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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진례들에 학교鶴橋역(함평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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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호] 승인 2023.10.30  01: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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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석 기행작가

눈 녹은 사포강변 외진 동막골,
갈퀴나무 긁으며
나는 울었다.
시퍼렇게 낫 갈아 솔가지
찍으며
나는 울었다, 어금니 물고,
눈 녹은 사포강변 외진 동막골,
젊은 어미 무덤 있는 
그 잔솔밭, 갈퀴나무 긁으며
나는 울었다.

(양성우 시 〈사포강변〉 전문) 
 
서정보다는 어미라는 인간사에 울음이 짙다. 이러한 양성우는 성장해 학다리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시국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이때 이 학교 학생으로 이승철 학생이 있었다. 역시나 시인이 되었다. 태어나기는 목포에서 태어났으나 유년으로부터 함평 학다리에서 성장했다. 등단 이후 출판계에 입문 나남이나 인동, 산하출판사에서 편집장을 역임했고, 본인이 직접황토출판사 대표와 화남출판사 편집주간으로 활동했다.
 
이후에 문학운동의 일선에 섰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간사,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광주전남작가회의 부회장,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의 이력이 문학적 성향을 말해준다. 시집으로는 『세월아, 삶아』, 『총알택시 안에서의 명상』, 『당산철교 위에서』, 『오월』, 『그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이 있다. 특히 광주전남 근현대사의 문학사를 탐사한 문집으로 『광주의 문학정신과 그 뿌리를 찾아서』 문학의 시대적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함평은 원로 이수복 시인에 이어 양성우 그리고 이승철이 문학의 족적을 남기고 있다. 또한 앞서 판소리 단가 중 하나인 호남가湖南歌의 도입부 “함평천지咸平天地 늙은 몸이”를 언급했는데 그러한 함평천지. 즉, 영산강이 굽이치며 흐르는 사포나루에서 꽃무릇이 붉게 타는 용천사에 이르기까지 들과 산과 천을 나비처럼 날아 날개를 팔랑이며 눈에 담은 고향 함평에 대한 이승철의 시가 있다.
 
함평천지 대봇뜰에 아기꽃 피니 월호리 사포나루에 나룻배 뜨고 흰제비꽃 고개 들어 함평천을 포옹한다.
 
각시붓꽃 흐드러진 기산봉 산야 골골마다 잎잎이 깨어난 수목들 솟구쳐 깜박산 아흔아홉 골 굽이치며 고산봉, 석산봉 지나 천주봉을 오르내릴 때 학다리, 석정리 산구릉 너머 냉이 캐는 새색시 눈매에 초록물결뿐 저마다 시푸르게 젖살이 불었다.

저기, 피 맑은 햇살 좀 봐! 플라타너스 잎새를 곱게 어루만지며 드넓은 함평천지를 하염없이 굽어보는 살결 고운 저 나비님 좀 보라구!

기각리 붉가시나무 뜨락에 떨기떨기 싱싱한 뚝새풀이 꽃바람에 흐드러졌다. 기산봉 등성 아래 민들레 꽃대가 함평평야에 무더기로 떼밀려와 몸 눕힐 때 시누대 초리에 새순 돋고 어린 싹 가지마다 훔쳐본 세상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내교리 저기 함평천 굽이치는 그곳에 내 청춘의 푸른 하늘이 손짓해쌓고, 난 차마 어쩔 줄 몰라 이 가슴과 이마에, 발부리에 실핏톨 소리만 다함없이 출렁거렸다.

벚꽃이 사뿐사뿐 피어나던 날, 내 첫사랑은 함평공원 그늘 아래 서 있었다. 세심정에 단둘이 앉아 무심히 떠 흐르는 영수천을 저물도록 바라보다가, 나 태어나 처음으로 그댈 보며, 사랑을 느꼈다고 고백했던가.
 
그때 이후로 삼백예순날을 못내 당신만을 그리워했다. 그대 꽃잎이 피어나기도 전에 내 이파리가 저리 무성했고, 그대 꽃떨기가 천상에서 피어났기에 우린 서로를 끝내 포옹하지 못했다.

그맘때쯤 용천사 꽃무릇 속에 누워 있는 그대 한 떨기 그대 미소를 발견하고서 난, 다시금 살고 싶었다. 허나 날 뿌리치는 그대 고운 목소리가 뼛속 마다마디에 요동칠 때 그게 차라리 듣기에 우렁찼더라.
 
(이승철 시 〈함평천지〉 전문)
 
그렇다. 호남선 열차를 타고 함평역에 내리면 그곳이 바로 함평천지다. “각시붓꽃 흐드러진 기산봉 산야 골골마다”에서 기산봉은 149.8m로 낮은 봉우리지만, 곤봉산과 함께 함평읍을 품에 두고 있다. “기각리 붉가시나무 뜨락에 떨기떨기 싱싱한”에서 함평읍 기각리에 자라는 붉가시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한다. 추위에 약해서 주로 산기슭이나 계곡의 양지에서 자란다. 재질이 단단하고 잘 쪼개지지 않는다. 
 
그만큼 보존성이 강해 가구나 선박 등을 만드는데 이용된다. 붉가시나무라는 이름은 그 목재가 붉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우리나라의 난대림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상록수다. 제주도나 남쪽 해안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육지에서는 전라남도 함평군 기각리에 붉가시나무가 자라는 북쪽 한계선이 되는 까닭으로 식물분포학상 보존가치가 크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되고 있다.
 
“학다리, 석정리 산구릉 너머 냉이 캐는 새색시”에서 석정리 앞 들이 바로 고막원천과 영산강이 마주치는 곳에 널따랗게 펼쳐진 진례들이다. 이렇게 함평천지의 높낮이가 원만한 구릉이나 들과 천은 함평 사람들의 삶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양성우 시인이나 이승철 시인에게 있어서는 문학의 뿌리를 키운 젖줄이 아니었겠나싶다. 아무튼 함평에서 함평천지 늙은 몸이 아니라, 나비가 되어 나풀나풀 팔랑이며 두루두루 부족함이 없이 咸平함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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