 산계정의 기둥 사이 들보에 올라가 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는 김 이장의 15년째를 맞는 귀향이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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