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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추억을 찾아서 2 [인생의 달콤함]
심은일  |  cimdfj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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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승인 2023.11.13  0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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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일 요리연구가

국민학교 2학년 시절 학교에서는 밥을 주지 않고 집으로 보냈다. 물론 집에도 밥은 없었다. 요즘은 급식카드? 무지개카드? 등이 있지만 그때는 없었다. 물론 있었다 한들 사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술과 노름, 사이비종교에 빠져버린 부모님은 집에 계시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난 항상 배가 고팠다.

병약했던 나는 텅 빈 집안에 가만히 있다가도 큰소리에 놀라서 불안감에 장롱 속이나 책상 밑으로 들어가 숨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집안보다는 밖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동네를 서성이다 보면 아이들이 나를 불러주곤 했다. 날이 좋은 날이면 또래 아이들과 공사장에서 철사를 주스기 모아서 우리는 바닷가로 향했다.
 
지금은 냉동공장 냉동창고 회사들로 가득 차 있는 ‘감천만’이 바로 그곳이다. 바닷가로 가는 길에는 횟집들이 가득 즐비해 있었는데 우리는 횟집 근처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며 생선 머리를 찾아낸다. 공사장에서 주워온 철사에 생선 눈알을 꿰어 주렁주렁 들고서는 바닷가로 나가서 자리를 잡아 앉는다. 그럼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게들과 집게들이 생선 대가리 살을 파먹기 위해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한다.
 
“걸렸다~” “왔다~”
 
그 순간! 재빨리 잡아채어 바위에서 채집하기 시작한다. 수확물들을 버려진 페트병에다가 주워 담아 모아둔다.(운이 좋은 날은 ‘낚시꾼’, ‘부두노동자’, ‘러시아 노동자’들에게 큰 물고기나 껌, 캐러멜 등을 얻어먹을 수도 있다.)
 
오후 4시쯤 국민학교 운동장 구석에 있는 소각장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소각장에 타다 남은 불씨를 살려서 바닷가에서 잡아 온 것들을 깡그리 넣고 구워 먹었던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다. 
 
가끔은 늦게까지 퇴근하지 않은 수위아저씨, 학교 야구부 코치 아저씨 등을 만나게 되면 불장난을 했다고 귀싸대기를 몇 대씩 맞곤 했었다. 그때부터 맷집도 키우고 요리실력(?)도 키웠던 것 같다.
 
“도대체가 언제적 이야기냐?”, “당신 지금 40대라면서? 무슨 소리를 하냐?”라는 질문들이 많은데 이건 모두 사실이다.
 
90년대나 2023년인 지금도 굶주리거나 방황하는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벽화문화 마을이라고 알려진 ‘감천동’ 그곳은 그 당시에 창문 없는 집, 화장실이 없는 집 등등이 존재했었다. 화력발전소의 그을음과 단무지 공장의 악취가 가득했던 그 동네에 살던 우리는 강하게 자랐다. (나 역시 창문, 화장실, 수도가 없는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요?” 죽지 않으면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다. 집 밖에서는 각종 악취와 소음이 빈번했기 때문에 창문은 오히려 없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해산물 요리와 그때부터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짠내나는 수족관을 등지고 매일 일하고 있으니깐 말이다. 단맛은 과일이나, 꿀, 사탕수수 등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달다’ ‘달짝지근하다’ ‘달콤하다’ 등으로 표현하는데 인간의 혀끝으로 즐길 수 있는 단맛은 어떻게든 찾아내려면 찾아낼 수 있다. 무, 당근, 배추 채소뿐만 아니라 생선과 치약, 와사비등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인생의 달콤함’ 또한 큰 성공과 명예를 얻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땀 흘려 일하고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과 반갑게 인사하며 다시 찾아주시는 손님의 짧은 인사 한마디에서 ‘인생의 달콤함’을 느끼며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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